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0일 2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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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프로리그가 아니었지만 디노 조프가 1972-1973시즌의 세리에A 무실점 기록 903분을 세울 때, 유벤티노들은 그 기록을 아주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30세에 유벤투스에 입단한 디노 조프에 대한 평가는 싸늘했다. 그렇게 저평가 받던 골키퍼가 1963-1964시즌에 마리오 다 포쪼(Mario Da Pozzo)의 791분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그 후 20년동안 그 기록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고, 밀란의 전성기인 1993-1994시즌에 세바스티아노 로시(Sebastiano Rossi)가 비로소 넘게 된다. 존 프레스라는 최첨단 전술로 3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렇지만 세바스티아노 로시에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는 조금 다르다.

 

역대 축구사상 최고의 수비수 4명(바레시, 코스타쿠르타, 말디니, 타소티)으로 구성된 밀란의 수비진에 세상의 이목이 쏠렸다. 세바스티아노 로시에게는 이것이 행운이자 불행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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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왕조가 1987-1988시즌 유럽 뿐 아니라 세계 최고였던 그때에, 토스카나 주에서 주 선발 공격수가 되길 바랬던 한 소년 유망주가 골키퍼로 포지션을 전향한다. 일설로는 연습 경기에서 골키퍼가 불참하는 바람에 덩치가 컸던 그 소년이 골문을 지키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쨋든 여기서부터가 골키퍼로서의 시작이다.

 

그 소년이 후에 "지지"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지안루이지 부폰이다.

 

에르메스(Ermes Fulgoni)에게 발견된 부폰은 1991년 파르마의 유스팀에 입단. 그로부터 4년 후인 1995년, 약관의 17세로 세리에A의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 다음 시즌에는 주전 골키퍼의 자리를 꿰찼다.

 

순조롭게 경력을 쌓으며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와, 릴리안 튀랑과 함께 탄탄한 수비진을 구축했다. 1998-1999시즌에는 코파 이탈리아와 UEFA컵(현 유로파리그), 이탈리안 슈퍼컵을 들어올렸다.

 

나카타 히데토시가 AS로마에서 파르마로의 이적을 결심한데에는 탄탄한 수비가 큰 요인이었다는 것은 유명하다. 그렇지만 부폰과 튀랑은 유벤투스로 이적해버려 나카타와는 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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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부폰이 파르마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했을 때 유벤티노들은 열광했다. 파르마에게 지급된 이적료 51m유로는 골키퍼 역대 최고 이적료로 아직도 깨어지지 않았다.

 

유벤티노들은 "이제 10실점 정도는 줄거야" 라며 반 데 사르 골키퍼를 폄하했다. 당시 이 네덜란드인 골키퍼는 아약스에서 익힌 발재간을 선보이며 상대 공격수에게 뺏기는 불안한 장면을 많이 보여줬으며, 팬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부폰은 이적 1년 만에 1997-1998시즌 이후 처음으로 스쿠데토를 따내는데에 기여하면서 유벤티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다음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팀을 견인했다.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지만, 상대 공격수 필리포 인자기가 날린 다이빙 헤딩슛을 선방한 장면은 아직도 인상에 남아있다.

 

2006년에 칼쵸 스캔들의 처분으로 세리에B로 유벤투스가 강등되었음에도 팀의 골문을 여전히 지킨 남자는 지금도 그곳에서 존재감을 발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골키퍼는 동료의 실수나 슈팅을 당하면 소리를 꽥꽥 지르는 장면이 많이 보이지만 부폰은 어떤 장면에서도 웃으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부폰도 화낼 때는 냄 -_-;;). 이것이야말로 모든 세대의 감독, 동료들에게도 사랑받는 요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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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이케르"라며 숭배되고 은퇴하는 날까지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을 지키겠다고 생각했던 이케르 카시야스조차 경력 말년에는 레알의 골문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유벤투스에 입단해 어느 감독에게도 기용되어온 것은 단지, 기술적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료였던 안토니오 콘테가 감독이 되어 이끈 2013-2014시즌에는 745분 무실점으로 세리에A 역대 7위 랭크. 올 시즌은 그 기록을 훌쩍 넘어 29라운드 사수올로전에서 조프의 903분을 넘어 역대 2위로 올라섰다. 30라운드 토리노전에서 4분만 채우면 역대 최고의 신기록을 22년만에 갱신하는 것이었지만, 974분까지 끌어올렸다.

 

22년 전보다 공과 축구화는 골키퍼에게 더 불리하게 진화하였기에 이 기록 경신은 더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폰은 "이 팀이 자랑스럽다. 이 팀에서 경기하여 행복하다. 기술면에서도, 정신적인 면에서도 희귀한 가치를 가진 동료들 뿐이다" 라며 자신보다 동료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31라운드, 홈에서 맞이한 엠폴리전에서 "GIGI" 카드섹션으로 세리에 A 역사상 최고 골키퍼의 신기록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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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폰은 최근 40세에 "은퇴"할 것을 내비쳤다.

 

20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나선다면 통산 6번 출전으로 월드컵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그때 부폰은 40살이 된다. 조프가 40세에 1982년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 "영감쟁이"라는 비난 받았지만, 부폰을 그렇게 부르는 팬들은 적을 것이다.

 

조프는 우승으로 마지막 월드컵을 마쳤다.

 

현재 38세인 그가 국제 무대에서 들지 못한 트로피는 발롱도르와 챔피언스리그, EURO(유럽선수권) 뿐이다. 올해 6월 유로대회가 있고, 나머지 2개도 2년동안 넘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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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담이지만 부폰은 유벤투스에 입단하면서 골키퍼 유니폼에 "변화"를 시도했다. 형광 분홍색으로 소매가 칠부인 셔츠를 주문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에는 비웃음이 있었지만, 요즘에 형광색은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소매가 칠부인 셔츠는 패션 세계의 표준이 되었다(그 이전에 축구 유니폼에 형광색 없었다거나, 평상복에 칠부가 없었지는 않을 거 같음. 축구 유니폼에 칠부 소매 적용한 것만 최초일 듯).

 

당시 부폰은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을 시도하고 싶었다" 라고 말했다.

 

2016년 3월 20일. 부폰은 후세에 구전되는 금자탑을 세움과 동시에 조프 시대의 유벤티노가 가졌던 자긍심을 22년 만에 우리에게 되찾아주었다.

 

유벤투스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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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19-20 팔라스 콜라보아드레날린 Lv.61 / 187,684p

걱정말라구

 

댓글 7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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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0

안첼로티 감독님 자서전 中, 부폰 막 영입할 시절

 

 

보드진 "잔루이지 부폰이라는데, 이 친구 뭐든지 막아낼 수 있다고"

 

안첼로티 "뭐 얼마나 대단한 친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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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0

빅이어 들고 발롱도르까지 꼭 손에 쥐어줍시다 ㅠㅠ... 일해라 포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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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0

좋은 글 잘봤습니다!!! 클럽에서 이룰 수 있는 거 다 이루고 갔으면 좋겠네요 ㅠㅠ

월드클라스 부폰갓 ! 은퇴하기전에 꼭 빅이어 들길 ㅜ 빅이어 못들면 너무 속상할듯 ㅜ

챔스랑 유로 우승 꼭 했으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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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1
20018년 까지하시면 좋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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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5

제발 부폰이 키퍼일때 챔스우승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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