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9일 21시 38분
『보드카, 체홉 그리고 백조의 호수』의 작가, 박명용님이 문제의 그 러시아 기사들을 직접 번역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주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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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 『보드카, 체홉 그리고 백조의 호수』를 읽은 분들 가운데 축구팬들이 책에서 얘기된 쉐브첸꼬 기사를 자세히 알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당시 인터뷰 기사를 번역하여 올립니다. 기간은 2002년 6월 19일부터 6월 26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인터뷰 기사가 러시아 신문 스뽀르뜨 엑스쁘레스 (sport-express.ru)에 실렸습니다. 이 기사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메일로 저한테 보내 주신 몇몇 독자들에게 감사드리며 이 기사들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부분은 모두 번역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책에서 정확하지 못하게 “긴 글”이라고 쓴 것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과 쉐브첸꼬 팬들에게 사과를 드립니다. 정확하게 ‘인터뷰’라고 썼어야 할 구절입니다.

저에게 메일을 보내신 독자들께는 6개 인터뷰를 모두 번역한 다음 블로그에 올리겠다고 했는데 지금으로서는 모두 다 번역하는 일이 빠른 시일 안에 끝날 것 같지 않아서 이렇게 4개만 먼저 올립니다. 나머지 두 개도 빨리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또 한국과 관련된 얘기에서 벗어나는 부분에서는 번역을 중략했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번역이 모두 끝나면 제가 책에 이 인터뷰를 간단하게 소개한 이유, 스뽀르뜨 엑스쁘레스는 어떤 신문인가, 러시아 국내 축구 리그의 현재 상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쉐브첸꼬가 왜 하필이면 러시아 스포츠 신문에 인터뷰를 했는가 하는 질문도 들어와 있습니다), 2006년 월드컵 16강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우크라이나와 꼭 만났으면 하는 바램 같은 것까지도 얘기해 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제가 실수를 한 것에 대해서 독자 여러분과 쉐브첸꼬 팬 여러분께 사과드리며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어수룩한 저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해주신 몇몇 쉐브첸꼬 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탈리아가 떨어지면서 월드컵은 더 가난해졌다 - 2002년 6월 19일

                                  sport-express.ru/art.shtml?52087

질문: 쉐브첸꼬, 이탈리아-한국 경기 결과에 얼마나 실망했는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쉐브첸꼬: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이게 첫 번째구요. 두 번째로 경기 이름이 조금 다르지요: 한국-이탈리아. 지금 이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 대전 구장에 모인 4만 명이 넘는 관중들의 대단한 응원에 대해서는?

쉐브첸꼬: 이것도 물론이구요.

질문: 경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쉐브첸꼬: 이탈리아 팀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경기 시작 5분 만에 한국 팀이 페널티킥을 얻고 난 다음에는?

쉐브첸꼬: 믿을 수 있건 없건 간에, 안정환 선수가 뛰어갈 때 나는 부폰이 이길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질문: 공격수의 본능으로 말이지요?

쉐브첸꼬: 어느 정도는 말입니다. 나도 이따금 페널티킥을 찹니다. 여기에서 나는 골키퍼와 공을 차는 선수들의 얼굴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골키퍼는 경기 전체에 걸쳐서 그랬듯이 페널티킥 순간에도 평정심을 조금도 잃지 않았습니다. 안정환 선수는 분명히 흥분되어 있었습니다. 안정환 선수가 달려갈 때 부폰은 공이 어디로 날아갈 지 정확히 알았고 공을 막아냈습니다.

질문: 골을 넣지 못하면 반드시 골을 먹게 된다. 정확히 13분 지나서 우리는 이 얘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지요...

쉐브첸꼬: ... 토티가 왼쪽 코너에서 골포스트 가까운 쪽으로 공을 휘어 찼을 때, 땅에서 재빨리 뛰어오른 비에리가 머리로 공을 골대 아래로 때려 박았지요.

질문: 그런데 비에리가 뛰어오른 순간 비에리 옷을 붙잡았지요. 그 똑같은 반칙으로 에콰도르 심판 모레노는 이탈리아 골대에 페널티킥을 주었습니다. 만일 이탈리아 공격수가 골을 넣지 못했다면 심판은 페널티킥을 주었을 지, 어떻게 생각해요?

쉐브첸꼬: 비에리한테 물어보시지요. 아니, 이탈리아 감독 트라파토니한테 묻는 게 낫겠네요. 그는 이 질문에 자세히 대답할 것이고 심판 판정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질문: 저는 트라파토니와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가 그렇게 흥분된 모습은 오래도록 보지 못했습니다.

쉐브첸꼬: 16강전이라는 중요한 순간에 당신의 팀에 10명만 남겨놓는다면 흥분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게다가 조별 예선에서 정확하게 들어간 3골을 인정하지 않았으니까요.

질문: 하지만 트라파토니와 그의 팀에게는 다행히도 비에리가 한국전에서 넣은 골은 그래도 인정해 주었지요. 그렇지만 비에리와 그의 동료들은 기뻐하기 바로 전에, 제 생각으로는, 주심과 부심을 바라보았는데요.

쉐브첸꼬: 쉽게 설명할 수 있지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Кто обжегся на молоке, дует на воду).

질문: 그 순간 심판은 경기장 중앙을 가리켰는데...

쉐브첸꼬: 이때 나는 이탈리아 팀이 그냥 이기는 정도가 아니라 한 두어 골은 더 넣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질문: 정말로 넣을 수도 있었지요. 예를 들면, 토티가 정확하게 해준 패스를 토마지(역자: 누군지 모르겠군요)가 받았을 때. 하지만 토마지가 이 웅재 선수와 눈과 눈을 맞대고 있을 때 이 웅재 선수한테 운이 좋았지요. 비에리가 한 골 더 넣을 수도 있었구요. 하지만 경기가 끝나기 몇 분 전에 골라인에서 넘어지면서 찬 공은 높이 날아 갔구요. 당신의 밀란 동료 가투소는 연장 경기 전반에 골을 넣을 수 있었는데 골키퍼가 그 공을 골대 바로 밑에서 잡아냈지요. 세계 1급 마스터(master)들이 골을 넣기에 그렇게 좋은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을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쉐브첸꼬: 그럼 마라톤 경기를 다 뛰고 나서 조금 쉰 다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선수에게 10킬로미터 더 뛰라는 제안을 하는 것인가요. 마라톤 선수는 아마도 연습할 때 지구력을 최대한 늘려서 이 장거리를 뛰겠지요. 하지만 결과는 기록과 얼마나 거리가 먼지! 여기에 왜 내가? 이탈리아 리그가 끝나갈 때쯤이면 얼마나 피곤한 지 운동장에 나가서 익숙한 허세를 부리기 위해 마지막 결승선까지 자기를 추스르도록 하기 위해? 이것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어느 쪽에 경의를 표하는지 이해하기 바랍니다.

질문: 짐작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더 얘기하지 않겠다는 건지...

쉐브첸꼬: 오늘은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는군요. 마음으로는 나도 축구의 달인(master)들로서 존경해 마지않는 내 밀란과 세리에 A 동료들과 대전 운동장에서 함께 했습니다. 스타들이 월드컵을 떠나야만 할 때, 베켄바워가 제대로 지적한 것처럼, 월드컵 경기는 고아가 됩니다(сиротее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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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말라구

 

댓글 1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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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0
이탈리아를 옹호 하는 발언은 있어도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은 없는걸로 판단데는데..;;
왜 논란이 되는지....이해가 안가요..^&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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