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유럽 축구를 접한지는 10년이 안되었습니다.
알레 최고의 시즌이었다는 97-98 시즌을 저는 못봤죠.
나중에야 영상으로 보고 대단했구나 싶기는 해도 아무래도 시즌을 지켜보는 것과 편집된 영상, 그것도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는 많이 다르죠.
오히려 그 직후 (는 아니고 조금은 뒤;;) 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델 피에로는 이제 끝났다는 소리 듣던 시즌입니다. PK 만 많고 필드골 거의인지 아예인지 없던 시즌...
어처구니 없게도 예전 시즌의 비디오를 본 것 만으로 그의 팬이 되었던 저는 이제 끝난 선수를 나는 좋아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 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기대하기는 힘들겠다.'
그 이후 02-03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아쉽게 놓쳤지만 리그에서도 우승하고, 델 피에로도 참 잘했죠.
그렇게 돌아온 것에 대해 참 많이 감탄하고 기뻐했지만
결국 그 시즌은 네드베드의 시즌이지 델 피에로의 시즌은 아니었습니다.
돌아온 델 피에로는 잘 했지만, 97-98 시즌때처럼 세계 최고로 첫손에 꼽힐만한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카펠로의 즐라탄 사랑...
나올때마다 잘 하긴 했어도 유벤투스에서 벤치로 밀리는 날이 오다니...
그래도 유벤투스의 팬으로서는 리그 우승도 하고 즐겁게 봤습니다.
마음 한켠에서 이제 더 이상 델 피에로는 유벤투스의 중심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자리잡았죠.
그의 위치는 주장이었고 유베의 중심이었지만, 전술적인 핵심, 팀에서 꼽을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어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지옥같은 칼치오폴리
당연히도 많은 선수들이 떠났고
그 중간에 여러 선수들, 그 중에서 델 피에로는 남습니다.
뭐 일찌감치 델 피에로의 잔류는 확정되었을 정도로 그의 팀에 대한 사랑은 확고했습니다.
신임 데샹감독은 알레를 전술의 중심으로 사용하겠다고 천명했고
저는 알레가 한시즌만에 팀을 세리에A로 복귀시키고 천천히 은퇴하겠구나... 유베 레전드로서는 괜찮은 마지막이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즐겁게 2부리그 시즌을 봤습니다. 팀이 처한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세리에B 의 유벤투스의 중심은 다시 델 피에로가 되었습니다.
그의 테크닉을 막을 팀은 세리에B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알레가 결국 득점왕을 차지하고 세리에A에 돌아오는 순간까지도 저는 회의적이었습니다.
'세리에B에서야 통했지만 세리에A의 수비수를 상대로도 체력과 속도가 떨어진 그가 통할까.'
'프리킥 능력이 더욱 향상된 기분이 드는데 한방이야 있겠지만 지속적 활약은 어렵겠지...'
'호나우두와 10년만에 세리에A에서 재회하네.
두 선수 모두 잘 했으면 좋겠지만 둘 다 10년전의 세계 최고는 아니니까....'
시즌 결과는 다들 아시는 대로입니다.
정말로 다시 이 선수의 팬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단순히 스텟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같은 속도는 없다고 해도
그 우아함이나 센스, 거기에 더해진 골 결정력
결정적으로 그는 다시금 유벤투스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물론 한번도 유베의 중심이 아닌 적이 없었지만 지금 유베 최고의 플레이어는 누가 뭐라해도 델 피에로가 아닐까요. 부폰이나 카모라네시를 꼽을 수도 있겠지만요.
이제 저는 그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카펠로 시절에 이미 그가 클럽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하는 꿈을 접었었고
칼치오폴리때 속으로는 팀을 승격시키고 이후엔 조커로 활약하면서 명예로운 은퇴를 하길 바랬습니다.
지금은...
내년 유벤투스를 이끌고 리그,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발롱도르를 노리길 바랍니다.
물론 유로에 발탁된다면 유로 우승과 득점왕도요.
당연히 지금 보여주는 모습으로는 부족합니다. 세리에A 득점왕이지만 축구는 스텟이 다가 아니니까요. 훨씬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델 피에로라면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그는 제 예상을 깨는 활약을 보였으니까요.
이제는 마음 졸이지 않습니다. 이미 예전에 정점을 찍은 선수라고 생각했잖아요.
진정한 유벤투스의 중심이 된 델 피에로를 이제는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더 원하지 않아도 그는 제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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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랴에 쓴거 재탕인데 미워하진 말아주세요 ㅠ_ㅠ;
역시 캡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