최신 댓글
최신 글
아드레날린- 조회 수 144
- 댓글 수 2
- 추천 수 3

세리에A·라리가·분데스리가·리그앙, 각기 다른 생존법을 택하다
들어가며: "빅5"가 아닌 "1강 4중"의 시대
유럽 축구 중계권 시장은 이제 누가 봐도 '프리미어리그 대 나머지'의 구도다. 프리미어리그가 국내·해외 중계권을 합산해 시즌당 약 45억 유로를 벌어들이는 동안, 세리에A·라리가·분데스리가·리그앙 네 리그의 합산 수입이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 그렇다면 이 네 리그는 지난 5년간 각각 어떤 궤적을 그렸을까. 팩트를 먼저 확인하고, 그 이면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한다.
1. 세리에A — 국내 안정, 해외 확장이 숙제
팩트: 중계권료 추이
세리에A는 2024-2029 시즌 국내 중계권을 DAZN·Sky Italia와 5년간 총 45억 유로(시즌당 약 9억 유로)에 합의했다. DAZN이 매주 전체 10경기를 중계하며 시즌당 약 7억 유로, Sky Italia가 주당 3경기 공동 중계로 약 2억 유로를 지불하는 구조다.
이전 사이클(2021-2024)의 국내 중계권이 시즌당 약 9억 7,300만 유로였던 것에 비하면 약 8% 감소한 수치다. 세리에A는 유럽 빅5 리그 중 유일하게 2021-22시즌 총 수입이 전년 대비 하락(7% 감소, 24억 유로)한 리그이기도 했다.
해외 중계권은 2021-2024 사이클 기준 총 약 6억 7,000만 유로(3년 합산)로, 프리미어리그의 같은 기간 해외 수입 65.5억 유로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CBS가 시즌당 약 7,580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으며, 세리에A 측은 이를 1억 5,000만 달러로 올리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됐나
세리에A의 고민은 명확하다. 1990년대 세계 최고 리그라는 명성은 잃었지만, 그 시절의 수입 기대치는 버리지 못했다. 2006년 칼초폴리 스캔들, 노후한 경기장 인프라, 만성적 재정 불안정이 겹치면서 20~30대 글로벌 팬들은 프리미어리그와 라리가를 보며 자랐다. 세리에A가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중계권 수입이 아니라 '팬 세대' 그 자체다.
이에 세리에A는 2030년까지 해외 중계권 수입을 3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에이전시(Infront) 의존에서 벗어나 리그가 주요 시장에서 직접 방송사와 협상하는 방식으로 전환했고, 영국에서는 DAZN을 통해 전 경기 생중계를, 뉴욕에는 해외 사무소를 열었다. 풀리시치(AC밀란), 위(유벤투스), 맥케니(유벤투스) 등 미국 국가대표 선수의 존재가 미국 시장 공략의 핵심 자산이다.
2. 라리가 — 꾸준한 성장, 하지만 EPL과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팩트: 중계권료 추이
라리가의 현행 국내 중계권 사이클(2022-2027)은 텔레포니카(Movistar+)와 DAZN이 매주 5경기씩 나눠 중계하는 구조로, 주거용 중계권만 49.5억 유로(시즌당 약 9억 9,000만 유로)다.
2025년 11월에 확정된 차기 사이클(2027-2032)은 주거용 중계권 52.5억 유로(시즌당 약 10.5억 유로), 상업시설·무료방송·세군다 디비시온 등을 포함하면 총 61.35억 유로에 달한다. 이전 사이클 대비 9% 증가하며, 라리가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해외 중계권도 시즌당 약 8억 9,700만 유로 수준으로, 유럽 리그 중 프리미어리그 다음으로 높다. 미국에서는 ESPN과 8년 장기 계약(연간 1억 7,500만 달러), 멕시코·중미에서는 텔레비사와 연간 7,000만 달러 규모의 딜을 체결했다.
2024-25시즌 기준 라리가 총 방송권 수입은 18.72억 유로(국내 11.2억 + 해외 7.48억)다.
왜 이렇게 됐나
라리가의 안정적 성장 뒤에는 하비에르 테바스 회장의 공격적이면서도 일관된 전략이 있다.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첫째, 불법 중계 단속. 테바스는 리그 본부를 "나사(NASA) 같은 곳"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첨단 기술 기반의 해적방송 차단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것이 방송사들의 가입자 기반을 보호하며, 입찰 경쟁에서 방송사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둘째, 듀얼 방송사 모델의 유지. Movistar와 DAZN이 매주 5경기씩 나눠 중계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는 2회 연속 사이클에 걸쳐 유지되며, 프리미엄 매치의 가치를 보존한다. 엘 클라시코를 두 방송사가 한 경기씩 나누는 것이 대표적이다.
