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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8일 15시 37분

이탈리아의 유로 선전으로 후끈 달아오른 이 시점에서, 저는 잠시 삐딱선(!)을 타고 여러분께 한 남자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언급빈도가 높아진 인물이지만 얼굴까지 알아보시는 분은 많지 않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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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체를 볼 일이 드문 이 사람은 ‘지암파올로’라는, 대다수의 팬들에게 소위 ‘듣보’에 가까운 감독입니다. 작년 사리 감독의 후임으로 엠폴리에 둥지를 틀었던 이 감독은 인수 문제가 겹쳐진 밀란과 진한 염문설을 뿌리고 있었고 현재는 무직인 상태입니다.

 

현재 차기 밀란의 감독으로 가장 유력해보이는 후보는 몬텔라고, 꼭 몬텔라 뿐 아니라 물망에 오른 여러 감독들에 비해 지암파올로는 ‘명성’과 ‘검증’이라는 키워드에 있어 약세일 수 밖에 없으니 이 남자를 영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던 팬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저는 밀란이 다음 타자를 고려할 때 이 감독이 상당히 괜찮은 초이스이자, 그것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사유를 지니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해당 글을 통해 제가 알던 사리 / 지암파올로의 엠폴리, 그리고 밀란에 대한 ‘짤막 썰’ 을 풀어보려 합니다. 정말 주저리주저리 식의 ‘잡설’일 거에요.

 

자. 먼저 사리의 엠폴리부터 뜯어봅시다.

 

사리 감독과 함께 1부 리그를 밟은 14/15 시즌의 엠폴리는 마켓 밸류 측면에서 리그 19위로 평가받는 구단이었습니다. 여느 승격팀과 마찬가지로 그들 또한 기대 받지 못하는 하위권 팀이었어요.

 

통상 이런 하위권 팀들의 운용에서 우선되지 못 하는 가치가 점유율입니다. 보다 정확히는 우선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저건 스쿼드 질이 낮을 때 취하기 어려운 가치니까요. 허나 당시 사리 호는 이 수치가 리그 7위에 해당하는 ‘상당히 이질적인’ 승격 팀이었습니다.

 

물론 점유율 수치가 순위를 대변하지 못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자명한 이야기입니다. 수치가 낮더라도 순위가 높은 구단과, 수치가 높더라도 순위가 낮은 구단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강등당한 구단 중에 점유율이 높았던 구단을 찾아라’ 하면 그 순간부터 그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되고, 개인은 이에 대해 ‘볼 소유권의 확보가 최고를 보장할 순 없으나 최악은 회피하게끔 한다’는 주관적 결론을 맺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승격 구단의 지상 과제인 강등을 회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1부리그에서도 공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팀을 구축한 사리 감독의 결과물을 특질적인 동시에 대단한 업적이라 평가하고 있어요.

 

허나 엠폴리는 14/15 시즌 종료 이후 그런 사리 감독과 발디피오리, 베시노 등 기껏 가꿔놓은 아이덴티티의 절반 이상이라 평가해도 모자름이 없을 인원들을 몽땅 드랍하고 말아요.

 

그리고 ‘드또보도모탄’ 감독이 등장하니, 이 남자가 글의 주인공 지암파올로입니다.

 

상대적 약팀일수록 주전급 자원의 이탈은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나 그걸 메꾸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지요. 더군다나 대부분 재정적인 열약함으로 인해 이적료 수입을 그대로 스쿼드에 재투자할 수 없으니 당시 지암파올로가 마주했던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하긴 어려울 겁니다. 유지는 커녕 강등권 싸움을 걱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판이었어요.

 

이 상황에서 지암파올로는 전년보다 5계단 상승된 10위로 15/16 시즌을 마쳤고, 제 기억이 맞다면 전반기 종료 당시에도 그들의 성적은 8~9위에 랭크되어 있었을 겁니다. 꾸준했어요.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지암파올로의 엠폴리 역시 여전히 공의 소유권을 중시하는 축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지암파올로는 발디피오리와 베시노의 공백을 리그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긴 바 없는 선수들로 완벽에 가깝게 대체했어요.

