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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r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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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고 있는 유벤티나입니다.
6월 나폴리, 7월 토리노 주말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이곳에 지낸 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도시 전부 처음으로 다녀왔습니다.
그래서인지 각 도시의 첫 인상이 굉장히 강렬했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이탈리아 내 북부와 남부 차이는.. 생각보다 꽤 큽니다.
예술, 음식 등 문화부터 도시 분위기도, 사람들도.
유벤투스 말고도 이탈리아 문화나, 세리에A를 즐기실 게 분명하기에 글을 적어보아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기에 가볍게, 재미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일단 나폴리하면 피자, 토리노하면 피아트 먼저 생각하시려나요?
두 도시의 크기나 인구 측면에서는 아주 큰 차이가 없는데요, 정말 다릅니다.
먼저 나폴리는 스파카 나폴리를 중심으로 골목골목 특유의 분위기가 참 좋은데
보는 것은 좋으나, 네.. 보는 것만 좋았어요.
마치 정돈이 덜 된 방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자연스러운 너저분함이었지만 머물고 싶지는 않은? 그런 느낌.
그런 방에서 도망칠 곳은 바다뿐이었고요. 물론 바다는 최고였어요. 해산물도요!
그리고 대망의 피자는..
그럴싸한 고급식당에서 먹는 피자보다 지갑처럼 접어 먹는 pizza portafoglio가 훨씬 인상 깊었고요.
사실 저는 타도시에서 먹은 피자가 더 맛있었... 저에게 나폴리 = 피자는 아니었어요.
돌체를 비롯한 간식은 최고예요. 이게 바로 단맛이다를 보여주는 맛.
사람들은 참 좋아요. 남부 친구들 꽤 있는데 그 친구들만 보아도 느껴져요.
관광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정겹고, 정도 많고, 유쾌합니다.
본인 집 베란다에서 가라오케 설치하고 노래하던 아저씨는 잊지 못할 거예요..
이 나라 사람들 흥 많은 건 알았지만 나폴리 사람들은, 흥이 넘쳐요.
덕분에 관광하는 내내 저도 흥겨웠어요.
반면 토리노는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돈이 잘 되어있는 도시였어요.
한동안 이탈리아 내 대기오염 상위권에 들던 도시라 그런지 곳곳에 나무가 가득하더군요.
차가 많이 있어도 다니기에 불편함은 전혀 없었어요. 버스, 지하철, 트람 등 교통수단도 매우 잘 되어있고요.
광장 규모도 크고, 공원도 많고.
건물이 높아도 시야가 탁 트인 느낌이라 갑갑한 느낌은 없었고요,
스위스, 프랑스에 가까운 지역이라 그곳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 많았어요.
이탈리아 내 다른 도시보다는 관광객이 적은 지라 로컬느낌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행 없이 혼자 다니면 다소 심심할 수 있다는 것,
피렌체 삶에 익숙한 저에게 일/월요일 상점이 대개 문을 닫는다는 것은 단점이었네요.
음식은 대도시인만큼 온갖 국적의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전통음식은 추운 북쪽이라 여름에 먹기에는 조금 무거워요. 하지만 저는 먹었지요. 네, 맛있어요..
그리고 이 도시가 크레미노 초콜릿으로 유명한데, 단 거 안 좋아하셔도 한 번쯤은 꼭?!
사람은,
사실 북쪽 사람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을 함께한 토리노에 사는 이탈리아 친구 말에 따르면 그들의 본심을 잘 모르겠대요.
친절하지만 속을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이 조금은 알고 있는 사실,
1. 남부는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있지만 사람들이 정이 많고 흥겹다.
2. 북부는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지만 사람들이 정이 없고 차갑다.
저도 느꼈어요.
그럼 이번에는 축구를 중심으로 생각했을 때, 두 도시를 비교해볼게요!
사실상 도시 특징보다 우리에겐 이게 더 중요할 지도 몰라요.
나폴리 하면 나폴리, 토리노 하면 유벤투스죠?
나폴리는, 정말 도시 곳곳이 나폴리로 도배되어있어요.
크고 작은 스토어부터 길거리 잡화상, 카페, 식당, 술집, 길거리 벽화 등등 어디든!
마라도나를 선두로 전/현 나폴리 선수들로 가득하죠.
그들에게는 신이자 삶 그 자체더군요. 수호성인 그 이상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유벤투스를 진심으로, 상상 그 이상으로 싫어합니다.
나폴리와 유벤투스가 늘 함께 있는데, 찬양과 저주로 나뉠 뿐이에요.
희롱하는 글, 사진, 기념품 등등 JUVE MERDA가 나폴리의 또다른 이름일 정도.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나폴리 선수들이 '양'으로 분한 유벤투스 선수들을 끌고 다니는 판넬..
이런 것들은 미소지으면서 볼 수 있는 것들이에요 하하..
아 저는 나폴리에서 나폴리 친구에게 이과인 휴지 선물 받았어요...
유벤티나에게 아주 좋은 기념품이었네요!
토리노는 굉장히 의외였던 게,
우리 경기 있거나, 무슨 일 있으면 난리나잖아요?
시즌 우승 후 도심에서 벌어지는 카 퍼레이드 보면 난리나잖아요?
실제 도시 내에서는 그런 열정 전혀 못 느낍니다.
나폴리와 비교했을 때 스토어도 그리 많지 않고요, 길거리에 유베를 응원하는 문구, 본 적이 없어요.
그나마 본 게 건물에 걸린 스포츠 채널 sky sport 광고판넬 정도였어요.
비시즌이라고는 하지만 의아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어 당황스러울 정도였어요.
(스타디움 근처는 또 모르겠어요! 아껴두려고 아직 안갔거든요.. 아직도!)
그래서 저는 조금 아쉬웠어요.
일부러 옷도 비안코+네로 컨셉으로 입고 갔는데..
여기서 또 도시간의 차이를 느꼈던 것 같고요.
결론적으로 두 도시 다 여행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에요.
하지만 그 매력이 꽤나 상반되기에 토리노와 나폴리 그 중간쯤 사는 저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도시 자체로만 본다면 저는 토리노가 더 좋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본다면 두말 할 것 없이 나폴리였어요.
시즌이 시작하면 다시 돌아갈 예정이에요. 토리노는 당연하고, 나폴리도요!
그때는 두 도시 전부 더 활기차지 않을까 싶네요.
적다보니 뭔가 생각보다 주관적인 것 같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해서 재미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요일 힘내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