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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론
1부의 목적은 만주키치를 중심으로 16/17 유벤투스를 회고해봄으로써 고유의 결론을 도출하는데 있고,
2부의 목적은 1부에서 도출한 결론을 토대로 17/18 유벤투스의 예상되는 변화를 서술해봄에 있습니다.
# 만주키치로부터 시작된 나비효과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난 시즌 유벤투스는 만주키치를 측면에 배치하는 시스템으로 굉장한 재미를 본 팀입니다.
이 특이한 선택이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빠르고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유벤투스의 양쪽 측면자원이 동일한 경기에서 기록한 히트맵을 비교해봅시다.
히트맵이 일반화하기 어려운 지표임을 고려하더라도 만주키치의 그것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굉장히 이질적이지요.
그래서 저는 만주키치를 윙어라기보다 ‘측면에서 뛰는 미드필더이자 공격수’에 가깝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깔끔하게 표현되지 않고 지저분해요.
이 지저분함은 곧 포메이션이라는 ‘질서’를 깨트리는 ‘변칙’이자 ‘의외성’이며, 그것을 상대해야 하는 감독과 선수들의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메리트가 확실한거죠.
‘자신의 질서 역시 아작나기 쉽다’는 디메리트를 통제하는데 성공한다면요.
# 폭탄물 처리반 케디라
표현하자면 만주키치는 피아구분 없이 터지는 폭탄인 셈이라, 그 주변 풀백과 미드필더는 매 상황마다 쌔빠지게 머리를 굴려가며 필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다음 행동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특히 풀백보다 국면 별 선택지가 다양한 미드필더의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이 때 케디라는 그런 자신의 역할을 완벽에 가깝게 수행하는 동시에 이따금씩 위협적인 득점 기회를 포착해내던 선수입니다.
팀 내 미드필더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음은 물론 어지간하면 교체조차 할 수 없던 자원이었지요. 운동능력이 저하된 마르키시오나 압박 저항력이 떨어지는 스투라로, 정체성이 애매한 르미나 혹은 갓 영입된 링콘 등에게 저런 중책을 맡길 순 없으니까.
# 8번 미드필더와 6번 미드필더
이쯤에서 잠시, 미드필더의 역할 특징과 보편적 조합을 번호로 구분해봅시다.
저 케디라는 ‘팀 내 다른 미드필더에 비해 넓은 전후 활동반경을 소화’하는 선수였습니다. 소위 8번 미드필더로 불리는 역할을 맡고 있었지요.
한편 저런 역할 특징으로 인해 이 친구들은 빌드업의 기점으로 활용하기 영 까다롭다는 한계를 지닙니다.
그래서 3선에서 안정적인 볼 소유권을 유지하고 싶은 구단들은, 8번 미드필더의 짝으로 ‘팀 내 다른 미드필더에 비해 후방의 고정적인 범위에서 활동하는’ 6번 미드필더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당 역할군의 선수들은 대개 평균 패스 횟수에서 팀 내 1위,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상위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특징을 띕니다. 대신 8번 미드필더처럼 넓은 범위에 영향력을 끼치진 못 하지요.
이와 같은 상호보완적 성격으로 인해 일반적인 허리라인 구성에서 8번과 6번은 하나의 세트처럼 이해되곤 합니다.
# 유벤투스의 허리라인 구성
자. 다시 유벤투스로 돌아와볼까요.
지난 시즌 이들은 8번 미드필더 케디라의 짝꿍으로 피야니치를 선택했습니다. 그렇다면 피야니치에게선 6번 미드필더의 특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런데 피야니치의 경기 당 패스 횟수는 팀 내 6위에 불과하고 스스로도 전진하는 경우가 잦다보니 활동반경에 있어 다른 구단의 6번들과 큰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피야니치 역시 6번보다 8번에 가까웠던 선수라 생각해요.
이와 같은 개인 견해가 참이라면 유벤투스는 일반적인 3선 조합을 꾸리지 않은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벤투스는 어째서 여타 구단과 다른 길을 모색했던 걸까요?
# 피를로가 위대했던 이유와 6번의 한계
이 남자가 위대한 6번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전방의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득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데 있습니다.
