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3일 22시 32분
 
골대에서 대략 25미터의 위치에서 얻은 프리킥. 파올로 디발라의 왼발에서 발사된 공은 날카로운 곡선을 그리며 벽의 바깥쪽 좌측 상단을 스쳐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와의 신경전, 슛 속도, 코스, 커브의 정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안쪽 벽을 넘기는 것을 노릴거라 예상했던 우디네세의 골키퍼 오레스티스 카르네지스는 역방향이 걸려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우디네세의 새 집에서 홈 서포터석은 고요해지고, 골 뒤의 원정 서포터와 유벤투스 선수들만이 환희에 넘쳤다. 디발라는 이날도 조용히 눈을 감고 고향 코르도바로 이어지는 하늘을 두 손으로 가리켰다.
 
2016년 1월 17일 우디네세의 홈 스타디움 프리울리는 축구 전용 구장으로 변모하면서 유벤투스전이 처음으로 전체 관중석을 개방하고 공식전을 맞이했다. 경기 전부터 표는 매진되고 경기장에 몰려든 관객의 대부분은 현역 은퇴가 다가오는 우디네세의 주장 안토니오 디 나탈레가 새 스타디움을 기념할 첫 골을 터뜨리길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가볍게 깨버린 것은 신들린 유벤투스를 이끄는 젊은 희망의 왼발이었다. 그 후에도 디발라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없었고, 2골 1어시스트의 독무대를 펼쳤다. 팀은 0-4로 대승해서 개막전에 0-1 패배에 대한 복수를 하고, 리그 10연승을 기록했다.
 
보기 드문 재능을 평가 받으면서 “라 호야(보석)”라는 별명으로 알려지게 된 디발라는 세리에A 2년 차가 되는 지난 시즌에 34경기 출전, 13골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시즌 종료 후, 팔레르모에서 리그 4연패 중인 챔피언,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현 수장인 지안루이지 부폰, 현 부회장인 파벨 네드베드, 전 선수 릴리안 튀랑에 이어 클럽 사상 4번째로 비싼 32m유로. 개인 성적에 따라 최대 8m유로의 보너스가 추가된다. 팔레르모의 마우리시오 잠파리니 회장은 “디발라는 미래의 리오넬 메시이다. 40m유로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 라며 보증했다. 여론에도 “메시의 재래”, “세르히오 아게로 2세” 라며 이 22세의 청년은 남다른 기대를 받았다.
 
지난 해 6월 유벤투스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바르셀로나에 패하면서 19년 만의 트레블 기회를 놓쳤다. 결승 2일 전에 유벤투스 입단이 발표된 디발라는 새로운 클럽의 일원으로 VIP룸에서 결승전을 관람했다. 경기 후에 제 3 주장인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에게 “제대로 준비한다. 다음 시즌에는 모든 것에 이긴다” 말을 듣고 심쿵했다. 빅 클럽에서 뛰게 되는 벅찬 기대로 새 시즌의 개막을 기다렸지만, 그 여름 이적 시장에서 팀의 기둥이었던 카를로스 테베스, 아르투로 비달, 안드레아 피를로 3명이 이적했다. 특히 10번을 달았던 테베스와 같은 포지션인 디발라의 어깨를 누르는 부담은 더욱 거세졌다.
 
 
그렇게 맞이한 시즌 첫 공식전, 슈퍼컵 이탈리아 라치오전에서 첫 골을 기록하게 되고, 승승장구로 스타트를 끊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았다. 우디네세와의 세리에 A 개막전, 마리오 만주키치의 파트너로 투톱의 한 축에 기용된 것은 디발라가 아니라 19세의 킹슬레이 코만이었다. 65분에 코만과 교체 투입된 디발라는 능수능란한 발 기술을 선보이면서도 어딘가 부조화스러운 플레이가 눈에 뛴다. 마지막까지 골을 넣을 수 없었으며, 78분에 잠깐의 허를 찔리며 실점을 허용해 팀 역사상 처음으로 홈 개막전에서 패배하는 수모를 겪었다. 시합 종료 휘슬이 울리자, 무득점으로 끝난 디발라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그저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이어 2라운드 AS로마전에서 리그전 첫 골을 넣긴 했지만, 시즌 초반에 팀 적응에 고생하며 교체 출전하는 경기가 많았다. 팀도 많은 부상자와 새로 영입한 자원들의 늦은 적응의 영향으로 리그 10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3승 3무 4패 12위라는 저조한 성적이 이어졌다. 매 경기처럼 경기를 지배하면서도 결정력을 잃은 투혼에 일부 언론과 팬들은 새로운 전력의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를 지적했다. 디발라에게도 “테베스의 그림자”가 늘 따라다녔다. 그래도 이 젊은 다이마노드 원석은 굴하지 않고 “아직 개선할 것이 많다. 나는 유벤투스를 유럽 정상으로 이끌고 싶다”라는 높은 뜻을 가졌다.
 
