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 Ro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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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3일 10시 57분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사키와 카펠로의 밀란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 현대 축구는 거의 대부분 4백에 의존해 왔고, 이탈리아는 그 중에서도 수비 측면에서는 항상 마스터였다. 3백 수비는 전술적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균형이 안 맞는 팀에나 적용할 만한 임시변통 해결책으로 여겨져 왔고, 강등을 모면하려는 팀들이 주로 사용했다. 몇몇 대담한 발명가들을 제외하고는,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그 어떤 클럽도 리그 우승을 위해 3백 수비 전술을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비주류 포메이션의 '선구자'들을 우리는 살펴보고자 한다.

선구자 자케로니

그런 '전위예술가들'(물론 그들이 직접적으로 그런 수비 시스템을 발명하지는 않았다) 중 하나가 1995~1998년에 우디네세를 이끌었던 알베르토 자케로니였다. 자케로니의 우디네세는 첫 시즌을 강등권으로부터 승점 9점을 더 따낸 상태로 마쳐 세리에 A에 안착했고, 다음 두 시즌에서 각각 5위와 3위를 차지하며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냈다.

자케로니의 전형적 라인업은 3-4-3이었다. 두 명의 윙어가 있고, 1997/98 시즌에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스트라이커 올리버 비어호프가 있었다. 자케로니는 1998/99 시즌을 앞두고 밀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되었고, 그는 자신의 제자 비어호프와 토마스 헬벡을 밀란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밀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리그를 7경기 남겨두고 1위 라치오에 승점 7점 차로 뒤져 있었던 밀란은 그 차이를 기어이 뒤집고 우승을 한 것이었다. 밀란에서도 자케로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수비에 대한 줄기찬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술을 고집했으며, 결국 타이틀을 따냈다.

그러나 보드진은 그 다음 시즌들에서 자케로니가 거둔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자케로니는 해고되었다. (역자 주: 1999/2000 시즌, 밀란에는 우크라이나 특급 안드리 셰브첸코가 등장했음에도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는 1승3무2패로 조기 탈락했고, 리그에서는 1위 라치오와 2위 유벤투스에 이어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2000/2001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예선에서 디나모 자그레브를 합계 6-1로 꺾고 본선에 진출했으며, 베식타스, 바르셀로나 등을 내리 이기고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급격히 경기력이 나빠지며 갑자기 폭풍 무재배를 시전했다. 리그에서는 유벤투스에게 0-3으로 패배한 데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 리즈에게 0-1로 지고, 2차 조별 예선에서는 1승4무1패를 기록했다. 데포르티보에 패배한 것을 마지막으로, 자케로니는 해고되었다.)

2001년에 잘린 이후로 자케로니는 한 팀을 1년 이상 감독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맡은 일들은 결코 대수롭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는 라치오, 인테르, 유벤투스 같은 팀을 지휘했고, 그 후 일본 국대 감독을 맡아 2011년에는 아시안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왼쪽부터: 유럽 대항전 진출을 자축하는 중인 자케로니, 그리고 비어호프와 팀 동료들 / 가스페리니 / 코스미>

2000년대

새천년이 도래했고, 아마도 예상치 못한 자케로니의 1999년 스쿠데토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많은 감독들이 세리에 A에 3백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왈테르 마짜리는 레지나에서 3백을 처음 도입했고, 삼프도리아에 이어 나폴리에서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지안피에로 가스페리니는 3백으로 제노아에서 4년 동안 재미를 봤으며, 세르세 코스미는 자기가 맡았던 일곱 개 팀에서 3백을 정립하기 위해 애썼다(불행히도, 결과는 들쭉날쭉이었지만).

앞서 말한 감독들 중 코스미가 가장 승률이 낮은 감독일 것이다. 그가 맡은 팀은 인상적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그의 팀을 상대한 대다수의 팀이, 그들을 상대로 득점하는 것을 어려워했다(역자 주: 코스미는 2012년 현재 시에나 감독. 유벤투스가 시에나에게 2-1로 신승을 거뒀던 때를 상기하시라). 코스미가 리보르노의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보드진은 알레산드로 디아만티를 웨스트 햄에 팔아버리고 적절한 대체 선수 하나 영입해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단 한 명의 공격수만을 두는 3-6-1 시스템으로 팀을 재조직했으며, 이를 상대한 많은 팀은 큰 곤경에 빠지곤 했다. 코스미는 24경기에서 승점 23점만을 획득했다. (뭐 결국, 그의 스쿼드는 너무 형편없었다.) 그러나 이는 팀이 이토록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가 감독직을 맡았기 때문이며, 그를 이어서 감독이 된 아마란토는 14경기에서 승점을 단 6점밖에 따내지 못했다.

