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20-21 써드아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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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2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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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피에로와 유벤투스의 관계는 서류상으로는 끝났을 지 몰라도, 일반적으로 유벤투스 팬들에게 있어서 그 관계는 종결과 거리가 멀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영원하고 끝없는 아름다운 관계이기 때문이다.


2012년 5월, 유벤투스는 2003년 이후 첫 스쿠데토를 따낸다. 트로피를 다시 한번 정당하게 가져오는데 9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선수들은 즐겁게 뛰었고, 회장은 행복했으며 감독은 안도하고 팬들은 열광했다. 토리노 길거리는 축하의 인파로 붐볐고, 이 중에는 다른 국가나 대륙에서 건너온 팬들도 있었다. 일주일 후엔 슬픔과 기쁨이 뒤섞였다. 돌아오는 주말에 한 노장이 아탈란타 전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기 때문이었다. 승리한 팀의 한 팬이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는 아마 충격을 받아 지금 목격하고 있는 광경의 원인을 찾으려했을 것이다. 또 다른 칼치오폴리가? 마시모 모라티가 또다른 스캔들을 지어낸건가? 팔라찌 검사가 또 기만행위를 하는건가? 그 팬은 아마 이탈리아 최고의 팀의 재기를 보지 않을수도, 혹은 프리미어 리그로 눈을 돌렸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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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베 티포지는 토리노의 신이 떠나기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클럽은 "일 까삐따노"와의 잊을 수 없는 관계를 끝내버렸다. 유벤투스의 주장이자, 최다출장기록, 최다골기록.. 가히 신이라 할만하다.. TV를 보는 팬은 9년만에 되찾은 트로피의 기쁨이 큰 건지 아니면 "real 페노메논"과의 이별이 주는 슬픔이 큰 건지 분간할 수가 없다. 생방송을 보던 그는 결국 후자가 더 큼을 인정하게 된다.



많은 비안코네리 팬들은 여전히 그를 내보낸 클럽의 처사에 대해 토론했다. 우리의 캡틴이 우리의 클럽보다 위대한가? 유서깊은 이 클럽이 역사적인 캡틴보다 위대한가? 답이 어찌되었든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과연 델 피에로가 없는 유벤투스는 커다란 가치를 의미할 수 있었을까? 알렉스는 유벤투스가 아니었다면 유명한선수가 될 수 있었을까?



'탁월한', '최고의' 레벨을 보여주는 선수들은 여럿 있지만, '가장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는 차원이 다른 말이다. 위대함은 발롱도르를 타오거나 헛다리 몇 번을 짚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월드컵이나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한다고 거저 오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필드 안팎에서 다년간의 노력과 발전을 꾸준하게 보여준 선수에게만 붙는 묘사어다.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는 유벤티노 대부분에게 있어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이다. 우리의 캡틴으로서 19년간 클럽에 몸담았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리그 컵 우승과 수많은 스쿠데토, 한 개의 유러피안 컵. 알렉스는 이 모든 것을 유벤투스에서 이뤘다. (세리에 B를 포함한) 얻을 수 있는 모든 트로피와 개인상을 얻었을 뿐 아니라, 유베 서포터는 물론 축구 팬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alessandro-del-piero-juventus-scudetto-clap-italy알렉스는 아마도 우리가 본 선수 중 가장, 심지어 일 디빈 코디노(로베르토 바지오)보다도 뛰어난 선수일 것이다. 그는 공을 다룰 때 뿐만 아니라 오프더볼 상황에서도 어디서든 슈팅 스킬을 보여줬으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프리키커였다. 이것은 그가 필드 위에서 얼마나 뛰어난 선수였는가를 보여준다. 라 베키아 시뇨라의 그에 대한 의존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알레가 10개월 부상으로 아웃되자 지단이 있었는데도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선수들이 영입되고 성장했지만 이토록 오래 머무른 선수는 한 명 뿐이었다. 칼치오 폴리 당시 한 손엔 월드컵의 영광을, 다른 손엔 세리에 B라는 암울함을 쥐고 있던 그에게 사람들은 침몰하는 배를 버리라고 했지만, 그는 남았다. 침몰하던 배의 선장은 마침내 사상 최악의 풍파를 헤치고 나아갔다. 잔류의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진정한 신사는 그의 숙녀를 떠나지 않는다.”



이런 면이 바로 한 시즌만에 팀을 세리에A로 복귀로 이끈 선수의 위대함이다. 그 후 델피에로는 많은 기록을 경신해 본인의 이름을 올렸고, 혼자 힘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마드리드를 격침시킬 때 어시스트 랭킹에 아마우리의 이름을 올려주기도 했다. 몇 년 후 그는 팀을 스쿠데토로 이끌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유니크하게 만들었을까? 이브라히모비치, 아마우리, 보리엘로에게까지 기꺼이 선발을 양보해주기도 했다. 세리에 B로 강등되고, 두 시즌 연속 7위를 기록했고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 수없이 좌절된 팀을 지켰으며, 자신이 차지할 수 있었을 명성과 부와 영광을 포기했다.



핀투리키오는 이런 면을 종종 보여줬다. 11-12시즌 유벤투스는 레체와의 경기에서 베를루스코니의 마피아들을 상대로 정상을 다투고 있었다. 종료가 다가올 때까지 1-0으로 리드하고 있었으나, 지지 부폰이 치명적인 실수로 레체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모든 팀이 낙심했고 평온한 피를로조차 이것에 실망했었다. 교체로 나와 공격지역에 있던 델 피에로는 즉시 부폰에게 달려가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당대의 골키퍼에게 이런 배려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알렉스를 누구보다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부폰은 그런 자신감이 필요했지만 알렉스의 그 격려가 그를 최고의 문지기로 부활시켜주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면이 유벤티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만든 것이다. 시즌이 끝나고 알렉스는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유벤투스의 일부이다. 서류상으론 아닐지라도 우리 마음속, 유벤투스에 애정을 지니고 있는 모든 사람에겐 그렇다.



알렉스는 축구를 ‘싸커’라고 부르는 나라로 옮겨갔다. 유럽의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델피에로는 유벤투스와 같은 날 설립된 팀으로 가서 태평양 건너의 축구에 부흥을 가져다주었다. 동일본 대지진 때 자선 경기를 함으로서 세계에 공헌한 바 또한 크다. 언제나 “차세대 마라도나”나 “미래의 펠레”는 있겠지만 또다른 델피에로는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알렉스는 SNS를 통해 우리와 현재의 주장인 부폰에게 성공을 빌어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적에 낙심하지 말고 팀을 성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던 기쁨의, 다른 한편으로는 구세주가 떠났다는 슬픔의 눈물이 간직되었다. 만약 축구가 우리의 종교라면, 델 피에로가 신이고 유벤투스가 성지였을 것이다.

이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위대한 클럽과 위대한 선수간의 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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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uventiknows.com/del-piero-and-juventus-a-love-that-will-neve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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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20-21 써드아케 Lv.52 / 87,165p

Win the 57th match.
제 글은 당사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추천 자제좀ㅠ 알림이 너무 많이와요..

댓글 6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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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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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2
레지나가 아니라 레지아나. 그당시 레지나는 세리에 C에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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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2
생일날 유베에서의 첫골,,, 절대 못잊을겁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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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2
' 만약 축구가 우리의 종교라면, 델 피에로가 신이고 유벤투스가 성지였을 것이다. '
소름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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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2
그리운 알레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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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6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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