바꿔 말해 절대 다수의 6번 미드필더들은 저런 거 못 해요. 그들의 펀치 종류는 ‘경기양상을 컨트롤하는 잽’이지 ‘게임을 끝낼 스트레이트’가 아닙니다.
그래서 허리라인에 전형적인 6번을 기용하기 위해선 ‘미드필더 한 명을 후방으로 내려도 다른 선수들이 위협적인 찬스를 생성해낼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만족해야만 합니다.
# 6번과 측면 자원 사이의 상관 관계
저 전제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보편적인 선택지는 ‘우수한 측면 자원’을 활용하는 겁니다.
만약 역습이나 속공 위주의 팀이라면 주력이 뛰어난 윙어를 기용하는 것만으로도 6번 미드필더가 지니는 단점의 상당부분을 메꿀 수 있을 테지요.
그런데 지공 상황이 잦은 팀의 윙어들은 상대적으로 주력을 활용할만한 공간이 좁습니다.
그러다보니 유벤투스의 윙어들은 제한된 공간에서도 기회를 창출할만한 무기를 지녔거나, 볼 소유권을 유지하며 다음 기회를 노릴만한 기술적 능력 중 하나를 갖췄을 때 비로소 6번 미드필더의 단점을 메워줄 수 있어요.
만주키치는 저 조건에 해당하지도 않을뿐더러 애초에 일반적인 윙어의 역할을 소화한 적이 없습니다. 결국 유벤투스가 6번 미드필더를 기용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여부는 ‘나머지 측면 자원 한 명이 어떤 개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달려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6번이냐, 콰드라도냐.
콰드라도는 속공 상황에서 리그 최고 수준의 파괴력을 지녔지만 볼 소유권을 유지하는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라 지공상황에서 6번의 단점을 가려내기 어려운 선수입니다.
그런데 지난 시즌 유벤투스에게 이 친구의 가치가 여간 뚜렷한 게 아니었어요. 지공에 기초하는 팀이라 할지라도 속공이 필요할 때가 있기 마련인데 이 상황에서 콰드라도는 구단 내 어느 누구보다 기댓값이 높은 선수였으니까요. 반대편 측면자원이 만주키치인 걸 고려하면 더더욱 포기하기 힘든 개성이었지요.
결국 유벤투스는 허리라인 구성에서 6번 미드필더를 포기했고, 반대로 콰드라도의 단점을 가려내기 위해 케디라 뿐만 아니라 피야니치까지 전진시키는 시스템을 채택하게 됩니다.
# 필연적인 반대급부를 소화해낸 수비진과 최종 결론
지공에 기초하는 구단이 꼴랑 2명의 허리자원들을 모두 전진시킴으로써 그들의 수비수들은 ‘미드필더보다 높은’ 빌드업 부담을 떠안아야 했는데,
유벤투스로 하여금 이 어마어마한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게 했던 선수가 보누치입니다.
아무래도 실제 경기를 보는 것만 못하겠지만, 사실 통계 하나만 따져 봐도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유추 가능합니다. 보누치의 경기 당 패스 횟수는 미드필더 중 최다 횟수를 기록한 선수보다 10회 이상 높거든요. 압도적인 차이로 팀 내 1위를 기록한 선수였습니다.
세리에 A로 범위를 한정했을 때 해당 지표에서 미드필더와 수비수 간 수치차이가 저만큼 벌어지는 구단은 찾아볼 수가 없어요. 애초에 해당 지표에서 수비수의 그것이 미드필더의 그것을 상회하는 경우가 드물고, 웬만치 패스 능력 뛰어난 센터백들 보유한 구단들도 저런 리스크 감당하기 싫어하니까.
다시 말해 유벤투스가 일반적인 3선 조합을 꾸리지 않아도 괜찮았던 이유는 그만큼 빌드업에 있어 수비수들 - 그중에서도 보누치가 절대적인 기여분을 담당해줬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1부의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보누치가 떠난 이상, 이번 시즌 유벤투스의 미드필더들은 그간 수비진에게 미뤄왔던 빌드업 책임을 돌려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지요.
# 2부 예고
‘케디라와 피야니치가 기존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추가적인 부담을 소화할 수 있다’면 유벤투스는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이게 불가능하다면 유벤투스는 ‘주전 라인업 혹은 시스템의 변화’을 꾀할 필요가 있을 테지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2부에서 이어가보려 합니다.
