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디라가 오늘 잘했나요?

평점 높은 거 보고 잘했구나 하고 보는데 평점이 의아합니다. 디발라도 빼고 윙도 한 명만 쓰는 이 전술에 아무리 봐도 무임승차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공 안 달고 위치 잡는 거 빼곤 하는 게 그냥 별로 없습니다. 케디라보다 이과인이 하프라인에 내려와서 공 순환하는 데 더 기여한다 느낄 정도입니다. 실제로 전반전에 케디라가 공 잡으면 바로 옆에 있는 이과인한테 그냥 툭 공 넘기는 장면이 세 번인가 있습니다. 아니면 거짓말 안 하고 센터백이나 피야니치한테 백패스만 합니다. 적어도 전반전엔 이랬습니다.

그래서 후반에 볼 터치했을 때 장면들은 하나하나 적어보았습니다.

45분 58초 터치한 공이 튀어서 데로시 손에 맞았습니다.

53분 22초 잡고 빙글 돌더니 피야니치한테 백패스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이 공을 잡으며 케디라는 마치 공격수인 양 박스로 전진만 합니다. 슈체즈니 슈퍼세이브 때도 하프라인 위에 있더군요. 그나마 53분 48초에 이과인한테 패스 내주는 거, 61분 48초에 콰드라도한테 2:1 스루패스 내주는 거 일단 두 장면이 눈에 띄네요. 

공을 탈취하려고 상대랑 경합이라도 하는 장면까지 제가 일부러 하나하나 세보았습니다.

27분 52초가 첫 장면입니다. 그런데 흐른 공을 곧바로 제코가 다시 공을 잡고 또 달립니다.

32분 45초엔 스트루트만과 경합을 하나 공은 그대로 콜라로프에게 갑니다. 그리고 콜라로프를 태클한 듯 하지만 콜라로프 혼자 넘어졌을 뿐입니다.

45분 31초 드디어 패스를 끊습니다. 콰드라도한테 주고 받고 띄운 공은 로마한테 갑니다. 
49분 30초 뜬 공 파지오와 경합하지만 파지오가 이기긴 이겼는데 이과인이 처리합니다.

그 후로 적어도 68분 19초까지는 경합을 안 합니다. 

케디라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단 건가요? 그렇다면 너무 관대하다고 저는 느낍니다. 당장 2미드로 경기 터질 때도 케디라가 수비 안 해서 문제였는데 정작 디발라 빼고 윙어 빼고 넣는 선수들을 더 수비에 가담시키면서까지 케디라를 죽어도 계속 쓰고 수비를 안 하고 박스로 튀어나가기만 해도 아무 지적도 안 합니다. 저는 이게 앞뒤가 너무 안 맞는다고 느낍니다. 디발라한테는 전술과 안 맞네 어쩌네 하면서 케디라한테는 전술 다 맞춰주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