셋째, 해외 시장 장기 계약. ESPN(미국), 텔레비사(멕시코) 등과의 장기 딜은 안정적 수입 기반을 보장한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와의 격차는 여전하다. EPL의 최신 국내 계약은 시즌당 약 20.2억 유로로, 라리가 차기 계약(시즌당 10.5억 유로)의 거의 2배다. 테바스 스스로도 "많은 리그가 가치를 잃고 있는 시기에 우리의 성장은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지만, 격차가 좁혀지기보다는 고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 분데스리가 — 국내 시장의 요새, 해외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
팩트: 중계권료 추이
분데스리가의 국내 중계권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DFL은 2025-2029 사이클 국내 중계권을 44.84억 유로(4년, 시즌당 11.21억 유로)에 확정했다. 직전 사이클(2021-2025, 시즌당 11억 유로)보다 약 2% 증가했고, 이전 사이클(2017-2021, 시즌당 11.6억 유로)과 비교해도 큰 변동이 없다. 3회 연속 시즌당 10억 유로 이상을 달성한 것이다.
Sky가 전체 617경기 중 538경기(496경기 독점)를 중계하며 핵심 파트너 지위를 유지하고, DAZN이 토요일 동시 중계와 일요일 단독경기를 맡는다. 지상파(Sat.1, ARD, ZDF)와 RTL도 각각 하이라이트 및 일부 생중계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해외 중계권은 시즌당 약 2.5억 유로 수준으로, 프리미어리그 해외 수입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 ESPN과의 딜이 연간 약 3,500만 유로로, 라리가 ESPN 딜(연간 1억 7,500만 달러)과는 5배 가까운 차이가 있다.
왜 이렇게 됐나
분데스리가의 역설은 **"최고의 현장 문화가 최고의 중계 수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이 탄탄한 이유는 분명하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단일 TV 시장이고, 분데스리가는 평균 관중 4만 명 이상을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체험'이 좋은 리그다. Sky와 DAZN 간의 건전한 경쟁 구도, 지상파 하이라이트 전통(ARD의 Sportschau), 50+1 규칙에 기반한 팬 중심 거버넌스가 국내 방송 가치를 떠받치고 있다.
해외에서 부진한 이유도 역설적으로 분명하다. 바이에른 뮌헨이 지나치게 독주하는 리그 구조는 경쟁적 서사를 약화시키고, 이는 해외 팬의 몰입도를 낮춘다. 챔피언스리그 우승팀(바이에른)과 세계적 재능 파이프라인(도르트문트)을 보유하고도 글로벌 상업 가치로 전환하지 못한 것이 분데스리가의 오랜 과제다.
최근 브라질 시장에서의 성과는 고무적이다. 팬 수가 2018년 1,200만에서 2024년 2,400만으로 2배 증가했고, 시즌당 생방송 조회수 1억 7,000만을 기록했다. 유튜브를 통한 금요일 경기 무료 스트리밍, 크리에이터 채널과의 협업 등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 해외 확장의 새로운 시도로 주목된다.
4. 리그앙 — 유럽 빅5 중계권 시장의 '비극'
팩트: 중계권료 추이 (파란만장의 기록)
리그앙의 지난 5년은 유럽 축구 중계권 시장에서 가장 극적인 하락 곡선을 그렸다.
- 2016-2020: Canal+ + beIN Sports = 시즌당 약 7억 2,700만 유로
- 2020-2024 (원래 계약): Mediapro €7.8억 + Canal+ €3.32억 = 시즌당 약 11.1억 유로 → 4개월 만에 Mediapro 파산으로 계약 파기
- 2021-2024 (실제): Amazon €2.5억 + Canal+ €3.32억 + beIN 기타 = 시즌당 약 6억 2,400만 유로
- 2024-2025: DAZN €4억 + beIN €1억 = 시즌당 약 5억 유로 → DAZN 1시즌 만에 계약 파기
- 2025-2026: 리그 자체 채널 'Ligue 1+' 출범, 확보된 수입은 DAZN 정산금 + beIN 지급분 합산 약 1.65억 유로에서 출발
불과 5년 전 시즌당 11억 유로를 기대했던 리그가, 현재 확보된 보장 수입이 약 1.65억 유로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앙제 SCO 같은 클럽은 중계권 수입이 1,900만 유로에서 300만 유로로 급감해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라고 공개 성명을 냈다.
왜 이렇게 됐나
리그앙의 추락은 한두 가지 원인이 아니라, 구조적 실패의 연쇄 반응이다.
① Mediapro의 도박(2018): LFP(프랑스 프로축구리그)는 2018년 중국계 자본의 Mediapro에 중계권을 역대 최고가로 팔았다. 40년 파트너 Canal+를 밀어내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COVID-19 팬데믹이 덮치면서 Mediapro는 'Telefoot' 채널 출범 4개월 만에 대금 지급을 중단하고, 2020년 12월 계약이 파기됐다.
② Canal+와의 관계 파탄: Mediapro 잔여 중계권이 Amazon에게 저가(시즌당 2.5억 유로)로 넘어가면서, 전체 패키지의 20%에 대해 3.32억 유로를 내고 있던 Canal+는 격분했다. 자사 중계권이 대폭 평가절하됐다고 본 것이다. 법적 분쟁이 이어졌고, Canal+는 2024-2029 사이클 입찰 자체를 거부했다. 1984년 이래 40년간 이어진 파트너십이 깨졌다.