Monsieur님 오랜만에 뵙네요. 고퀄의 글로 찾아오셨군요. 2부도 기대하겠습니당
원래는 산드로와 알베스 이야기가 포함된 글이었어요. 말씀하신 내용에 모두 동의하지만, 글의 분량을 줄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두 선수 관련 내용을 제외하게 되었습니다(...)
만주키치의 경우는, 음...
제가 아무리 고평가하더라도 측면자원으로서 만주키치는 '기술적인 한계'가 분명한 선수에요. 그러다보니 혼자서는 지공 상황에서 볼의활로를 개척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근데 지난 시즌 만주키치를 회상하면 저런 아쉬움이 나타났던 장면이 많지 않았단 말이죠.
전 이 부분에서 케디라의 공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수비국면에서 만주키치의 빈 자리를 커버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공격 국면에서도 만주키치 주변을 배회하면서 공의 활로를 만들어준 선수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산드로 역시 이 부분에서 상당부분의 공이 있는 선수지만, 아무래도 풀백보다는 미드필더가 봉착하는 상황이 더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전 케디라 없인 만주키치의 측면 기용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난 시즌'에는요ㅎㅎ
아하 역시 글의 분량 때문에 제외되었던 거군요 ㅠㅠ
다만 저는 만주키치의 변칙적인 기용에서 오는 디메리트를 케디라를 통해 보완했다는 말씀과는 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케디라와 피야니치야 말로 만주키치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선수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 이유는 만주키치가 활동량과 수비가담을 통해 수비시에 거의 완벽하게 플랫 미드필더의 형태를 형성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말씀하신대로 전형적인 8번롤이 없이도 유벤투스가 리그, 챔스에서 굉장히 적은 실점을 기록할 수 있게 해준 방법이기도 했고요.
또한 말씀드린대로 만주키치의 측면에서의 기술적 한계를 보완해준 것은 측면을 혼자 커버하면서 공격까지 도맡아하던 산드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케디라를 콕 찝어 윙주키치의 핵심으로 언급하신 부분이 다소 의아했습니다 ㅎㅎ케디라가 활동량으로 구석구석을 메워준 역할은 분명 잘해주었지만, 만주키치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멈춰진 상황에서 반대편으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공격루트를 창조해낸건 피야니치의 역할이 더 컸다고 기억하거든요.
오히려 케디라는 보누치-만주키치로 이어지는 후방 빌드업과 알베스의 오른쪽 빌드업, 그리고 중앙에서 피야니치-디발라로 이어지는 빌드업의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 이 이야기는 세매에서의 댓글로도 나왔더군요.) 케디라는 자신의 최대 장점인 포지셔닝을 통한 링크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었기에 주전으로 기용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에는 알베스, 보누치 없이 중앙에서 보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온더볼이 약한 케디라 입장에서는 맑과 마투이디를 밀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케디라를 만주키치의 수혜자라고 보는 관점 또한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케디라가 일방적으로 수혜를 준 입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 실점이 적었던 이유도 찰랑찰랑네드베드님 의견에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어요. 하지만 1부의 숨겨진 목적 중 상당부분이 '케디라에 대한 세간의 평가 상승'이었다보니 무게중심을 이 선수 쪽에 실은 글을 작성하게 됐네요ㅎㅎ
아마 2부에서 언급될 내용이겠지만, 저 또한 이번 시즌은 케디라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되지 않을까 싶어요. 기량하락의 문제가 아니라, 케디라가 보유한 틀이 유벤투스가 추구할 변화에 적합한지에 대해서 확신이 안서거든요.
근데 또 한편으론 저 케디라가 괜히 그 짱짱한 독일국대의 레귤러가 아니란 생각이 공존하네요. 어떻게든 적응할지도 모르겠어요. 알면알수록 재미있는 친구에요 점마ㅎㅎ
2부 기대하겠습니다!
유벤투스는 전부터 양풀백(윙백)의 팀 내 공,수 비중이 굉장히 컸다고 보는데 알베스가 나가고 대체자원이 없다보니 걱정이네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