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3일 18시 42분

 

 

파비오 칸나바로 릴레이 칼럼

 

>주변에서 말하는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

 

이번 시즌은, 내 자신에 관해 말하자면 언제나와 여러 면에서 다른 1년이었습니다.

가장 컸던 것은 왼쪽 정강이에 금이 간 채로

한 시즌을 걸쳐 플레이하지 않으면 안되었다는 것이었어요.

수술도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면 한 달간은 전선이탈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살살 플레이하자고 결정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조금만 달리면 꼭 아프고, 무리하면 염증이 생겨서 붓기도 했어요.

때로는 소염진통제 주사를 맞고 플레이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게 이번 시즌의 플레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거짓일 겁니다.

어쨌든 달리는 것 만으로도 아팠으니까.

시즌이 끝난 지금은 간신히 부담을 주지않고 안정되게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걸로 (정강이의) 금도 붙게 되겠지만,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정말로 수술하지 않으면 안될지도요.

 

하지만 시즌을 총정리해 생각해보면

꽤 만족할 수 있는 1년을 보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크게 기뻐할 만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합격점을 줄수 있지않을까나.

7년간을 보낸 파르마에서 인터로 이적한 것은 커다란 변화였지만,

밀라노란 새로운 도시에도 인터란 클럽에도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고요.

 

결과적으로 어떤 타이틀도 따지 못했다는 현실만을 본다면,

확실히 멋진 시즌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터의 이번 시즌은 주변에서 말하는 정도로 심한 것은 아니었어요.

잊지 않아주었으면 하는 것은

유베와 마지막까지 스쿠뎃토를 다투었던 것은 우리들이었다라는 것.

남은 두 시합의 시점에서 결국 힘을 다해 버렸지만,

시즌을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선두의 자리에 있었던 것은,

분명히 우리들이었습니다.

뭐, 중요한 것은 최후의 결과라고 이야기한다면야,

'맞습니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겠지만요.

 

유베와 서서히 차이가 벌어져 버린 가장 큰 원인은,

부상자가 많았다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요한 시합이 많았던 2, 3월에는 주력멤버의

누군가가 반드시 전열을 이탈해버렸으니까요.

챔피언스 리그가 재개되고, 3일 간격으로 시합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때에,

인터는 간신히 멤버들이 모이냐 모이지 못하냐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마르틴스같이 우수한 인재가 유스에 없었다면,

챔피언스 리그에서 4강까지 올라갈 수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마침 그 때 유베는 아주 좋은 컨디션으로

실수로 승리를 놓치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기가 승부의 분기점이었습니다.

밀란이 기세가 꺾인 것도 우리들과 같은 때였고요.

 

그리고 마지막 한 달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한 달 동안에,

팀은 가장 의지하는 스트라이커, 즉 보보 비에리를 부상으로 잃어버렸습니다.

확실히 그 시기에는 크레스포도 복귀했었고,

인터에는 다른 우수한 공격수들이 있었지만,

역시 보보의 부재는 컸어요. 그건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두 시합 모두 무승부였는데...

 

내용적으로 말해 인터의 축구가 밀란이나 유베와 비교해서

한 단계 떨어진다, 라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건 우리들의 싸우는 방식, 팀의 전술 컨셉으로부터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스펙터클이란 점에서 말하자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팀 전체가 아랫쪽에 위치해 수비를 강화하고,

볼을 뺏으면 카운트 어택으로 한 번에 공격한다라는 방식은,

인터의 개성에 가장 적절한 전술이었습니다.

 

실제 인터는 이번 시즌 세리에A에서 최다득점(64득점)을 기록했고,

상위군과의 대전을 별도로 하면 하위급 상대들에게는 거의 포인트를 잃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유베, 밀란, 라치오 등의 상위군 팀과의 직접대결에서 이기지 못했던 것이

스쿠뎃토를 놓친 커다란 요인이 될 겁니다(3무 3패).

 

솔직히 말하자면 시즌 종반은 무의식 중에

챔피언스 리그를 우선으로 하고 있었던 것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발렌시아와 싸워서 이겨 4강까지 올라갔었고,

게다가 준결승 상대는 숙적 밀란이었고...

 

그 더비는 정말 기묘한 시합이었습니다.

2시합의 내용을 총합적으로 본다면 우리들이 결승에 나갔다고 한다고 해도,

누구도 어떤 이유를 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0대 0으로 끝난 1차전에서 보다 결정적인 챤스를 만들었던 것은 인터쪽이었고,

1대 1의 2차전 내용도 아시다시피

마지막 10분간을 일방적으로 계속 공격했던 것은, 역시 인터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같은 스타디움에서 2시합을 싸워 모두 비겼는데,

어웨이 골 차로 탈락이 되어버린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달까, 참을 수가 없습니다.

0대0과 1대1. 만약 그 스코어가 순서가 반대였다고 생각하면...