③ DAZN의 짧은 체류(2024-2025): LFP가 시즌당 10억 유로를 목표로 내건 2024-2029 입찰에 유효한 제안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시즌 개막 직전에야 DAZN(시즌당 4억 유로)과 beIN(시즌당 1억 유로)의 합산 5억 유로짜리 딜이 급조됐다. 그러나 DAZN은 가입자 수 부진과 불법 중계 대응 부족을 이유로 대금 지급을 보류하고, 2025년 4월 1시즌 만에 계약을 해지했다. 위약금 약 8,500만 유로가 법원에서 인정됐다.
④ 자체 채널이라는 마지막 카드(2025-): LFP는 2025년 8월 'Ligue 1+'라는 자체 OTT 채널을 출범시켰다. 월 14.99유로에 매주 8경기를 스트리밍한다. 그러나 Canal+와의 유통 협상은 결렬됐고, 제로 가입자 상태에서 출발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크다. PSG를 제외한 대부분의 클럽은 대폭 축소된 예산으로 시즌을 운영 중이다.
비교 분석: 시즌당 국내 중계권료 한눈에 보기
| 리그 | 2020-21 시즌당 (약) | 2024-25 시즌당 (약) | 증감 | 비고 |
|---|---|---|---|---|
| 세리에A | €9.7억 | €9.0억 | ▼ 8% | 5년 장기 계약, 해외 확장 추진 중 |
| 라리가 | €9.9억 | €9.9억 | ─ 유지 | 차기 사이클(2027~) €10.5억으로 6% 상승 |
| 분데스리가 | €11.0억 | €11.0억 | ─ 유지 | 2025-29 €11.21억, 3연속 10억+ |
| 리그앙 | €6.24억* | €5.0억 | ▼ 20% | DAZN 파기 후 자체 채널 전환 |
* 리그앙 2021-24 실제 수입 기준 (Mediapro 파산 후 Amazon+Canal+ 체제)
해외 중계권: 진짜 격차가 벌어지는 곳
| 리그 | 해외 중계권 (시즌당 추정) | 프리미어리그 대비 |
|---|---|---|
| 프리미어리그 | ~€20억 | 기준 |
| 라리가 | ~€8.97억 | 약 45% |
| 세리에A | ~€2.2억* → 확장 목표 | 약 11% |
| 분데스리가 | ~€2.5억 | 약 13% |
| 리그앙 | 별도 파악 어려움 | - |
* 2021-24 사이클 기준, 세리에A는 2030년까지 해외 수입 3배 확대 목표
해외 중계권이야말로 각 리그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라리가가 해외에서 강한 이유는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라는 양대 글로벌 브랜드 덕분이고, 분데스리가가 약한 이유는 바이에른의 독주가 아이러니하게도 해외 팬에게 "뻔한 리그"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세리에A는 90년대의 레거시를 되살리는 장기 프로젝트에 착수했지만, '잃어버린 세대'를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결론: 네 가지 서로 다른 생존 전략
지난 5년의 중계권 시장은 유럽 4대 리그에 각기 다른 교훈을 남겼다.
세리에A는 국내 시장에서의 안정적 기반(DAZN+Sky 5년 계약)을 확보한 뒤, 에이전시 의존을 끊고 직접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자립형 글로벌 전략'을 택했다. 미국 시장의 USMNT 선수 자산 활용이 핵심이다.
라리가는 불법 중계 단속이라는 차별화된 무기로 방송사의 신뢰를 확보하며, 듀얼 파트너 구조와 장기 해외 계약이라는 '점진적 확장 모델'을 구축했다. 가장 안정적이지만, 프리미어리그와의 구조적 격차를 넘기에는 스페인 국내 유료방송 시장 자체의 한계가 있다.
분데스리가는 유럽 2위의 국내 계약을 3회 연속 유지하며 '안정의 대명사'가 됐으나, 해외 확장의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디지털·크리에이터 기반의 새로운 시도가 브라질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전통적 중계권 딜 규모로 전환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리그앙은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Mediapro 파산 → Canal+ 이탈 → DAZN 파기라는 3연속 파트너 실패를 겪은 뒤, 결국 리그 자체 채널이라는 전례 없는 실험에 나섰다. 성공하면 중개자 없이 팬과 직접 연결되는 혁명적 모델이 되겠지만, 실패하면 프랑스 축구의 재정적 기반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PSG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그나마 타이밍 좋은 호재료다.
유럽 축구의 중계권 시장은 이제 단순히 "누가 더 많이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시장은 정체되고, 해외 확장만이 성장 동력인 시대에 각 리그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가 향후 10년의 판도를 결정할 것이다.
본 기사의 수치는 Sportico, Sportcal, France24, Broadband TV News, The Esk, InsiderSport 등 복수의 스포츠 비즈니스 매체 보도를 교차 확인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리빌딩을 하면서도 챔스는 가야지 보강을 할 수 있는게 너무 가혹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