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H

  • six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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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2일 14시 38분
1장 : http://www.juventus.kr/index.php?mid=talk&category=3703315&document_srl=3739064





부상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진국이었다. 인내심의 끝자락은 이미 하얘졌다. 칙칙포그포그 달리던 기차는 맨체스터에 멈췄다.

창문을 열자 흐릿하게 넘어오는 안개비에 소매를 적시자, 배 나온 중년의 남자는 맞은 편에 앉은 요란한 머리의 청년을 향해 소리쳤다.

"P, 그만 자고 어서 짐 싸! 지금 맨체스터에 도착했다. 밖에 Z가 마중 나와있으니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라고."

P는 잠결에 취한 채 낯선 창가의 모습을 찌푸린 표정으로 응시했다. 흐릿한 창가와 익숙치 않은 안개비, 알프스의 산자락 대신 뿌옇게 차오르는 매연. 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었지만, 긴 휴식 끝의 경쾌함과 산뜻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햇살조차 보지도 못한 일요일 저녁부터 짜증과 피로가 밀려오듯 그에겐 기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마음 한 구석에서 언짢은 뒤끝이 영 가시질 않았다.

"P, 당신이 와서 이 곳의 어수선한 상황을 좀 봐주었으면 하는데."

수화기 너머로의 만남이 Z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던 P는 불현듯 또다시 짜증이 났다. Z와의 일은 아무래도 나쁠 게 없었지만, 한때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었던 맨체스터의 대머리 아저씨가 아무래도 영 못미더웠던건가. 그의 곁에 있던 많은 동료들은 근래들어 그의 곁에 있을 때엔 썩 유쾌했다고는 했지만, 결국 모든 일들이 뒤틀어지고 말았다는 최근의 소문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가정에도 충실하지 않다는 소문이 이에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쪽 업계 돌아가는 게 다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라곤 하지만 그의 영웅이자 친구였던 H의 모습에 익숙했던 P에겐 이질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기차에서 앉아있다가 가방을 꺼내려 일어선 P의 사방이 핑 돌았다.





"이건 미친 짓입니다. D, M 모두 다쳐서 함께할 수 없는 거 뻔히 알지 않습니까?? 그런데 뮌헨에서 우리가 뭘 믿고 공격적으로 나간다는 거죠??"

P는 A 팀장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소리쳤다. 비록 얼마 전 내기농구에서 번번히 패하곤 했지만, 이렇게 얼굴이 벌개지며 공격적으로 말을 내뱉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미소를 지으며 평온한 얼굴의 A를 보는 사람들이 민망해질 지경이었다.

"대체 왜 당신은 혼자 무사태평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입니까??"

아무리 추궁해도 A는 입을 열지 않았다. P는 답답한 마음에 훈련을 멈춘 채 머리를 쥐어매고 있었다. 한참 뒤에 서쪽으로부터 노르스름하게 하늘이 익어가자 그의 입술도 나직이 열렸다.

"내일 보자고. 다들 수고했어."



"오늘은 슈라스코 대신 슈바인학센이다!!!"

호텔 방문을 열어제끼며 H는 해맑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왁자지껄 네 가지 웃음소리가 아빠를 부르는 소리와 뒤범벅이 되어 그의 앞으로 쏟아져왔다.

"안데르송, 당신 내일도 유급휴가야?? 이렇게 기름진 거 사오는 거 보니.."

아내는 그늘진 웃음을 애써 지으며 H의 양손에서 슈바인학센을 건내받아 주방으로 가져갔다. 근 몇 달 동안 그녀의 남편은 이따금씩 토리노의 일터에서 모습을 드러내곤 했지만, 그 때 마다 동네 주민들의 수군거림은 갈수록 커지기만 했을 뿐이었다. 차라리 그가 직장에서 급여만 받으며 집에 있는게 이 도시를 위해 더 낫겠다는 주민들의 속삭임은 어느덧 학교에까지 들려오곤 했다. 로마에서는 그렇게 쾌활하기 그지없던 아이들은 언제부턴가 웃음소리가 줄어들더니 언제부턴가 아이들의 얼굴을 볼 때면, 천진무구한 천사의 햇살 사이로 차가운 토리노 도시의 잿빛이 종종 내비쳤다.

"여보, 내가 괜히 학교에 현장학습 휴가 내서 놀러오자고 했겠소?? 내일 아이들하고 나 구경할 준비는 다 해놨지??"

칼질이 서툰 막내에게 먹기 좋게 슈바인학센을 썰어주던 H는 파울라너를 한 모금 목 뒤로 넘기며 베란다 너머 알리안츠 아레나의 조명을 응시했다. 시시각각 색깔이 변하는 곡선을 따라 지난 몇 년을 떠올렸다. 로마에서 맑았던 날씨는 밀라노에서 흐려지더니 급기야 토리노에 온 후로 폭우가 쏟아졌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도 난색을 표하다가, 이내 A 팀장의 뜻을 따라 열심히 맡아보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이전에 궂은 일을 도맡다 떠나간 P를 얘기하며 수군대기만 할 뿐이었다. 한창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그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굵은 땀을 흘렸지만, 어느 날 아이들의 표정 사이로 먹구름이 비칠 때면 그의 눈가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더니, 때로는 빗방울이 맺힐 때도 있었다. 굵은 빗줄기 사이로 그는 얼굴을 들어 뮌헨의 하늘을 향해 나지막이 되뇌였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A는 규정대로 명단을 제출하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위에서부터 열한개 이름의 스펠링을 훑어내리다 한 글자에서 멈추어 소리쳤다.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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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ic Lv.33 / 17,769p

하하하

댓글 3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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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2

이거 필력이 W 작가님급인데 무플이네요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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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2
W는 글쓰기 단축키의 W인가요

아니면 Werder Isan의 W인가요

아니면 제가 모르는 다른 누군가의 이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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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H르갓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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