 

통계에서 벗어나 15/16 시즌 엠폴리의 축구를 보다 직관적으로 바라볼 시 그들은 윙 플레이어를 배제한 4-3-1-2 시스템을 사용했고, 작성자 개인 관점에서 그런 엠폴리의 주축자원은

 

왼측면을 도맡은 윙백 마리오 후이.

후방기점 역할을 맡는 파레데스.

전진성을 갖춘 3선 지엘린스키,

득점 / 도움 양면의 덕목을 고루 갖춘 2선의 사포나라,

활동 반경이 넓은 유스 출신 톱 자원 푸치아렐리 등이었습니다.

 

저기서 수식어를 남기고 이름을 지워봅시다.

 

무언가 익숙한 잔상이 떠오르지 않나요?

 

네. 저건 과거 밀란의 운용과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물론 퀄리티 면에서 엠폴리의 시스템을 과거 밀란의 그것과 빗댈 수는 없을뿐더러, 엄밀히 말하면 저 위에 5명 중 4명은 사리 감독 때부터 꾸려져 있던 멤버들입니다. 스쿼드의 기틀을 다진 건 지암파올로가 아닌 사리에 가까울 거예요.

 

그러나 주춧돌이 빠져버린 스쿼드를 물려받아, 로마에서 자리 못 잡은 유망주 하나를 끼워 넣어 베스트 영 플레이어 수준의 선수를 배출하고, 지엘린스키를 완연한 주전으로 끌어올려 막힘없는 성장을 이끌어내면서도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며 선수단 전반의 가치 상승 뿐 아니라 리그 순위까지 잡아낸 건 사리가 아닌 지암파올로입니다.

 

다소 상황이 다르지만 저 둘의 관계도는 유벤투스에서의 콘테 / 알레그리와 닮아있습니다. 따지자면 저는 ‘콘테는 분명 대단한 감독이었으나, 그렇다고 알레그리의 업적이 폄하되어선 안 된다’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잠시 튄 이야기를 돌려 다시 지암파올로와 밀란을 겹쳐봅시다. 훌륭한 성과를 낸 지암파올로에게 밀란은 유사성향의 질 높은 바둑알을 쥐어줄 수 있을만한 팀이지요.

 

‘심지어’ 거액의 투자자금이 없어도요. 저는 밀란이 인수된다 하더라도 스쿼드를 물갈이할 만큼의 영입자금이 주어지진 않을 거라 보기에 이것 또한 큰 메리트로 인식하고 있어요.

 

둘 다 기대되는 젊은 감독이지만 ‘밀란에겐 지암파올로가 일전에 거론되던 디 프란체스코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지다’라는 개인의 판단이 여기서 발생합니다. 감독에 따라 달라질 거라 예상되는 변화 폭을 고려할 때 그는 현재 거론되는 어떤 감독보다 위험 부담이 적어요. 밀란이 자국 출신 감독을 찾는다면 지암파올로보다 확률 높은 복권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재정적으로 열약할 뿐더러 차포마저 떨어진 승격 2년 차 구단에 새로 부임해 유망한 자원의 성장과 성적 상승을 동시에 이룩한 감독, 그게 제가 짤막하게 ‘금칠’한 지암파올로에 대한 정리입니다. 작년 제가 그에게 느끼던 아쉬움은 ‘스쿼드의 한계였다’ 라는 변명으로 덮을 수 있는 범주 내였어요. 이 쯤 되면 ‘영 이탈리안 드림’과 도약을 동시에 꿈꾸는 듯한 지금의 수뇌부가 왜 지암파올로 같은 무명 감독을 고려하는지에 대해 납득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암만 금칠하더라도 그의 짧은 경력은 사이즈가 큰 구단일수록 크게 다가올 밖에 없는 단점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어요.

 

그러나 수식어가 ‘경력이 짧은 무명감독’만으로 국한되는 것 또한 아쉽습니다. 작년의 지암파올로는 디 프란체스코와 함께 세랴에서 가장 반짝이던 젊은 감독 중 하나였고, 꼭 밀란이 아니더라도 다음 구단에서의 행보를 기대해볼만 합니다.

 

뭐 그냥.

 

‘여기도 나쁘지 않아요. 제가 아는 지암파올로는 무시받긴 아쉬운 감독입니다. 외려 다른 감독 군들보다 더 나을만한 요소도 갖추고 있어요.

