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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5일 18시 40분

이탈리아 용어인 '메짤라'가 보통 축구 용어로 빠르게 자리잡아가는 가운데, 안드레아 탈라리타가 이 말의 뜻을 정말로 알고 있냐고 묻는다.

 

예나 지금이나, 특히 세리에 A를 전담하는 영어권 매체에선 이탈리아 용어가 축구계로 들어와 대중적인 표현이 되곤 한다. 이탈리아인인 나로서는 이것은 개탄하기보단 축하하고 싶은 현상이다. 새로운 용어는 사람들의 어휘력을 풍부하게 해주며 종종 정확하고 유용한 전술적 기술어가 된다.

 

허나 이와 동시에, 언어학적 교류는 불가피하게 상당한 혼란을 불러온다. 최악의 경우엔 언어적 우월의식에 젖어 몽니를 부리는 것을 부추길 수도 있다. 몇 년 전, '판타지스타'의 미묘한 의미를 알고 있느냐로 이탈리아 축구물을 '먹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강 구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후 그 자리는 '트레콰르티스타'란 단어가 차지했고, 세리에A에 많은 4-3-3의 변형이 존재하는 지금, 논쟁에 등장하는 단어는 '메짤라'다. 

 

갈수록 더 논쟁적이고 유명해지는 태그인 메짤라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전문적인 역할을 설명하는데 쓰이고 있다. 우리가 듣기에 이 용어는 세리에 A에서 일어난 현대 축구의 이노베이션 속 새 역할을 설명해줄 용어이다. 이 선수의 역할은 다양하다: 누구는 메짤라가 특별한 임무를 지닌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라고 하고, 또 누구는 윙어와 포개져야한다고 하고, 극소수의 사람들은 그가 메짤라가 맞는가 따져보기 위해 난해하고 복잡한 패스 기하학을 들이대기도 한다.

 

난 이탈리아 단어가 영문 매체 속에서 또 다른 생명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불일치에는 해명이 필요하다. 더구나 이탈리아어는 빈번히 분류학적 정통성의 원천으로 거론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경우 보통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이 용어는..'이나, '원래 이탈리아인들이 이 말로 뜻하고자 했던 것은..'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에게 용어를 정리할 기회를 좀 달라. 그리고 모두에게 이 단어가 이해하기 쉬워지기를 바라기도 한다. 먼저, 스펠링은 mezzala 혹은 mezz'ala(둘 다 가능)다. mezalla, mezala, mezza'lla 아니고 모짜렐라도 아니다. 이 많은 오기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 꼭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쓸 필요도 없다. 레지스타regista나 테르지노terzino도 그럴 필요가 없는 것처럼. 

 

메짤라라는 말은 'mezz ala'의 줄임말이며, 이 말의 뜻은 '하프 윙(어)'이다. 인정하건데 복수형은 까다롭다. 이탈리아어에서 'ala'의 복수형은 'ali'이지만, 축구계의 토착어는 메짤라의 복수형을 메짤레로 만들었다. 메짤리가 되는 게 더 논리적이긴 하지만.

 

종종 소개되는 바와는 정반대로, 메짤라라는 말의 사용은 혁신도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있다해도 거의 원시적이다. 전형적인 축구 전술이 WM이던 시절,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에는 미드필더의 역할을 설명할 단어가 두 개 밖에 없었다. 하나는 인테르메디오intermedio, 수비수와 가까운 두 선수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리고 공격진에 가까운 나머지 두 선수를 부르는 말이 바로 메짤라mezz'ala였다. 그 때는 반드시 어퍼스트로피를 붙여서 썼다.

 

보통 이탈리아에서 미드필더를 부르던 말인 첸트로캄피스타centrocampista는 꽤 젊은 용어다. 이 말은 1950년대 들어서나 이탈리아 축구 저널리즘의 아버지에 의해 창조되었다. 원래는 첸트로-캄피스타로 표기되었지만, 1960년대부터 하이픈을 빼고 쓰기 시작했다.

 

사소하지만 쓸만한 잡담: 첸트로캄피스타의 뜻은 예전에도 지금에도 꽤 넓게 쓰이고며, 굉장히 다양한 선수들을 아우르고 있다. 누군가 선수 간 기술의 차이를 설명한답시고 '피를로가 진정한 첸트로캄피스타였고, 데로씨는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결국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이 단어는 적절한 유추를 허용한다. 결국엔 모든 특성이 대충 메잘라에 맞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축구 용어 중 포지션을 부르는 말과 역할을 부르는 말을 구분할 줄 알면 유용하다. '트레콰르티스타'는 주로 포지션을 칭하는 말이며, 특히 미드필더 라인과 상대편 박스 사이에 있는 경기장 중앙선을 뜻한다. '판타지스타'는 역할로서, 임기응변으로 공격적인 움직임과 플레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성과 기술력을 타고난 선수를 말한다. 분명한 이유로, 이 두 용어는 겹치게 되며 통상의 표현에서 (근거있는 범위 내에서) 서로 교차되어 쓰이는 경우도 있다.

