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참 재밌네요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전 6년반에 이르는 긴 연애를 하다 작년이맘때쯤 헤어졌었는데요

오빤 좋은 사람이고 그동안 덕분에 행복했고 배운 것도 많았다고 마지막 인사를 해준덕에 전 좋게 헤어졌다고 믿고, 그래도 20대의 대부분을 지켜준 사람으로 추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을 함께한 우리가 어쩌다 헤어진 걸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못 찾아서

상대방에게 사유가 있진 않을테니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게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끝없이 자책하고 무력감에 휩쓸리느라 헤어진 뒤 1년간 지옥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었죠.

그런데 어제 우연한 계기로 제가 틀렸음을 알게 됐네요.

보통은 전에 만나던 사람과 헤어진 날이 지금 만나는 사람과의 1주년 기념일이 같을 순 없는거니까요.

뒤통수 맞았다는 사실보다, 대체 무엇때문에 난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는가가 허무해서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내잘못ㅡ적어도 내가 자책해왔던 만큼은ㅡ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지니 무죄판결을 받은 것 마냥 해우되는 기분도 있긴 합니다.

이제 그 사람은 제 20대 초중반을 빛내준 사람이 아니라 20대 후반을 망친 사람이 될거구요. 예쁘게 생각했던 추억은 갈갈이 뇌를 털어 날려버릴 쓰레기가 되었네요.

그 사람은 늘 제게 열가지중 아홉가지가 좋아도 하나가 틀리면 끝이라고 말해왔었는데, 그 말대로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 둘러댄 거짓말 때문에 마지막 그 전까지 좋았던 6년 4개월의 기억을 변질시켜주었네요.

저주는 하기 싫지만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라도 하늘이 벌해주리라 바래봅니다.

여러분은 연애하실 때 다른 생각 하지 마시구요.
만에 하나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라 다른 사람이 마음에 들어와버렸다면 솔직히 얘기하며 끝내주세요.
상대방이 죄없이 필요이상으로 고통받는일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