이 아르헨티나의 기대주는 항상 똑바로 앞을 응시하고 상냥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경쟁심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일관된 자세 뒤에는 항상 사람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골망을 흔들고 동료들과 한바탕 기쁨을 폭발시킨 뒤 그는 하늘을 향해서 집게 손가락을 올린다. 하늘에서는 언제나 돌아가신 아버지 아돌포 디발라가 미소 짓고 있었다.
 
 
아버지 아돌포는 디발라가 15세 때 췌장암으로 숨졌다. 가족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디발라가 걱정하지 않게 아버지의 병에 대해서 자세히 알리지 않았다.
 
“가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꼭 나으실 거야”라고 달랬다. 요즘에도 가끔 아버지 꿈을 꾸고 베개를 적신 적이 있다"
 
아버지가 살아 생전에 늘 3명의 아들에게 “누구든 한 사람만 축구 선수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라는 바램을 말하곤 했다. 형인 구스타보와 마리아노는 대성하지 못하고 삼남인 디발라가 그 사명을 맡게 되었다.
 
“내가 하는 수 밖에 없어졌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자랑스럽게 하고, 아버지의 소원을 위해서"
 
디발라는 16세가 되고서 가족의 품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고 이듬해에 현지 클럽인 인스티투토 코르도바에서 프로 데로 데뷔했다. 마리오 켐페스 Mario Alberto Kempes가 가진 클럽 최연소 득점 기록을 갱신하며 아르헨티나 2부리그에서 공식전 통산 40경기 17골을 기록하는 압도적인 활약을 보이자 순식간에 이탈리아에 스카웃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올 시즌 디발라의 축구 인생은 다시 한번 크게 가속한다.
 
 
늙은 귀부인의 “보석”이 진정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13라운드 AC밀란전이다. 리그에서 시즌 첫 연승을 이어가며 서서히 팀의 기세가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한 순위 위의 6위인 “과거의 라이벌” AC밀란은 현재 팀의 실력이 진짜인지 아니면 단지 일회적인 기세인지 파악할 수있는 적절한 상대였다. 경기는 초반부터 홈의 유벤투스가 압도했지만 좀처럼 골을 터뜨리지 못한 채 후반에 돌입한다. 또 이길 수 없는 나쁜 버릇이 나오나 싶었지만, 균형을 깨뜨린 것은 디발라였다. 665분 알렉스 산드로의 왼쪽에서 오는 크로스를 받아 후 그라운드에서 튀어오른 공을 왼발로 하프 발리 슛을 꽂았다. 중요한 순간에서의 일격에 동료들도, 팬들도 감정을 폭발시켰다. 이 골이 결승골이 되어 유벤투스는 연승 기록을 3연승으로 늘렸다.
 
이 경기에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과 동료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얻은 디발라는 그 경기로부터 8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카르피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서 골 또는 도움을 기록(8경기 7골 5어시스트)했다. 디발라의 각성과 함께 팀도 연승 가도를 이어가며 왕의 풍모를 되찾았다.
 
“누군가와 비교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진 않아"
 
아르헨티나의 젊은 청년은 메시, 아게로, 테베스 위대한 고국의 선배들과 비교되어 갔다. 아마 그것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디발라는 아직 젊고 완성된 선수가 아니다. 그래도 테베스의 부재를 느끼는 유벤투스 팬은 줄어들고 이제 새로운 에이스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
 
“누메로, 벤투노(등번호 21번)! 파올로~ 디! 발! 라!"
 
경기장에 그 이름이 울릴 때, 이제 막 빛나기 시작한 유벤투스의 “보석”은 평온한 미소를 보이며 돌아가신 아버지의 꿈과 긍지로 코르도바로 이어지는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사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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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19-20 팔라스 콜라보아드레날린 Lv.61 / 186,656p

걱정말라구

 

댓글 6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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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3

멋진 글 잘 보았습니다. 번역하느라 수고하셨어요 !!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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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3
간만에 정독해서 읽었네요.
내용도 알차고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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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
2016-01-24

심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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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알레 같은 존재가 되기를...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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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퍼가도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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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5

세매 빼고 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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