시스템 분석


3명의 수비수를 배치하는 것의 이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상대 투톱(특히 스팔레티 이전 시대에 이탈리아에서는 일반적인 공격 방식이었던)을 맨마킹하고 무력화시킬 기회가 생긴다. 딥 라잉 미드필더 역시 상대 트레콰르티스타의 중앙 돌파를 마크할 수 있게 된다. 둘째로, 수비 자원으로 3명만을 가동하므로 감독은 최소 4명의 선수를 미드필드에 기용할 수 있고, 이는 미드필드에서 횡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약팀이 거함을 침몰시키기 위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코스미는 이를 조기에 파악했다).

그럼에도, 3백에 적합한 훈련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에 탑 클럽들은 3백 도입을 주저했다. 사키 시대부터 4백 수비 시스템이 곧 진리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어린 이탈리아 수비수들은 4백을 상정한 지역방어를 익혔고, 센터백들은 (순수한 마킹 기술에 무게추를 두기보다는) 빠르면서도 준수한 헤딩 능력을 겸비한 완전체가 되는 것을 훈련받았다. 이탈리아 축구 자체가, 현대의 빠른 템포의 축구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렸다. 꽉 들어찬 미드필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 말이다.

3백 시스템의 다른 제한 조건은, 두 명의 윙어가 그야말로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명은 각각 맡은 사이드에서 위아래로 죽어라 뛰어다녀야 했다. 그러다 보니 피로감 때문에 수비 시 선수를 놓치기도 하고, 그러면 그가 놓친 그 공간은 활짝 열리게 되는 것이다.

3백, 그리고 3명의 감독

장기적인 팀 프로젝트를 포함해, 이 3백 시스템을 상위권 팀에 알맞은 옵션으로 발전시키는 데 성공한 세 감독이 있었다.

<왼쪽부터 마짜리, 귀돌린, 콘테>

나폴리의 감독 왈테르 마짜리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낸 후, 지난해 16강까지 진출했다. 비록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첼시에게 패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는 현재 세리에 A 팀 감독들 중 가장 오래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의 전술의 원류는 레지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지나는 칼치오폴리 스캔들로 인해 승점 -11점이라는 엄청난 페널티를 안고서도 인상적인 플레이로 세리에 A 잔류에 성공한 바 있다. 나폴리가 첼시에게 나가떨어진 후, 팀은 함식을 미드필드로 보내 3-4-3을 3-5-1-1로 전환함으로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결국 나폴리는 코파 이탈리아를 들어올리며 동시에 2011/12 시즌 처음으로 유벤투스를 패퇴시킨 팀이 되었다.

우디네세의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은 시작부터 균형잡힌 접근을 했다: 팀이 여름만 되면 탑급 선수들을 팔아제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는 슬로우 스타터가 되기를 택했고, 동시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2회 연속 획득이라는 업적을 이루었다(물론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디 나탈레가 두 명의 다른 감독 하에서 29골을 득점했던 2009/10 시즌을 보낸 이후, 귀돌린은 디 나탈레를 3-5-1-1의 최전방 공격수로 세웠고, 그를 받쳐 줄 선수로 2010/11 시즌에는 알렉시스 산체스를, 2011/12 시즌에는 아르메로/이슬라/파브리니를 기용했다. 또한 귀돌린은 미드필더들에게 다양한 포지션 소화를 가르치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이슬라는 풀백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오른쪽 윙어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아르메로, 페레이라, 파라오니 역시 같은 길을 밟고 있다. 귀돌린은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모든 역할'을 커버할 수 있는지를 강의하는 듯하다.

그리고, 자케로니가 그렇게 한 지 13년 후, '3백'을 채택한 팀이 세리에 A의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한 감독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안토니오 콘테이다. 그가 갓 유벤투스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4-2-4의 신봉자(지암피에로 벤투라에게 영감을 받은 것일까?)로 알려져 있었다. 그걸로 세리에 B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콘테는 뛰어난 적응성을 보여주면서 팀 체계를 완전히 바꿨다. 먼저 아르투로 비달을 활용하기 위해 4-3-3을 도입하더니, 더 나아가 이를 3-5-2로 수정해, 리히슈타이너를 미드필더 위치로까지 올리며 동시에 반대편 윙어를 비슷한 위치로 끌어내리는 것이었다. 유베가 스쿠데토를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드러난 그들의 강점은, 바로 경기 중에 유동적으로 라인업 수정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키엘리니가 센터백뿐 아니라 레프트백도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라.

