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골
  • 07. 09. 21

바티스투타와 호날두의 '눈물'

축구,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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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렌티나를 격침시킨 결승골로 눈물지은 '마지막 로맨티시스트' 바티스투타

AC 피오렌티나의 영웅을 머릿속으로 떠오르면, 로베르토 바조와 가브리엘 바
티스투타가 떠오른다. 특히 바티스투타와 피오렌티나의 '관계' 는 마치 한 편
의 영화와도 같다. 바티스투타는 1991년 아르헨티나 명문 보카 주니어스에서
피오렌티나로 이적한 이후부터, 약 9년동안 오직 피오렌티나를 위해 뛰어왔
다. 피오렌티나가 2부 리그로 강등되어, 바티스투타 같은 스타 플레이어 정
도면 다른 명문 클럽으로 이적할 수 있었지만 바티스투타가 선택한 것은 바
로 피오렌티나 잔류였다. 그는 그렇게 1991년부터 2000년동안 피오렌티나의
흥망성쇠를 함께 해왔다.


하지만 피오렌티나는 바티스투타, 후이 코스타, 누누 고메스 등 막강한 공격
자원들과 이탈리아 국가대표 골키퍼로 각광받았던 프란체스코 톨도가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늘 우승권에서는 아쉽게도 인연이 없었다. 분명 실력있는
클럽이었지만 피오렌티나보다 더 강한 클럽들은 이탈리아 프로무대에서 널
리고 널렸다. 결국 바티스투타는 '리그 우승' 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정
든 피오렌티나를 떠나 2000년 AS 로마로 이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오
렌티나 팬들은 바티스투타의 이적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빛나는 앞날을 희망할 뿐이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무대는 물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단연 최고였던
'우승 청부업자'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지휘 아래 00-01 시즌 거침없는 행보
를 기록하던 로마는 바티스투타의 영입으로 인해 더욱 더 탄탄한 공격진을
마련할 수 있었다. 피오렌티나에서 동상을 세워줄 정도로, 클럽을 상징했던
바티스투타는 로마에서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 상승 무드를 타고 있었다. 그
런데 이탈리아 프로무대에서 로마와 피오렌티나는 어쩔 수 없이 여러번 만
나야하는 상황이었다. 새삼스럽게 느껴질지는 몰라도, 분명 바티스투타는
로마 소속으로서 피오렌티나 골문에 조준하고 슈팅을 때려야 마땅했다.


00-01 시즌 세리에 A AS 로마 vs 피오렌티나전이 바로 그것이었다. 정확
한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아 몇 라운드였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바
티스투타는 동료 선수들인 토티, 톰마시, 자구, 기고 등과 함께 피오렌티
나를 격침시켜야하는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피오렌티나 서포터들이
보는 앞에서 바티스투타는 피오렌티나 골문을 계속해서 두드리기 시작
했다. 하지만 바티스투타의 맹공을 피오렌티나 GK 톨도 (현재 인테르
밀란) 가 보이는 족족 다 막아내서, 말 그대로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후반전, 절대적으로 로마의 맹공에 물러서지 않았던 피오렌티나에게 헛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로마는 좌우 사이드와 중앙 등 가리지 않고 피오
렌티나 문전을 과감하게 저격하였다. 결국 브라질 출신의 로마 센터백
카를루스 자구 (Zago) 가 우루과이 출신의 로마 오른쪽 윙어 지안니
기고에게 크로스를 올려줬다. 기고는 그 크로스를 중앙에서 돌아들어
오는 바티스투타에게 헤딩으로 연결해줬고, 바티스투타는 돌아들어가
는 액션을 그대로 취하면서 강한 오른발 논스톱 슛을 때렸다. 결국 그
슛은 점프하면서 다이빙하던 톨도의 키를 넘겼고, 피오렌티나 골문을
시원하게 뒤흔들었다. 1-0.


카펠로 감독은 약간 지지부진하면서도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던 경기
가 바티스투타의 골로 한층 승기가 밝아지자,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코칭
스태프들과 기쁨을 나눴다. 하기사 로마 선수들은 얼마나 더 기뻤을까.
바티스투타의 동료들은 모두 바티스투타에게 달려가서 한번씩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골 세레모니를 해줬다. 하지만 바티스투타는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으면서, 좋아하는 기색은커녕 얼굴을 푹 숙이고 두 손으로 이
마를 감쌌다. 그렇다. 9년동안 희노애락을 같이 했던 친정 클럽 피오렌
티나를 상대로 골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팀의 주장 프란체스코 토티는 바티스투타를 달래주기 위해 자신의 어
깨로 번쩍 들어올리기도 하였다.


이 사건이 바로 바티스투타로 하여금 '그라운드의 마지막 로맨티시스
트' 라는 별칭을 붙게 만들어준 계기가 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대표적인 스트라이커로써, 그리고 이렇게 피오렌티나의 끈끈한 애정
을 과시하면서 피오렌티나의 영원한 영웅으로 기억되었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그의 결승골로 인해서 로마는 피오렌티나를 1-0으로 이
겼는데, 바티스투타는 끝까지 피오렌티나 팬들에게 눈물을 지으면서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피오렌티나 서포터들은 이날 경기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박수와 갈채를 바티스투타에게 보냈다.


