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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1일 08시 37분

1983년 경 일곱 살이었던 나는 니스 공항 라운지에 앉아 있었다.
그 시절엔 1등석 라운지가 생기기 전이라 나는 로저 무어가 출발 게이트에 앉아 신문을 읽는 것을 보았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제임스 본드를 봤다며 사인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할아버지는 제임스 본드나 로저 무어가 누군지 몰랐지만 어쨌든 할아버지는 로저 무어 앞에 나를 내려놓은 뒤 이렇게 말했다.
"내 손자 말이 당신 유명하대요. 사인 좀 해주시겠소?"


모두 알고 있듯 매력적인 로저 무어는 내 이름을 묻고는 비행기 표 뒤에 행운을 빈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인을 해주었다.
나는 매우 기뻤다. 자리로 돌아왔을 때 내가 본 사인의 이름은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제임스 본드'는 확실히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사인을 보고 '로저 무어'라 적혀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그때 로저 무어가 누군지 몰랐다. 내 마음은 실망감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그가 사인을 잘못 했다고, 다른 사람 이름을 적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로저 무어에게 가서는 방금 사인한 비행기표를 내밀었다.


"손자 아이 말이 당신이 이름을 잘못 적었다는 군요. 당신 이름이 제임스 본드래요."
로저 무어의 얼굴에 뭔가 깨달았다는 듯 주름이 잔뜩 생겼다.
그는 나를 손짓해 불렀다. 다가가자 그는 주변을 살핀 뒤 고개를 숙이고 눈썹을 치켜 올리고는 내게 속삭였다.
"'로저 무어'라는 이름으로 사인할 수밖에 없었단다. 왜냐면... 블로펠드가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어서."
그리고 내게 제임스 본드를 봤다고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부탁한 뒤 비밀을 지켜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자리로 돌아왔을 때 나는 기쁨으로 온 신경이 떨렸다.
할아버지는 내게 '그 사람이 '제임스 본드'라고 다시 사인해주었느냐'고 물었고 나는 내가 착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나는 제임스 본드와 함께 일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나는 유니세프 관련 영상 대본을 작업하게 되었다.
로저 무어는 유니세프 대사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카메라맨의 촬영 준비가 끝났을 때 나는 로저 무어에게 니스 공항 일을 이야기했다. 그는 즐겁게 들었다.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뭐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신이 제임스 본드를 만났다니 그건 잘 되었네요."라고 말했다. 대화는 무척 즐거웠다.
그는 촬영을 훌륭히 끝냈다. 촬영 후 그는 복도에서 나를 지나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 잠시 멈춰 선 뒤 복도 양쪽을 살피고는 눈썹을 치켜 올린 뒤 내게 속삭였다.
"물론 니스에서의 만남을 기억하지. 하지만 거기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그 카메라맨들 중 블로펠드의 하수인이 있을 수 있으니."


나는 서른 살에 마치 일곱 살 아이처럼 기뻐했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참으로 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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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제게 있어 최고의 007이었던 고 로저 무어 배우의 일화입니다.

올 봄 작고하셨을 때 방송작가인 당사자가 글 올려서 화제가 되었었는데

다시 봐도 뭉클하고 감동적이어서 펌 해봅니다.

 

 

덧.

블로펠드는 007 역사상 최고의 악당으로 홈즈의 모리어트 교수 포지션과 동일합니다.

안타깝게도 원작자와 제작사 사이의 판권 문제로 더이상 현대의 007 시리즈에는 등장하지 않죠.

 

 

 

 

*출처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25188396

 

 

*원출처

https://facebook.com/marc.haynes.7583/posts/79320493085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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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13-14 어웨이가이버 Lv.32 / 16,659p
댓글 4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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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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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이런 게 진정 남자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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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007하면 역시 로저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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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최고죠. 더할나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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