<2012년 1월, 두바이에서 훈련하는 중>

딜레마의 해결,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며

카를로 안첼로티는 뛰어난 스킬을 보유한 선수들을 이용, 미드필드진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배치함으로써 그의 전략적 방향을 보여주었다. 그런 대신 밀란은 측면을 전혀 활용할 수 없었다. 주제 무리뉴는 첼시에 4-2-3-1을 도입해, 압박과 빠른 역습 측면에서 혁명적인 바람을 불러왔고, 유럽의 많은 강자들이 이를 따라했으며, 지금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이언 뮌헨이 이와 상당히 비슷한 형태의 플레이를 보인다. 그러나 이런 라인업은, 팀을 위해서라면 거친 일도 마다하지 않을(인테르 시절 에투와 같은), 적절한 선수를 이적시장에서 얼마든 데려올 수 있는 팀이나 쓸 법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축구는 선수를 사들이는 시대에서 탈피해, 팀 내에서 육성한 선수들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안토니오 콘테는 많은 감독들을 괴롭히는 전술적 딜레마의 해법을 찾은 듯 보인다. 콘테 감독이 하고 있는 일은, 축구가 요구하는 네 가지 기본적 요구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그 네 가지 요구는 다음과 같다: 경기장의 폭을 최대한 활용하여 공격하는 것, 수비진 깊숙한 곳으로부터 중앙 쪽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것, 역습을 방지하기 위해 균형잡힌 팀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너무 일찍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으면서 강한 압박을 유지하는 것.

세리에 A가 3백 시스템을 추가로 도입하거나 발전시킬지는 명확하지 않으며, 장래에 비안코네리가 고전적인 4백 시스템으로 회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돌아보자면, 우디네세, 나폴리, 유벤투스를 상대하기 위해 자신만의 시스템을 찾아내고 그에 적응한 팀들 중에서 몇몇은 그들에게 맞는 전술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지금은 피오렌티나, 파르마, 볼로냐, 팔레르모, 시에나가 3백 수비를 실험해보고 있으며, 반면 스트라마치오니와 알레그리(각각 두 빅 클럽의 감독)는 옛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르셀로나조차도 지난 시즌 펩 과르디올라 하에서 몇몇 실험적 시도를 하긴 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리그 소속이고(어쩌면 세리에 A보다 덜 경쟁적일 프리메라 리가), 근본적으로 그들의 막강한 미드필더가 타 팀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만약 유벤투스(혹은 다른 팀)가 3백을 믿고 고수한다면, 이는 "고전적인" 수비방식을 개선, 발전시키려는 팀들과 새로운 수비방식을 도입하려는 팀들 간의 경계선을 명확히 하는, 축구계의 마이너한 혁명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변혁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포스트모던 축구의 지형이 어떠할지를 추측하는 중요한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칼럼은 2012년 9월 11일에 작성된 것입니다.

http://juventiknows.com/defence-is-three-really-the-magic-nu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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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Rossi Lv.16 / 2,852p
댓글 8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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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3
좋은 칼럼 잘봤습니다
결국 요약하면

나믿콘믿
콘테짱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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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3
요새 이런글이 많이 올라와서 공부하는 느낌이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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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3
우승을 자축하는 자케로니 → 유럽 대회 진출을 자축하는 자케로니. 사진의 시절은 우디네세 시절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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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3
앗 그렇군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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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3
juventiknows 에 좋은글 많던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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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3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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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0
정말이지 3백이라는게 결코 저급하거나 구시대의 전술이 아니죠.
3명의 중앙수비수로 인해 공격시 수싸움에서 밀리는 단점을 있는가 하면, 중앙 세명의 수비자원으로 인해 현대축구처럼 중앙에서의 뜬금골시 수싸움에 유리한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장단점이 확연히 있는 전술인 만큼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약점은 최대한 감추면서 경기를 하는게 지금 유베의 모습이죠. 보누치의 롱패스, 키엘리니의 페넌트레이스, 유사시 바르잘리의 페넌트레이스&크로스로 불리한 수싸움에 도움도 되고요.
또한 콩테라는 감독은 델네리와는 달리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니 그때그때 다른 전술을 취할수도 있고 말이죠.
콩테감독 복귀후의 쌍밀란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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