어느새 적팀의 대표 스트라이커가 되어버린 바티스투타에게 넓은 관
용과 아량의 품으로 감싸서 다듬어주었던 피오렌티나 서포터들, 그리
고 비록 결승골을 뽑았지만 들뜬 분위기로 포효하는 바티스투타 특유
의 골 세레모니가 작렬하기는커녕, 오히려 눈물을 지으면서 고개를 떨
구는 모습을 보였던 바티스투타. 이탈리아 프로축구 무대를 뛰어넘어,
축구판에서 벌어졌던 한 편의 각본 없는 영화나 마찬가지였다.







스포르팅 팬들에게 눈물과 사과 제스쳐로 미안함을 표시한 호날두

2007년 9월 20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주제 알발라제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던 07
-08 챔피언스리그 F조 첫 경기 스포르팅 리스본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스포르팅 리스본' 출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후반 17분 웨스 브라운의 크
로스를 환상적인 다이빙 헤딩 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결국 호날두의 결승
골로 인해서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승을 챙길 수 있었다. 최근 팀의
명성에 걸맞잖은 지지부진한 리그 행보 및 여러가지 스캔들로 인해서 뒤숭숭
했던 맨유였는데, 호날두의 어웨이 결승골로 인해서 조금 더 산뜻한 재출발을
할 수 있었다.


호날두는 다이빙 헤딩 슛으로 골을 터트린 다음, 그라운드에 잠시 누웠다가 곧
바로 일어나서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흰색/초록색 줄무늬의 스포르팅 리스본
저지를 입고 응원하는 스포르팅 서포터들에게 멍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결
국 두 손을 모아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취하기 시작했다. 평상시 경기 같았으
면 호날두 특유의 발랄한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골 세레모니를 했을텐데,
자신을 세계 최고 무대에까지 도달시켜준 스포르팅 리스본 앞에서는 결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계속 두 손을 모아 스포르팅 서포터들에게 미
안하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맨유 동료들이 달려와서 기뻐해줘도 그냥 인사
치레식으로 답했을 정도였다. 호날두는 머리를 푹 숙이고, 두 손을 모아 위
로 올려보이면서 계속 미안하다고 제스쳐를 취했었다.


주지하다시피,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스포르팅의 위
대한 선배 오른쪽 윙어 루이스 피구 (인테르 밀란) 의 뒤를 이어, 스포르팅
클럽은 물론 포르투갈 축구에서 가장 촉망받았던 신예 자원이었다. 히카르
두 콰레스마 (FC 포르투) 와 함께 말이다. 결국 호날두는 프리시즌에 펼쳐
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스포르팅 리스본전에서 멋진 활약을 선보였
고, 그것을 본 알렉스 퍼거슨 경 감독이 03-04 시즌을 앞두고 호날두에게
맨유 유니폼을 입혔다. 그리고 베컴에서 멈춘 등번호 7번을 그에게 부여
했다.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고, 현
재에 와서는 세계 최고의 윙포워드 및 윙 미드필더가 되어버렸다. 심지
어 06-07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득점왕 디디에 드로그바 (첼시) 와 함께
득점 최상위권에서 자웅을 겨룰 정도였었다. 하지만 언제나 호날두는
자신을 키워준 8할의 스포르팅 리스본에 대한 애정을 틈만 나면 드러
냈었고, 언론 인터뷰에서도 스포르팅 리스본의 광팬이라고 밝혔었다.
자신의 진가가 최종적으로 드러난 유스팀은 다름아닌 스포르팅이었
고, 인재 발굴과 성장으로 유명한 스포르팅 리스본의 첨단 기술에 의
해서 만들어진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날두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F조에 스포르팅 리스본
과 한 조가 된 것에 대해 굉장히 신경쓰였을 것이다. 거기다 보태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왼쪽 윙 미드필더 나니도 불과 1년전만 해도
스포르팅 리스본 유니폼을 입고 뛰었었다. 스포르팅과의 인연이 각별
한 두 선수가 있었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포르팅 리스본의
대결은 특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첫번째 경기에서 붙었
고, 호날두는 리스본의 홈 구장 주제 알발라제 스타디움에서 결승골
을 터트렸다. 그리고 미안함과 회한이 뒤섞인, 눈물을 지어보였다.


물론 호날두의 눈물과 바티스투타의 '눈물' 을 동일시할 수 없다. 호날
두는 아직 바티스투타에 비견해서 그 정도로 고평가받을만큼 대단한 플
레이어의 수준에 올라와있진 않다. 그리고 호날두의 독단적인 플레이와
자기 도취에 빠져버린듯한 거만한 인상 때문에 호날두를 싫어하는 안티
세력도 적잖다. 그래서 호날두가 스포르팅 리스본전에서 골을 터트리고
미안한 제스쳐를 취한 것을, 감히 바티스투타가 로마 저지를 입고 피오
렌티나 골문에 결승골을 작렬시킨 '한 편의 영화' 같다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 비판 세력도 많고 또 그만큼 팬층도 두터운 '월드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겨우 22세 나이의 젊은 선수다. 그는 분명 거만
하고 볼썽사나운 태도를 자주 보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스포르팅 리
스본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순수한 본성이 숨어있긴 하다. 그래서 호날
두의 '스포르팅전 결승골 후 눈물 및 사과 제스쳐' 는 작위적이라고 감
히 비판하기는 힘들 것이다. 분명 그는 스포르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 팀에 대한 애정이 충만하다. 그 점에서는 바티스투타의 '피오렌티나
사랑' 과 비견해도 모자랄 것 같지는 않다.





- 이 글은 SAA, 사커라인 등지에도 올려진 글입니다. 그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지적해주시기 바랍
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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