 

반면 메짤라는 이탈리아어에서 3인 미드필더 중 한 포지션을 가리킨다. 즉, 4-3-3에서 중앙 미드필더는 종종 플레이메이커(레지스타)가 자리하며 측면엔 두 명의 메짤레가 선다. 이 용어의 정의가 너무 간단해서 기대이하일 수 있다. 메짤라는 단지 3미들 체제에서 뛰는 양쪽 미드필더를 말할 뿐이니까. 이 단어는 특별한 역할이 주어지지 않은 중앙미드필더를 묘사하는데 대신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4인 미드필더 중 측면돌파를 하는 플레이메이커를 일컫기도 한다.

 

영문 매체에서의 혼란은 포지션을 설명해주는 이 단어가 역할을 설명해주는 단어로 자주 오용되었다는 점에 기인한다. 그래서 '메짤라가 메디아노(혹은 낮은 위치의 레지스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모순이다. 듣자하니 '진정한' 이탈리아 축구 전문가는 이 두 단어를 극도로 구별하는데 절대 혼란을 겪지 않는다한다.

 

하지만 진실은, 판타지스타가 푼타(스트라이커)로 쓰일 수 있는 것처럼, 트레콰르티스타도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메짤라라는 말도 다양한 역할에 붙을 수 있다. 사실, 중앙 미드필드 지역부터 측면까지 모두 아우르는 포지션으로서, 이것은 축구에서 가장 유연성 있는 용어다. 그리고 이것은 공격적이든 수비적이든, 전형적이든 창의적이든 간에 모든 선수에게 널리 붙을 수 있는 설명이다.

 

만약 메짤라라는 단어를 좀 더 특정한 팀이나 전술의 특정한 역할을 설명하는데 쓰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다. 현대 축구는 수준이 높고 그걸 설명하는데는 또 교양있는 단어가 필요할 수 있다. 정말로 안될 것은 이 단어(혹은 다른 단어)를 근거없는 전문지식을 입증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빈번한 일이지만, 이것은 그저 추정의 형태일 뿐이다.

 

업계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메짤라란 말에 대한 트렌드는 특별한 경우라기보단 축구 담론의 지속적인 형태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글의 충고적인 결론이 필요한 이유이다. 난 다른 이탈리아 용어들이 많은 곳에서 축구계의 허구적인 귀족층의 표시로서 유명해지는걸 봐왔다. 이런 말 중 절대 유행에 떨어지지 않을 단 한 단어, 카테나치오로 맺는 것이 적절하겠다.

 

매우 간결하게도, 카테나치오는 1950~60년대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특정하 시스템을 의미한다. 보통 용어로, 이탈리아 내외에서 이 용어는 '버스 두 줄'과 동의를 가지며, 낡은 축구의 수비적인 플레이를 말하기도 한다.

 

주기적으로 난 축구 논쟁에서 이 단어를 좀 더 캐주얼한 후자의 의미로 쓰이는 것을 마주친다. 누군가 이 단어의 진정한 의미는 훨씬 더 복잡하고 역사적으로 구체적이며 미묘하다고 주장하면, 듣는 사람은 원초적 본능이 없는 한 이탈리아 축구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정의 모두 전적으로 수용될 수 있으며 한 쪽 정의와 다른 쪽 정의를 놓고 혼란을 겪거나 제대로 쓴다해도 누군가의 이탈리아 축구의 이해도 수준을 알게해줄 척도가 되지 못한다.

 

한 단어에 대해 특수적이고 전문적인 정의를 적용하면서 더 간단하고 대중적인 정의를 쓰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은 매우 오래된 수사법적 트릭이다. 그리고 이것은 절대 축구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정치적 논란을 들을 때면 거의 항상 이 현상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틀린 생각에 대한 폭넓은 논의는 이 기사의 범주를 넘어선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스포츠 팬들 사이에선, 우리는 당신에게 메짤라(혹은 다음에 또 유행할 단어:레지스타, 세콘다푼타, 플루디피칸테..)라는 용어를 설명하려는 사람을 주시해야한다. 그들이 단어에 대해 내리는 정의가 복잡하고 난해하며 이 사람이 당신이 이 단어의 특정한 정의와 친숙하지 않다는 배경을 이용해 논쟁에서 당신을 묵살하려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당신과 마주하는 그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사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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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ootball-italia.net/127534/just-what-mezzala

 

아니 뭐가 이렇게 길어.. 세 줄 요약합니다.

