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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클래스 마르키시오
- 아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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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올 시즌 유벤투스가 전에 비해 바뀐 게 뭐냐고 물어도 이상한 게 아니다..
올드 레이디의 사령탑은 안토니오 콘테에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3-5-2 포메이션을 쓰고 있으며 지난 3년간 그들에게 주입되었던 무자비함과 승리를 향한 갈구심 또한 그대로다.
새로운 시즌이 개막하고 3라운드를 막 마쳤지만, 유벤투스는 이미 리그의 기준으로서 로마와 함께 자리잡았다.
키에보와 우디네세를 꺾으므로서 알레그리는 긴장감을 덜어냈다. 이어 밀란을 1-0으로 꺾은 토요일 밤에는 자신들의 강점을 자랑하는 동시에 개막 전 스쿠데토의 아웃사이더로 여겨졌던 팀과 유베와의 격차가 얼마나 큰 지도 보여줬다.
이러한 연승가도는 콘테 시절에 이미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렸고, 알레그리가 단순히 콘테의 방법을 유지하며 그의 계속성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알레그리의 성과를 그런 식으로만 본다면 정당하지 못하다. 알레그리는 콘테의 청사진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존의 유베에서 주목할만한 수정을 가하여 새로운 면모로 탈바꿈시켰다.
테베즈를 깊숙히 배치하는 게 가장 눈에 띄는 변화겠지만,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의 변신이 더욱 고무적이다. 안드레아 피를로가 부상으로 리그 초반에 결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알레그리는 28세의 마르키시오를 그의 자리에 기용한다.
마르키시오는 언제나 유벤투스에서 공격적인 미드필더였다. 보통은 왼쪽중앙에서 뛰지만, 지금과 같은 새 포지션을 받아들였고 활기와 센스와 영리한 볼 활용으로 중원을 더욱 유연하게 해주고 있다. 피를로가 출전할 때면 언제나 빌드업은 그의 발을 거치게 되어있고 그가 결정적인 패스를 제공하곤 했다. 지금 그보다는 좀 더 인내심있는 빌드업을 선호하는 알레그리는, 마르키시오의 (피를로보단) 덜 결정적이지만 깔끔한 패싱력이 그 자리에 훌륭하게 들어맞을거라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 세리에에서 마르키시오는 경기중 평균 99.3개의 패스를 제공하며 89.9%의 정확도를 기록하고 있다. 전 시즌엔 고작 평균 37.2개의 패스에서 86.7%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작년의 피를로의 기록(평균 69개, 88.5% 성공)과 비교해보면 더욱 더 놀랍다.
물론 마르키시오의 통계는 모집단이 매우 작고 점유율을 더 높이려는 알레그리의 의향도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그가 피를로의 대체자로서 경기에 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건 변함이 없다. 중원 깊숙히 마르키시오를 배치해 놓을 때의 이점은 그의 수비가담에 있다. 이번 시즌 현재 그는 경기당 2.7태클을 기록하고 있으며, 오직 비달만이 이에 앞선다.
피를로가 선발로 나올 때의 약점 중 하나는 그가 수비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는 점과 커버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마르키시오의 경우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으며 나머지 두 명의 중앙미드필더는 그와 함께 더 공격적인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다. 밀란전에서의 페레이라와 포그바가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마르키시오의 리커버리율 또한 그가 공격에도 가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우디네세전에선 실제로 골을 넣었고 지난 밀란전에선 아쉽게 골대를 맞췄다.
12개월 전까지만해도 들쑥날쑥한 13-14 시즌을 보내고 미래가 불투명했던 마르키시오가 떠오르면서 알레그리에겐 또하나의 옵션이 되었지만, 동시에 잠재적인 딜레마이기도 하다.
다음주 피를로가 복귀한다해도 그가 즉시 팀에 녹아든다는 보장은 없다. 밀란 시절 알레그리는 피를로가 그 위치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걸 잊지 말자. 물론 그 이후 알레그리가 틀렸음을 피를로가 증명했지만. 올 시즌 유벤투스는 유럽무대에서의 위상을 끌어올려야하므로, 마르키시오는 알레그리식 3-5-2에 더 적합할 수 있을 것이다.
마르키시오가 피를로를 밀어낼지는 불분명하지만, 불세출의 천재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알레그리에겐 행복한 고민일 것이다.
http://football-italia.net/56276/marchisio-master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