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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알레띠전 후기.
- Del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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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드로의 부재가 오히려 호재가 된 경기였습니다.
스피나쫄라가 교체 전까지 왼쪽에서 일신의 힘으로 볼운반과 측면 돌파, 양질의 크로스를 통해 호날두와 마투이디의 부담을 줄여주었기 때문에
호날두는 좌우중앙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측면 공격 작업에만 치우쳤던 지난 1차전보다 박스 안에서 마무리에 전념할 수 있었고,
마투이디도 산드로보다 공격력이 뛰어난 스피나쫄라 덕분에 왼쪽 측면 협업이나 공격 가담보다는 볼란치에서 피야니치를 보좌하면서 중원 장악과 상대 역습 저지에 주력할 수 있었죠.
사실 알감독 성향상 2차전에서 산드로가 결장한다고 해도 데 실리오를 출전시키는 변형 3백 정도가 공격적인 타협점이 아닐까 싶었는데
데 실리오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모험적인 선택을 한 것이 오히려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이번 시즌 유베에 아쉬웠던 것이 호날두-디발라의 공존과 알감독의 3미들 고집으로 인해
측면 공격은 전문 측면 자원 없이 풀백들의 오버래핑과 호날두 윙질에 의존하면서 답답한 공격이 이어졌고
왼쪽 측면에서 산드로, 마투이디가 중첩되면서 공격 효율이 떨어지고 좌우 스윙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였는데
이제 겨우 2경기째지만 3백 전환 후 왼쪽에 스피나쫄라가 배치되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된 모습이라 상당히 긍정적으로 여겨집니다.
2. 잔 시프트
이미 당사에서도 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이번 경기의 키는 결국 디발라 대신 투입된 베르나의 장판파급 돌파와
3백 스토퍼와 그리즈만 마크맨 역할을 동시에 그것도 아주 높은 완성도로 소화해낸 잔찬칸의 활약이였는데
이번 경기 알감독의 3백 하이브리드 전술은 이전까지 보여줬던 3백-4백 전환 시 측면 지역에서의 유동성보다는 중앙 지역에서의 유동성에 포인트를 준 모습이였습니다.
마치 펩이 3백에서 페르난지뉴를 활용할 때의 그것처럼요. 이 배치의 핵심은 결국 공수에서의 수적 우위 확보고 이번 경기 양팀의 승패를 가른 핵심적인 키워드도 결국 "공수에서 어느 팀이 수적 우위를 가져갔느냐"로 요약할 수 있는데
즉 수비, 빌드업 시에는 유베가 잔찬칸을 스토퍼로 배치한 3백 운용을 통해 알레띠의 투톱을 상대로 항시 수적우위를 가져가면서
후방 빌드업에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역습 시 알레띠 투톱이 발이 느린 키엘리니와 [보]를 상대로 속도전을 벌일 때
백코트 속도가 느린 피야니치를 대신해 잔찬칸이 보다 앞선에서 센터백들을 보호하면서 일차 저지선 역할을 하고
공격 시에는 잔찬칸이 갑빠옹처럼 우측에서 빌드업을 가져가면서 칸셀루-베르나와의 협업을 통해 알레띠의 후안프란-르마 라인을 상대로 수적 우위 확보 후
빠른 좌우 스윙 작업을 통해 알레띠의 앞선에서의 일차적인 압박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자유롭게 좌우에서 크로스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는데
중간중간 유베가 볼을 탈취당하고 역습 위기를 맞을 때에도 잔이 역습 기점 역할을 하던 그리즈만을 터프한 맨마킹으로 완전히 경기장에서 지워버리면서
[보]와 키엘리니는 모라타의 단독 돌파만 막으면 되는 아주 수월한 상황을 만들어 줬습니다. 오늘 잔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거의 전성기 갑빠옹이 떠오를 정도였네요.
3. 알감독의 이번 묘수 풀이는 3백으로의 회귀
경기 전 예상 라인업들을 보면 기존의 4백 체제와 우디네세 전에서 효과를 본 3백 사이에서 고심한 듯한 느낌이 드는데
당연히 카세레스나 루가니같은 전문 수비수를 투입시키리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잔찬칸을 3백에 배치하는 공격적인 운용으로 기존의 쫄보축구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아마 데 실리오가 멀쩡했으면 데 실리오를 잔찬칸 자리에 투입시키지 않았으려나 싶은데 어차피 2골차 열세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골 더 실점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잔찬칸 투입하는 리스크나 카세레스, 루가니 투입해서 그만큼 공격력을 깎아먹는 리스크나 크게 차이가 없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콘테 시절 352로 유럽대항전에서 한계를 겪었던 유베가 이제는 다시 3백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 결국은 돌파구를 찾았네요. 참 축구란게 묘합니다.
개인적으로 알감독 옹호에서 비판론자로 바뀌었던 것이 최근 유베가 드러냈던 문제점들이나 답답한 경기력에 있어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었고 알감독 체제로는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인데
오늘 경기에서 알감독이 보여준 모습이라면 저는 유베가 8강에서 탈락하더라도 계속 알감독을 믿고 지지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이미 변화의 가능성을 봤으니까요.
4. 호날두
오늘 호날두를 보면서 느낀 것은 범인과 초인, 시대의 흐름을 따라간 선수와 시대를 지배한 선수, 축구사에 남을 선수와 잊혀질 선수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담대한 심장이 아닐까 싶네요.
이전 알레띠와의 경기에서 유베는 3경기 0골, 거기다 원정에서 2점차 무득점 패배를 당하면서 벼랑 끝까지 몰린 시점에서도
호날두만은 주눅들지도, 부담감에 짓눌리지도 않고 오히려 그 부담을 즐기는 모습이였습니다. 마치 성대한 수확과 축제를 이미 예상한듯이.
오늘 경기에서도 호날두는 날뛸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해주면 역사상 그 어느 공격수보다도 챔스에서 위협적이라는 걸 다시금 증명해보였습니다.
이제 3년 반 정도 남았지만 이제라도 이 선수의 퍼포먼스를 응원하는 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하구요. 1년만 일찍 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