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성공을 가져간 대표적인 클럽이 바르샤라는 사실은 대부분 동의하실겁니다.
많은 클럽들이 포제션 사커를 외치고 있지만 펩의 바르샤만큼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죠.
단지 이 이유때문은 아니지만, 펩의 바르샤에는 다른 팀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다.
볼을 소유한다고 하는 기본적인 측면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왜 볼을 소유하고 있는게 좋을까요?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서요.
볼을 잡고 있으면 득점을 할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볼을 잡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득점을 하는 것은 아니죠.
그러나 적어도, 우리 팀이 볼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 시간동안 실점의 리스크는 없어집니다.
이게 포제션의 가장 저변에 깔려있는 아주 기본적이고 단순한 원리임에는 모두가 동의하실 겁니다.
득점의 확률은 올라간다, 실점할 확률은 내려간다.
이 두가지 중 득점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 얘기를 먼저 해볼게요
득점의 바로 전 단계는 뭘까요? 슈팅이죠.
그냥 막 찬 슈팅이 아니라, 아주 잘 찬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이 더 높을겁니다.
그럼 아주 잘 찬 슈팅의 전단계는 뭘까요? 자연스레 아주 잘 연결된 패스라는 결론을 내리실 수 있을겁니다.
상대 수비수의 방해가 없이 골대 가까운 곳에서 슈팅을 쏠 수 있게 만드는 패스.
이 마지막 패스를 가져가기 위한 도구로써의 볼 포제션만이 의미가 있는거죠.
무의미하게 그저 점유율만을 올리기 위해 돌려대는 질 낮은 포제션 사커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죠.
그러므로, 저희가 흔히 얘기하는 포제션 사커는 마지막 키패스를 위한 질 높은 포제션 사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질 좋은 패스를 보낼 수 있을까요?
패스의 기본은 정확도와 세기입니다. 정확한 위치로 향하는 패스가 적절한 세기를 갖고 있는 것이 완벽한 조건이죠.
하지만 이런 선수의 개인 기량은 한 순간에 성장시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공을 잡고 있는 선수에게 복수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지엽전술을 강조합니다.
펩은 패서가 가지게 될 복수의 선택지를 반드시 대각선 앞과 대각선 뒤에 두는 것을 한번 더 강조했고
그 결과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삼각형의 모습이 드러나게 됩니다. 물론 이게 최초의 개념은 아니지만요.
반드시 대각선 앞과 뒤에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선수를 두는 것-
그리고 터치와 패싱이라는 기술적인 능력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패스 마스터 사비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아주 훌륭한 바르셀로나의 선수들.
그리고 최 후방에서 전체적으로 피치를 바라보며 공격의 시발점을 열어갈 수 있는 피케와 푸욜
바르셀로나식 포제션 사커의 기본 틀을 유지했던 요소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기본 틀이 아닌 조금 더 심화된 공격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조금 전으로 돌아가서, 슈팅이란 개념을 두고 생각을 해봅시다.
좋은 슈팅이란 상대의 방해 없이, 가능하면 골대 가까이에서 쏘는 슈팅을 뜻한다는 것을 기억하실겁니다.
이 두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뒷공간이라는 개념을 여기에 적용시키면 됩니다.
상대의 수비 라인이 펼쳐진 뒷공간으로 공을 넘겨준다면 그 공을 받은 선수는
저 두가지 조건을 완벽히 갖춘채로 좋은 슈팅을 날릴 수 있게 되니까요.
지엽적인 공격전술은, 바로 이 뒷공간에 관한 얘기입니다.
상대 뒷공간을 어떻게 파고들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드리블입니다.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제쳐버리는 순간 이미 공간은 오픈되며, 더이상의 난해한 공격작업은 무의미해집니다.
바르셀로나에는 이 부분에 가장 특화된 선수인 메시와 이니에스타라는 스페셜리스트가 있습니다.
이미 가장 쉬운 방법을 손에 쥐고 경기를 시작하는 셈이죠.
허나 아무리 천하의 메시,이니에스타일지언정 두명,세명의 수비가 집중적인 마크를 하면
직접적인 드리블 돌파는 쉽지가 않아지는게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럴 경우 바르셀로나가 뽑아드는 더욱 강력한 칼은 바로 침투입니다.
페드로처럼 공간 침투에 유독 특출난 선수가 피치 위에 있을 경우
상대의 수비진은 자연스레 뒤로 물러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겠지요. 안그래도 라인을 내리고 시작할텐데요.
메시 역시 살짝 빠진 2선에서 번개같이 침투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이니 만큼
상대팀은 수비라인을 잔뜩 내린 채 경기를 진행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허나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라인간의 간격이 벌어지면 정말 부정적인 영향들이 나타납니다.
침투에 위축되어 수비라인을 내렸을 시
미드필드 라인을 그대로 둔다면 벌어져버린 공간에서 사비와 부스케츠가 완벽한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허나 미드필드 라인을 같이 내려버린다면 역습이 더더욱 어려워져서 바르셀로나의 수비 성공 확률은 아주 높아지죠.
상대에게 이런 괴로운 선택을 강요한 뒤 바르셀로나는 하나의 무기를 더 꺼내놓습니다.