이번 시즌의 가장 분한 추억은 역시 이겁니다.

생각해보면 밀란은 준결승부터 세 시합을 모두 비겼는데도 물구하고, 빅이어를 따냈습니다.

좀 납득이 가지않는 결말이에요.

 

더비 시합 전개 자체는 딱 예상하고 있던 그대로였습니다.

밀란이 볼을 지배하며 시합의 주도권을 쥐고,

우리들은 수비를 강화해 한번에 카운트를 노린다, 란 식으로요.

다만 밀란의 수비도 유럽 굴지이고, 그렇게 간단하게 틈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2시합에서 셰브첸코에게 한 점만 내주고 막았었으니까,

플레이로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쿠페르감독은 그 더비에서 시스템을 종래의 4-4-2에서 3-5-2로 바꿨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이게 아주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밀란은 거의 사이드를 써서 공격해 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3-5-2의 포진으로 임하면,

수비는 그 강력한 투톱을 3대 2로 다룰 수 있고

미드도 5대 4의 수적우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 시합에서는 노렸던 대로의 도식이 되어,

2시합을 통틀어 밀란은 거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결정적인 기회라도 할 만한 결정적 기회는 정말 그 셰브첸코의 골, 한 번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으로 탈락하다니 정말 불운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어요.

 

가장 괴로웠던 것은 역시 셰브첸코의 선제점이었습니다.

어웨이 골이었으니까, 우리들은 그 시점에서 2점을 따지않으면 이길 수 없게 되었어요.

시도로프의 패스는 정말 훌륭했지만

코르도바는 그 때, 확실히 쉐바를 마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침 볼이 쉐바에게 (차기) 좋은 곳으로 흘러가 버렸어요.

단지 그것뿐이었습니다. 승부의 스토리란 정말로 사소한 것입니다.

 

하지만 끝나버린 일을 언제까지고 후회한다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들은 곧 기분을 전환해 내년 시즌의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돼요.

 

>잠시동안은 축구를 잊고

 

클럽은 새 시즌을 향해 지금의 팀을 더더욱 성숙시킬 의향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인터가 같은 감독밑에서 3년이나 계속된단 일 자체가 드문 일이자만,

내가 한마디 하자면, 그런 계속성이 없으면 절대 강한 팀은 만들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쿠페르의 유임을 결정한 클럽의 판단은 올바르다고 생각해요.

 

쿠페르는 확실한 철학을 가진, 신뢰할 수 있는 감독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감독들 중에는 가장 엄격한 부류에 들어갑니다.

선수 전원을 똑같이 다루고 절대 예외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30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있는 팀에서 출장기회가 적은 선수들이 불만을 토로하거나,

감독과 옥신각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쿠페르는 그럴때도 항상 같은 태도, 같은 기준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방식은 항상 일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응어리가 남을 일이 없어요.

 

인터는 외국인 선수들도 많고,

여러 문화나 관습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라커 룸에 모여있습니다.

그걸 한 데 합쳐 나간다는 것은 어떤 감독에게 있어서도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같은 출신국의 선수가 복수로 있으면

그들은 뭉쳐서 그룹을 만들거나 팀 안에서 발언력을 가지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선수들과의 대립이 시작되고,

파벌이 생겨서 팀의 결속력이 무너지는 일이 자주 있어요.

 

지금이니 말하는 거지만, 내가 있을 때의 파르마에서는

프랑스인 그룹이 강한 발언력을 가져서

말레사니 감독(당시)이 그런 상황을 잘 컨트롤 할 수 없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터에서는 그런 상황은 한 번도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포부를 말하자면,

다음 시즌은 무엇보다도 우선 체력적인 컨디션으로 고민하지 않는 몸을 만들고 싶습니다.

통증을 떠안고 플레이를 계속하는 일 따윈 이제 지긋지긋하니까요.

그 다음은 어쨌든 중요한 타이틀을 꼭 따고 싶습니다.

나는 그걸 위해 인터에 이적해 왔으니까...

 

뭐, 하지만 잠시동안은 축구를 잊고, 여름 바캉스를 즐기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나폴리에 요트를 가지고 있는데

올해는 그 요트로 시칠리아를 한 바퀴 빙 돌아보자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동생 파올로도 포함한 가족 모두가요.

넉넉잡아 3주간은 나가있을 생각이니까,

돌아왔을 때는 충분히 재충전이 되어있을 겁니다.

 

그런 이유로 다음 회는 바캉스가 끝나고

새로운 시즌이 시작할 즈음에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때까지 잠시 작별이지만 모두 즐거운 여름휴가를!

 

 

 

월드사커 다이제스트 7월3일 헤이지~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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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말라구

 

댓글 2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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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
2006-05-03
터프터프터프... 당신을 보면 그말밖에 생각이 안나요~ 파비오~
프로필 이미지
2006-05-04
자 떠나자 바캉스~
VR 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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