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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도 나오고 본인도 잘 생기게 나온 레어급 사진>
테베즈의 목 부분엔 다소 보기 흉할 수 있는 흉터가 있죠. 저는 최근에 이걸 알게 되서 좀 놀랐네요.
이 흉터에 관한 이야기를 좀 풀어볼까 합니다. 사실은 썼던 글이 날아갔죠^^
테베즈가 자란 푸에르테 아파치는 전세계적으로 빈곤, 마약, 범죄가 들끓는 곳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얼마전 유벤투스 소속으로 득점 후 세레머니 때 언더셔츠에 써져있던 글귀기도 하죠.
<찾아보니 맨시티 때도 같은 세레머니를 했네요. 한국화하자면 맨유시절 지성이형이 골 넣고 셔츠에 "수원시 팔달구 매탄동"을 새기고 보여주는 것... 물론 수원이 슬럼이란 뜻은 아닙니다.>
"푸에르테 아파치에서 보낸 유년 시절은 험난했어. 어둠이 깔리고나서 창밖을 보면 그 풍경에 누구라도 경악할 만한 곳이지. 어느 시각 이후에는 밖을 돌아다니는 게 아예 불가능한 곳이야."
그리고 이 어두운 시기에 테베즈는 불의의 사고를 당합니다. 그가 생후 10개월이었을 때, 끓는 물이 목과 가슴에 쏟아져 3도 화상을 입었고, 상태가 매우 심각했기 때문에 약 2개월간을 병원에서 정밀치료를 받아야했다네요.
하지만 이후 지역 팀에서 축구선수로 뛰게 되었을 때, 흉터를 평생 지니고 있기로 마음먹었답니다. 그의 프로데뷔팀인 보카 주니오르가 흉터 성형수술을 해주려했지만, 테베즈는 이것이 과거와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이라며 거절했습니다.
부러지고 삐뚤어진 그의 치아 또한 어린 시절 길거리 싸움 때문에 남은 흔적이며, 들리는 바에는 돈을 위해 그런 싸움을 했었다고 하네요.
<구글링하다 찾은 가상교정(+성형) 사진. 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텐데..?>
"내 삶에 절대 잊지못할 사건이야. 성형 수술은 받고 싶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던가 말던가 해. 치아도 마찬가지야. 내 생각을 바꾸진 않을거야."
그는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쉽게 나쁜 길로 접어들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난 마약을 시작하거나 밑바닥 인생으로 끝장날 수도 있었어. 하지만 대신 오늘의 나를 완성했지. 사실 내 어린 시절은 괜찮았어. 지금 나를 빛내주는 존중, 겸손함, 희생정신은 전부 그 때 배운거야."
테베즈는 암울했던 어린 시절 모든 것을 축구에 쏟아부어 그 결과 16세의 나이에 보카 주니오르에서 뛰게 되었습니다.
<부카 주니오르에서 뛸 때의 모습>
그리고 2010년 월드컵에서 테베즈의 활약으로 아르헨티나가 조별예선을 통과하자 화가 Martin Ron는 Lean Frizzera, Emy Mariani와 함께 푸에르테 아파치에 테베즈의 벽화를 그립니다.
<벽화 앞에 계신 분이 작가입니다>
벽화를 그리는 데 총 3일이 걸렸는데, 첫 날 주민들은 "고향도 버린 새퀴에게 벽화가 왠말이냐"며 시큰둥해하다가, 이튿날 그림이 조금 모습을 갖추자 모두가 깃발(?)과 맥주를 들고 나와 마시면서 드럼을 치고 노래를 하며 분위기를 즐겼다네요.
<동네 입구에서 본 테베즈 벽화>
역설적이게도 이 동네를 슬럼으로 만든 것은 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입니다. 당시 군부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변의 빈곤함을 숨기고 싶어했고, 13개의 건물을 지어 주위의 모든 빈민을 이주시켰다네요. 마약, 총기, 강간, 매춘, 범죄까지 모든 삶의 수단이 다 존재했답니다.
작가는 이 벽화를 통해 어린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길 바란답니다. 여전히 이곳의 노인들은 테베즈를 "고향도 버린 새퀴"라고 욕한다지만 소년들의 우상으로서 밝은 미래를 가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합니다.
<Carlitos Tevez, the People's Player>
참고기사 :
http://buenosairesstreetart.com/2012/06/the-fuerte-apache-mural-that-has-immortalized-carlos-tev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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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해주신 분들
아르헨티나에서 저런 빈민 계층을 negro(네그로) 라고 부릅니다.
스페인어에서 negro 라는 뜻은 검은색, 검정색 뭐...영어로 하면 black에 해당 됩니다.
딱히 저 빈민 계층이 흑인 계열, 혹은 뭐 원주민 계열이라서 negro라고 불린다기 보다는 하는 짓이 좀 더럽고 하다보니 negro라고 불리는 거 같습니다. (이건 당시에 살면서 친구들한테 물어본 건데, 역시 정확한 어원은 모르고 아마 저럴 것이다...라고 추측성 대답을 하더군요.)
negro는 위 본문에 적힌대로 Fuerte Apache 같은 슬럼가에서 사는데 이 슬럼가를 villa라고 합니다. 스페인어에서 ll 발음은, 야유요예 뭐 이런 식의 발음이 나는데 (ex. llorente - 요렌테) 아르헨티나에서는 샤슈쇼셰 이런 식의 발음이라 villa를 비샤라고 합니다.
외출을 할 때에는 휴대폰 같은 물품은 조심해서 들고 다녀야 합니다. 휴대폰 같은 경우는 강탈 후에 그걸 팔아서 negro들이 돈을 챙깁니다. 실제로 제가 살 당시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스마트폰은 엄청난 물건이기 때문에, negro 형제 둘이서 스마트폰을 강탈하고, 서로 누가 갖냐 마냐로 싸우다가 형이 동생을 죽이는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 사실 워낙에 빈번한 사건이라서 딱히 특별하게 다뤄지는 뉴스도 아니였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나라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고 대통령은 무슨 헛바람이 들었는지 달러 인출도 금지시키고, 수입과 수출에 제한을 엄격하게 걸면서 때 아닌 쇄국정치를 펼치기도 하고...그래도 한 때 정 붙이고 살았던 곳인데 갈수록 눈에 띄도록 악화되는 걸 보니 좀 섭섭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저도 워낙 버티기 힘들어서 결국 멕시코로 옮겼고...처음 갔을 때 같은 브랜드의 같은 양의 감자칩 한 봉지가 1년 후가 되니까 1달러 가깝게 오르질 않나, 담뱃값도 600원씩, 700원씩 막 오르고, 택시비도 기본 요금이 조금 오르더니 그 후 2주 정도 지나니까 600원이나 오르고 정말 너무하더군요.
테베즈도 유베에서.멘탈왕으로 보내라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