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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파는마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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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을 가져가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감독들은 점유율을 공격이 아닌 수비 요소로 생각하는 언행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이만큼 공을 가져갔다'가 아니라 '이만큼 공을 안 뺏겼다'인 거죠. 당장 과르디올라는 티키타카는 언론의 허상이라며 질색했으니까요. 당장 펩의 공인을 받은 저서에 나온 훈련 과정을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2. 훈련의 80% 는 수비
코치진 및 벤치에 항상 동행하는 잠머는 펩이 왜이렇게 수비 훈련을 하는지 의아해 했다고 함. 이유는 '공격을 잘하기 위해서는 수비가 완벽해야 함' 수비 훈련은 공이 빼앗긴 이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라인을 높인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카운터를 맞지 않을지에 대한 훈련이 집중적이었으며 펩의 분석으로는 이탈리아와 더불어 독일 모든 팀들은 10초 플랫에 상대방 골문까지 가는 카운터를 구사할 수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수비 훈련을 쉼없이 해야한다고 선수들에게 전함. 여기서 펩이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제롬 보아텡은 성인 무대에 오기 전까지 제대로 된 수비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것. 그냥 이제껏 감으로 수비를 했는데 이 레벨까지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보석을 발견한 것 마냥 기뻐했으며 그래서 그렇게 갈구거나 독려하는 것.
하비 마르티네즈임 같은 경우 빌바오에서 강하게 사람을 마크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해 진짜 멘탈이 나가리 될 정도로 갈굼을 당함. "너 임마 그게 아니 잖아! 대체 어디로 가는거야!" 를 어떤 훈련에서 100번 정도 들은 날도 있었고 펩도 포기할 법 한데, "너는 내가 보기에 아주 축구를 잘하는 놈인데 수비를 꼭 맨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법을 배워야 해" 라고 독려하며 끝까지 끌고와서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플레이 스타일을 익히게 만듬.
3. 나머지 20% 공격 훈련은 미친 사람이나 꿈꿀 법한 훈련
펩의 공격 훈련은 공격지역 피치를 골문을 바라보는 기준으로 세로로 오등분해서 이뤄짐. 여기에 선수들의 동선을 일일이 1미터 간격으로 조정하며 이뤄지는 것. 펩이 미친 사람처럼 팀에게 강조하는 것이 공을 뒤에서 꺼내올 때는 천천히 스무스하게 나와야 한다는 것. 선수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착각하고 패스 만을 위한 패스를 했을 때는 전 선수단 앞에서 쌍욕을 하며 "바르샤가 한건 티키타카가 아니다. 점유를 위한 패스가 아니라 전진을 위한 패스다. 티키타가인지 (욕)인지는 언론이 만든 허상이고 그딴 건 축구가 아니라 (욕) 같은 거다. 내가 원하는 축구는 수비에서 미드까지 공을 함부로 내오지 않고 천천히 상대방의 라인을 흐트러뜨리며 패스와 무브먼트로 부수는 거다. 그리고 한방에 반대 사이드로 전개를 시켜서 상대의 목숨을 날리는거지" 라고 일갈. 펩이 수비진의 롱패스를 허하는 유일한 경우는 센터 서클의 전후 10미터 이내 이며 이때 정면 보다는 측면을 선호.
공격 동선을 짤대 저 오등분한 선들 안에 윙백과 윙이 절대로 같은 레인 안에 있어서는 안되며 이 오등분한 선을 타고 역습, 지공 그리고 크로스 패턴 플레이를 행함. 왼쪽 부터 1번 선이라고 했을때 윙백, 윙, 공미, 스트라이커, 윙, 윙백이 단 한 순간에도 같은 공간에 있으면 안되고 계속해서 크로스로 교차 하며 달려야 하고 상대 골문 10미터, 20 미터, 30 미터 지점에서 각자 달리는 동선이 모두 달라야 함. 이거를 연습 시킬때 선수들도 자신도 암걸릴 뻔했다고 함. 람도 저자와의 사담에게 "이건 거의 만화 축구" 드립을 시전하기도 함. 펩 본인 또한 이런 공격 훈련은 뮌헨 바르샤 급 팀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음.
저는 이 글을 보고도 패킹(packing) 스탯을 2년 후에 접하고 나서야 이해하였습니다. 공을 소유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정말 기계와 같은 선수 배치가 핵심이지 짧은 패스플레이는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한 부산물 중 하나일 뿐이란 뜻이었습니다. 수비를 위한 점유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 감독을 또 하나 들자면 저는 콘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비를 위한 부산물과 같은 짧은 패스 플레이로 점유율을 올리는 행위에만 집착하는 감독들이 무수히 양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최연성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양산형 테란들처럼요. 그나마 양산형 테란들은 적당히 이기기라도 하지 주객전도된 축구를 시도하면 결국 볼을 돌리기만 하다 끝나는 비극으로 끝납니다. 당장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의 피해자라 생각합니다.
바르샤 축구하자며 비극의 문을 연 조광래는 국가대표를 1년 내내 같이 발을 맞추는 클럽과 착각한 듯 했습니다. 제가 이 땐 지금처럼 축구를 보지 않아서 더 자세힌 못 남기겠습니다. 그러고 홍명보가, 슈틸리케가 무작정 점유율만 올리자는 축구를 했고 결국 제대로 말아먹었죠. 그리고 지금 신태용 감독은... 2012년 성남에서 잘린 이유 중 하나가 점유율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었는데 반면교사가 그래도 절반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중요하다 싶은 경기에선 아예 내려앉는 442 대형으로 수비를 하니까요.
키엘리니의 비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봅니다. 원조 펩은 거친 수비가 팀에 도리어 손해가 될 수 있단 철학을 가졌을 뿐 대인 수비 스킬에도 엄청나게 공을 들인다 봅니다. 그런데 후방 전개에만 매료된 지도자들이 수비수들한테 패스만 가르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