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9일 11시 09분
 
감독 Allenatore
 
이탈리아어로 감독은 알레나토레 Allenatore라고 부른다. 직역하면 "단련시키는 사람".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동사 allenare는 영어 동사인 train(기르다, 훈련하다)와 같은 의미이다. 영어로 트레이너 Trainer가 이탈리아어로 알레나토레가 되는 셈이다.
 
트레이너라고 하면 한국어로 이른바 체력 코치로 지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독일에서는 감독을 트레이너라고 부르는데, 그것과 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클럽에서 감독에게 주어진 권한은 매일 훈련을 통해서 기술, 전술적 지도를 하고, 멤버를 정하고, 경기를 지휘하는 현장에서 최고 책임자로서의 역할에 한정되어 있따. 잉글랜드 감독(여기선 매니저라고 불린다)처럼 팀 강화 편성권과 운영 예산을 잡고, 프로젝트 자체를 총괄하는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팀의 보강, 편성 업무에 관해서는 통상 스포츠 디렉터라 불리는 전문 책임자가 배치되고, 클럽의 경영 톱(보통 구단주 자신)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선수의 영입, 방출 사정 등 보강에 관한 관리 업무를 맡는다.
 
요컨대 이탈리아에서는 선수를 영입하고 팀을 편성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클럽 측이 맡아야 할 일이며, 감독은 클럽이 갖춘 팀을 맡아 훈련시키고 이기게 하는 것이 역할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트레이너 = 단련시키는 사람"이다.
 
어떤 감독이든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모아 자신이 이상으로 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그라운드 위에서 실현시키는 것은 하나의 꿈이다. 잉글랜드의 "매니저"는 그것을 가능케할 만큼의 권한이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그것은 거의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고 해도 좋다. 팀의 보강, 편성권은 클럽이라고 할지, 소유주 자신이 꼭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 한정하는 얘기가 아니라 유럽에서는 흔히 축구 클럽의 주인이 되는 것은 남자들에게 최고의 꿈 중 하나이다. 그 꿈을 실현한 총수들이 제일 하고 싶은 것은(축구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그렇듯이) 감독이 틀림없다.
 
그러나 감독이라는 역할은 극히 전문성이 높은 일로서 능력이 있어야함은 물론 자격증도 필요하다. 아무리 자기가 주인이라도 스스로 그 자리를 맡기는 어렵지만, 선수의 영입과 매각을 하는데에는 자격증도 필요 없다. 물론 이 일에도 능력은 필요하지만, 스포츠 디렉터에게 도움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 총수 대부분은 클럽은 자신의 소유물이고 자신이 돈을 쓰고 있으니 어떤 팀을 만드는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팀 보강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입 협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결정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회장도 적지 않다.
 
라치오의 로티토 회장, 나폴리의 데 라우렌티스 회장, 팔레르모의 잠파리니 회장, 칼리아리의 첼리노 회장, 제노아의 프레지오시 회장이 그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밀란도 오너인 베를루스코니에게 경영의 전권을 위임받고 있는 갈리아니 부회장이 보강의 모든 것을 쥐고 있다.
 
물론 감독이 전혀 발언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전력, 어떤 타입의 선수를 원한다는 의견을 클럽에 전달해도, 때때로 그 요청이 무시되어 버리는 일이 많다. 경제적 사정도 있지만, 회장이 원하는 선수가 있으니 그쪽이 더 우선된다.
 
감독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팀을 모양을 잡아주고, 곧바로 그라운드 위에서 결과를 내는 것뿐이라고 해도 좋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단 몇달만에 짤리고 마는 것이 이 "알레나토레"들이 처한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세리에A에서 20팀 중의 절반인 10팀이 총 19번이나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감독으로서 아무리 높은 이상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기장에서 아무리 "아름다운 축구"를 보이더라도 눈앞의 결과를 내지 못하면 그 자리에 머물 수 없다.
 
그래서 이탈리아 감독들은 자신의 이상을 굽히더라도 클럽에서 주어진 팀을 단 시일 내에 눈 앞에 결과를 내는 팀을 만들기 위한 "타협"을 한다.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을 우선하는 자세, 리스크가 적은 공수 분업, 수비를 단단히 지키고 속공으로 역습하는 스타일이 지배적인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그런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알레나토레"들은 결과와 내용을 양립시키고 두각을 나타내면서 커리어의 계단을 오른다. 이제 해외의 톱 클럽에서도 지휘를 맡는 안첼로티, 만치니, 스팔레티. 그리고 현재 세리에A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는 콘테, 마짜리, 알레그리 그리고 몬텔라. 이탈리아가 전술 대국이자 감독 강국인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SOCCER KOZO> 2012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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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19-20 팔라스 콜라보아드레날린 Lv.61 / 186,580p

걱정말라구

 

댓글 2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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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9

세리에는 역시 감독들의 전술 싸움이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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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0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감독'이라는 개념을 따졌을때, 유베의 감독은 알레그리+마로타+파라티치+네디(?) 쯤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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