1. 메짤라는 사실 3미들에서 양쪽 측면 미드필더임. 별 뜻 없음

2. 영어권으로 옮겨가면서 이탈리아어 전술용어가 다양한 의미로 쓰일 수 있는 건 자연스럽고 수용가능한 일. 

3. 근데 단어 하나 그거 갖고 내가 더 잘 알고 정확히 안다고 나대진 마라.

 

 

두 장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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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20-21 써드아케 Lv.52 / 87,162p

Win the 57th match.
제 글은 당사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추천 자제좀ㅠ 알림이 너무 많이와요..

댓글 20 건

정독..... 넘나 긴것,,,,,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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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넘기네요 그래서 메짤라가 한마디로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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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글보면 3미드에 양쪽 미드필더네요. 특별한 의미는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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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중앙미드필더면서 측면까지 아우르는 성향의 미드필더를 말합니다. 본문에선 쉽게말해 3미들이ㅡ있으면 밑에있는 미드필더가 레지스타, 위에 두명의 미드필더가 메짤라라고 말하네요.

개인적인 예를 들자면 레알의 이스코가 메짤라의 표본적인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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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역삼각형 혹은 마름모 미드필더 라인의 중앙 미드필더요 그냥 위치여서 표본을 둘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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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그리고 흔히들 메짤라라 부르는 중미와 윙 사이의 포지션은 오히려 영어인 와이드 미드필더가 더 부르기 적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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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추천
1
메짤라라는게 진짜 별거 없는 단어인데 타 커뮤니티 보면 포그바 맨유 가면서 자기들도 잘 몰랐으면서 갑자기 메짤라 메짤라 거리면서 새로운 문물마냥 아는척하는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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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글 잘읽었습니다!

크랙같은것도 외국에서는 간단하게 혼자서 득점이나 분위기를 바꾸는게 가능한 선수지만 뭔가 우리나라에서는 '그 혼자서' 라는게 '개인능력=드리블' 처럼 인식되서 드리블로 분위기를 바꾸는 공격수를 주로 칭하죠 나라마다 번역이 되면서 의미가 조금씩 변하는거 같아요.

제가 알기로 완벽한 판타지스타는 바조~델 피에로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일본축구에서는 판타지스타로 불리는 선수가 너무 많아서 유형까지 정해져있다 하더군요 ㅋㅋ 참 용어란게 재밌는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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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평소에 세컨톱이랑 원톱 밑 공미는 이제 별 차이 없다 생각하는데 그럼 이탈리아도 이제 세콘다푼다랑 트레콸 경계를 없애고 부르나요?? 트레콸을 투톱 밑 공미에 한정시켜 부르기도 하고 저도 그게 편해서 그렇게 쓰긴 하는데 좀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진짜 내용 많이 공감합니다 쉽게쉽게 설명하는 게 가장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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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번역을 누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논지 맥락 모두 정말 훌륭한 글입니다. 힘들더라도 꼭 정독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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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뭐 먹고싶은 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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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마늘보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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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추천
3
아 직접 하신거구나... ㅋㅋ음.. 김치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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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보이콧...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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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본문에 있듯이 메짤라 이전에 트레콰르티스타, 레지스타, 세쿤다푼다가 먼저 얘기되곤 했었죠. 그냥 이탈리아어로 말한 것 뿐 특별한 거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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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마지막 두 문단이 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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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알고 있던게 맞았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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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5
진짜 축구보면 볼수록
포워드
미드필더
디펜도
골키퍼
여기에
중앙이나, 측면 정도를 더해서 단순히 위치상의 구분만 하는게 괜찮지 않나 싶은데
메짤라고 트레콰르디스타고 세쿤다푼타 메디아푼타 뭐 이래저래 많지만
점점 템포가 빨리지는 현대의 경기에서 이런 구분은 상황마다 달라지는지라서 보면 볼수록 이선수는 메짤라다, 보란치다 뭐다 말하기 애매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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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현대 축구에서 인사이드 윙어가 득세 하여 윙어들의 득점력이 많아지고 압박전술이 대세가 되면서 그전에도 메짤라는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메짤라의 역할이나 비중들이 높아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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