직접적인 침투입니다.
예를 들자면, 사비가 공을 쥔 상황에서 페드로와 이니에스타가 동시에 침투하는 장면을 떠올려봅시다.
대부분의 경우 페드로와 이니에스타는 공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침투를 시도합니다.
상대 센터백들은 호흡을 맞춰가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비를 주시하고 있는데
페드로와 이니에스타가 각각 LCB와 RCB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침투했을 경우
상대 CB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몸이 그쪽으로 쏠리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공에서 멀어지는 방향의 침투는 자연스레 상대 CB사이의 공간을 찢어놓게 되고
바르셀로나에는 또한 메시로 대표되는 좁은 공간의 플레이에 능한 선수가 있으므로
그런 선수가 상대 CB의 틈을 포착하는 순간 바르셀로나의 공격 작업은 거의 성공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포제션을 주창하고 있는 유벤투스의 경우엔 어떨까요
바르셀로나와 가장 큰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은 포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4-3-3, 유벤투스는 3-5-2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바르셀로나의 4-3-3 같은 경우는 실제로 세밀한 공격작업이 아주 잘 이뤄질 수 있는 포메이션입니다.
위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알바와 알베스가 올라와서 크게 사이드 체인징을 하는 방법 역시
바르셀로나의 위협적인 공격 전개 방법 중 하나이니까요.
상대적으로 사이드 플레이어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3-5-2의 경우에는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그에 비해 3-5-2가 갖고 있는 장점은 역시 중앙에서 드러납니다.
피를로-비달-마르키시오로 구성되어 바르셀로나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중원을 가진 유벤투스이지만
바르셀로나에 턱없이 모자라는 공격 전개 능력을 보이는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공격수.
전술한 바르셀로나의 공격 작업은 뒷공간 침투가 위협적인 선수가 있을 때 가능한 얘기입니다.
근데 정말 냉정하게, 유벤투스에는 위협적인 공격수가 없습니다.
뒷공간으로 정확히 패스를 넘겨줄 수 있는 피를로가 있다고 하지만
그 패스를 좋은 터치와 결정력으로 마무리 지어줄 공격수가 없으므로, 이 점을 잘 알고있는 상대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완벽한 수비 전략을 짤 수 있게 됩니다.
이럴 경우 2선에서 침투하는 비달이나 마르키시오의 움직임이 아주 중요하게 되고
다행히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춘 이 둘은 모자란 공격 전개 능력을 아주 적절하게 보강해줬습니다.
하지만 센터에서 상대의 시선을 끌어 줄 톱이 없이는 한계가 너무나 뚜렷합니다.
각각 뛰어난 테크닉과 피지컬로 상대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을 테베즈와 요렌테를 영입한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요렌테급의 톱이 있는 이상 상대 수비는 거의 반드시 두명의 센터백을 요렌테에게 할애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피를로나 비달의 부담이 덜어져 첼시 시절의 에시앙을 연상시키는 플레이가 가능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또한 기술적으로 완성되고 활동량이 어마어마한 테베즈라는 선수는
상대적으로 사이드의 활용이 약한 3-5-2의 약점을 상쇄시켜 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터치나 결정력에 있어서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기에,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피를로의 패스 역시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긍정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약점은 존재합니다.
포제션 사커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약점인 역습에 후드려 맞을 수 있다는 부분이 바로 그것인데,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 선수 개개인의 월등한 트래핑과 키핑 능력으로 이 점을 어느정도 상쇄하고
메시와 이니에스타,페드로,산체스라는 어마어마한 드리블러들로 상대 라인을 뒤로 쭉 밀어버림으로써
역습의 위험 자체를 상당히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과연 유베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피를로를 약점으로 지목하시는 분들도 아마 이런 부분을 생각하고 계실겁니다.
피를로가 아닌 포그바처럼 수비와 활동량에도 뛰어난 장점을 보이는 선수를 기용할 경우
역습시에도 비교적 수비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그 부분에서 잃게 되는 공격 전개 능력은 테베즈와 요렌테의 합류로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만, 피를로는 장기적으로 봤을때 반드시 배제하고 가야하는 카드입니다.
무링요의 페페 수미 기용처럼 피지컬적으로 아주 월등한 선수가 피를로를 전담마크 할 시
유베의 공격은 힘을 잃게 됩니다. 한 바구니에 사과를 모두 담지 말라는 격언이 현실이 되는 겁니다.
허나 역으로 생각하자면, 테베즈와 요렌테라는 수위급 공격수들은
피를로가 지고있는 공격 전개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MVP라인이 그야말로 유동적으로 기능하며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를 노릇입니다.
제가 프리시즌 경기를 챙겨보지 못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수비적으로 좋은 능력을 보인 마로네를 팔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요렌테베즈의 합류로 M과 V만으로도 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가능할 확률이 생겼으니
상대적으로 역습의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수비적인 선수는 반드시 필요한 옵션이니까요.
아사모아의 중미 리턴 역시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수비에 치중할 마로네같은 유형의 선수가 투입될 시
사이드 윙백들도 비교적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M과 V의 선택지가 늘어남으로써 더욱 더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것은 가정입니다만, 저는 이런식으로 콘테의 전술을 해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