 

정도의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요.

 

이야기가 종장에 이르렀으니 고백하건데 솔직히 작년 몬텔라와 비교한 글을 작성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개인 욕심을 실현시키기엔 제가 작년 몬텔라 호의 경기를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세랴의 삼도리안 님에게 양도하는 것이 아름다운 그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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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sieur Lv.9 / 929p
댓글 16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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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덕분에 지암파올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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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세랴에 올리자마자 첫댓글부터 반박을 당해서 혹시 글을 잘못 썼나하는 우려가 생겨요. 아주 뛰어나다보다는 잘 한 부분을 무시해선 안 된다에 가까운 작성 의도였는데, 혹 글이 정갈하지 못해 그렇게 보이지 않을시엔 적절히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저두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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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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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근데 분위기 보니까 몬텔라 오피셜 오늘 내일 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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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네 그런가보더라고요. 작성 타이밍을 넘나 잘못 잡은 것(...)
부드럽게 잘 읽히는 글이네요.
밀란도 매번 땜빵식의 감독 선임이 아닌 제대로 된 플랜과 영입으로 제발 반등 좀 해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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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감사합니다! 밀또속이 되지 말아야 할텐데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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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얼마전까지만해도 이분이 밀란감독 최유력후보였던것 같은데..몬텔라로 선회했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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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그런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지암파올로의 밀란에 대해 내심 기대하고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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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우리랑 할때도 그렇고 이번시즌 엠폴리 경기 보면 잘 만들어진 팀이라는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다만 좀더 검증이 필요하긴 할거같아요. 잘 만들어진 팀이 항상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라는 사례도 많이 봐서.. 예전에 과외 알바할 때 느꼈던 건데 하위권에 있는 학생들 가르치면 성적도 쭉쭉 오르고 나름의 성취감도 느꼈는데 상위권 학생들 가르치다보면 등수 한두계단 올리는게 이렇게 힘든가.. 싶고 오히려 유지하는 것도 빡쎄다는 느낌을 받아서;; 엠폴리가 초반엔 유로파권도 들어오고 출발이 좋았는데 중후반으로 갈수록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서 좀 안타까웠네요. 선수유출이 많을 엠폴리보다 밀란가서 능력을 제대로 보고싶었는데 몬텔라라니.. 몬텔라 밀란엔 어울리지 않아보이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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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기왕이면 경험이 많을수록 좋겠지만, 사실 그런 감독들은 현재 밀란이란 독배를 냉큼 집어마시지 않습니다. 차마 세랴엔 이렇게 댓글을 남길수가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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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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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리에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쉽게 알수없는 하위권 팀, 무명감독에 대한 글이라니 정말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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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감사합니다. 이걸 누가 관심가지려나하면서도 쓴 보람이 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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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9
잘 읽었습니다. 팀을 재건하고 그것을 더욱 갈고닦았다는 점에서 콘테-알레그리 감독님과 정말 유사하네요.

큰 틀을 유지하며 발디피오리와 베치노를 파레데스와 지엘린스키 등으로 대체했다는 말씀이시지요? 한 번에 엠폴리의 최근 동향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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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9

네 맞아요 ㅎㅎ

 

14/15 시즌의 지엘린스키가 제법 많은 출장기회를 부여받는 젊은 선수 정도였다면, 15/16시즌의 지엘린스키는 엠폴리의 핵심 조각이었어요. 파레데스 또한 주목받는 유망주였지만 아직 이렇다할 스타일이 구축되지 않은, 어디까지나 로마입장에선 '일단 다른 데 가서 젖 좀 떼고 와야 할' 선수였는데 지암파올로 밑에서 당초 예상보다 처진 위치에 기용되며 자기 개성을 형성해 냈지요. 마침 케이타가 나갈 로마에게 참 적절한 모습으로.

 

둘 중 기량 완성도가 높은 쪽은 아무래도 지엘린스키겠지만, 두 선수 모두 리그 내 유로파권 정도 위상의 구단에서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해볼만큼의 기량은 갖추고 있다고 봐요. 실제로 상위권 구단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는 문제지만 기대는 되네요 ㅎㅎ

 

이 구단 재미있어요. 아니, 재미있었어요. 내년엔 또 아예 다른 팀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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