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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콘테를 알게 된 걸 행운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감독을 만나봤지만 콘테는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감독이다. 짧고 간결한 몇 마디 말로도 그는 나를 설득했다. 우린 비슷한 시기에 유벤투스에 착륙했다.
첫 날 트레이닝 캠프는 바르도네키아에 있는 산에서 열렸다. 그는 모두를 모아놓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미 독기를 품은 상태였고 고지대인 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게 독사가 또아리를 트는 방법이겠지.
"선수들, 우린 지난 두 시즌 77을 찍었어. 미친 짓이지. 정말이지 형편없었어. 난 그런 꼴 보려고 여기 온 게 아니야. 이제 뻘짓거리 그만하자."
단 1분만에 모든 미스터리를 벗어던졌다. 그가 성난 곰과 같다는 점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이탈리아 속담에 'Aveva un diavolo per capello(머리카락 중에 악마가 숨어있다)'란 말이 있는데, 콘테 머리카락은 가짜니까 그는 100% 악마인 셈인가.
"지난 두 시즌 선수들 전원이 못했어. 우린 다시 유베로 돌아가기 위해 어떤 일이든 기꺼이 할 필요가 있다. 뱃머리를 돌리라는 건 정중한 요청이 아니라 명령이자 의제의무야. 너희들이 할 일은 아주 간단하다. 나를 따르라."
우리의 첫인상이 정확했다. 콘테가 말을 할 땐 단어가 우리를 공격했다. 그 말들은 -종종 난폭하게- 내 정신의 문을 열고 들어와 깊숙히 자리잡는다. "젠장, 오늘도 콘테가 아픈 데를 콕 집어 말했어."라고 자조한 게 몇번이었는지 셀 수도 없다.
"아직 안 끝났으니 잘 들어라. 우리가 있어야할 자리로 돌아간다는 목표에 집중해라. 이 팀의 역사 속에 있던 자리다. 이번 시즌 3위안에 못 든다면 죄악이야."
자연스럽게 우린 첫 해에 우승을 했고 모두 콘테 덕이다. 오늘날 우리의 성공은 매일 경험하고 있는 상상 이상으로 난폭한 그의 생각 덕분이다. 콘테는 마치 영혼에 유벤투스의 정수가 새겨져있고 그에 홀린 사람같았다. "모두 나처럼 분노를 갖도록 해, 마침표." 그의 메세지는 짧고 간결했다. 무슨 전보같았지만 확실히 내가 받은 것 중 가장 설득력있었다. 그는 마술사도 아닌데 모자 속에서 끊임없이 미친 말들을 꺼내는 것 같았다. 그가 시키는 걸 하지 않으면 뛸 수 없다. 그는 콘테-타임을 가동시키고 우리도 그랬다. 마지막 디테일까지 모두 신경쓰는 콘테는 이 점을 잘 이용했다. 그가 전술을 설명할 때면, 우린 몇 시간 동안 비디오를 보며, 계속해서 반복하여 우리가 어디서 왜 잘못했는지를 듣고 있다. 그는 실수에(아마 공포에도) 알러지가 있으며 나는 그에 대한 치료법이 절대 발견되지 않길 빈다.
비노보에서의 연습경기는 보통 우리의 승리로 끝난다. 왜냐하면 우리의 상대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상대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에게 11대0 경기를 시키며 45분동안 같은 움직임을 반복해서 시키며, 감독이 전술이 잘 맞는갑다 할 때쯤에 우린 토할 지경이다.
그래서 우린 11대11로 뛰면 이긴다. 아리고 사키가 천재였다면 콘테는? 난 콘테가 좋은 감독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거칠고 헌신적이며 카리스마있다는 점은 알지만, 많은 다른 감독들은 전술이나 기술에 대한 이해에 관해 그에게서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바꾸고 싶은 게 있다. 바로 부폰 옆의 라커를 선택했던 것. 위치가 바로 문 앞인데, 특히 하프타임 땐 토리노 시 전체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우리가 이기고 있을 때도 콘테는 쳐들어와 손에 닿는대로 다 벽에 던진다. 주로 가득 찬 물통일 때가 많은데, 그게 벽에 날아가면 물보라가 인다. 아아.. 물보라가..
정말 격노해있다. 콘테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 그가 보기엔 항상 제대로 되지 않은 작은 디테일들이 있고, 앞으로 45분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지를 내다볼 수 있다. 이게 한번은, 우리가 밀란에게 지고 있을 때 그는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나보다. "지고있다고! 밀란한테! 왜 못 이기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밀란도 못하고 있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선 딴판이다. 그는 홀연히 사라진다. 잘만 되면 그는 이겼을 경우에만 들어와 빠르게 몇 마디를 던진다. 콘테는 혼자 생각에 잠기는 밤에 더 고생한다. 그는 이런 끔찍한 상황을 삼키며 잠든다. 마치 본인이 경기에 뛴 것과 같다. 선수 시절때도 그랬다. 잠을 설치며 밤새 머릿속에서 모든 것을 앞으로 감아 되짚어 보길 반복한다.
시작과 끝이란 게 없는 내적 고통인거다. 1절과 마지막 절을 구별할 수 없는 돌림노래와도 같다. 콘테는 자기 직업에 완전히 몰입해있으며 굉장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 경기 중에 볼 땐 이 사람이 감독인지 팬인지 모를 때도 있지만,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콘테다.
http://football-italia.net/47994/pirlo-conte%E2%80%99s-words-assault-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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