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95-96 어웨이 빅이어평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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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7일 15시 45분

흘러가는 일들을 지켜보며 복합적인 감정과 많은 생각이 공존합니다.

호날두가 이 글을 볼 일은 없겠지만, 이 감정과 생각들을 당사 분들과 나눌 수 있을까 하여

호날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정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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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웅 호날두에게.

 

당신의 축구를 보며 열광한지도 벌써 15년이 됐습니다.

박지성의 동료로 뛰는 당신을 본 것이 그 시작입니다.

빠른 스피드, 다이나믹한 육체성, 걸출한 외모, 축구라는 스포츠에 있어 당신은 제게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입니다.

 

당신을 보아 온 긴 시간동안 행복했고 또 슬펐습니다.

당신의 플레이는 짜릿했고, 화려했고, 멋있었지만, 그럼에도 슬펐습니다.

그 이유는 모두가 칭찬하는 당신의 성실함 때문입니다.

 

가장 빨리 훈련장에 도착해서 가장 늦게 훈련장을 빠져나가는 선수.

약팀이던, 강팀이던, 오늘 경기에서 이미 몇 골을 넣었던, 한 골을 더 넣고 싶어하는 선수.

유로 결승에서 이른 시간 부상 당하고는 눈물을 흘린 선수, 그리고 터치라인에서 감독보다 열정적이었던 선수.

현역 중 가장 많은 빅이어를 들어 올리고도, 조별리그 1차전 퇴장 떄문에 눈물을 흘리는 선수.

실재 나이와 비교도 안 될 젊은 신체나이를 유지하며 여전히 정상에 있는 선수.

 

대부분 당신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들이 제게 슬펐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정상에서 살아남고자, 수많은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고자 애쓰는 당신의 모습이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애쓰는, 

쉽지 않은 여건이라도 최대한 잘 해내고 싶어 애쓰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이겠죠.

대부분 말도 안된다고 하겠지만, 피치 위의 당신을 보며 저는 노량진의 고시생들을 떠올렸고,

원치않는 회식에 쩔어 퇴근하는 회사원들을 떠올렸고, 하루 12시간에 가까운 육체노동을 하며 진이 다 빠진채로 밤에 퇴근하는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을 떠올렸고, 장사의 흥망에 따라 달라지는 아버지의 표정을 떠올렸고,

함께 일하시며 표정 조차 없어지는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이 슬픈 까닭들이, 당신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와 닮은 당신이 쓰러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잘 해냈으면 좋겠고, 정상에 오래 남아 희망이 됐으면 하죠.

그리고 늘 그 기대에 부응하는 당신을 보며 박수를 보내고 행복해 하며 남은 하루를 보냅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성공은 저와 저의 동료들의 성공처럼 기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가능한 오랜시간 우리들의 영웅으로 남아주길 염치없게 바랍니다.

 

이번 사건의 진행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마요르가의 편에 서고 싶습니다.

당신은 그녀와 비교한다면 압도적인 강자이며, 여러 정황이 당신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무죄 혹은 증거 불충분으로 판명 된다 해도 슈퍼 변호팀이 뒤를 받치고 있는 당신과

행사 도우미, 모델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그녀와의 법정 대결을 저는 공평하다 보지 못하겠습니다.

이 사건의 끝이 어떻게 나던 조용히 그녀를 응원하고 싶은 것이 저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간단히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은 우리들의 영웅으로 존재했고, 여전히 그렇다는 점입니다.

당신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들의 영웅이 아니어도 좋으니,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전 당신의 진실과 그녀의 진실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3자가 그 현장을 봤다면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할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제가 바라는건 당신은 당신의 진실로 일관 되어주는 것입니다.

변호인단 뒤에서 상황을 만들거나, 언론을 이용해 여론을 흔들거나, 

돈과 당신의 인기가 가진 권력으로 그녀를 압박하는 것이 아닌,

당신이 진정으로 믿는 이 사건에 대한 진실로 앞으로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 모습이 제가 당신에게 감동하고 당신을 영웅으로 대한 이유이기 떄문입니다.

 

피치 위에서 승리에, 한 골에, 최고의 모습에 집착하며 최선을 다하던 당신의 진실이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당신에게 감동한 이유였습니다.

그 모습을 앞으로도 볼 수만 있다면, 사건의 결과를 떠나서 여전히 당신에게 감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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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95-96 어웨이 빅이어평창수 Lv.3 / 336p
댓글 6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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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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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역시 팬레터는 축구선수에게 애정을 전하는 조은 방법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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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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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예전 일본 스폰 행사에서 일본 어린이가 서투르게 호날두에게 편지를 읽자 사람들은 발음을 비웃었고 호날두는 말했죠 " 왜 웃지 뭐가 웃긴거야? 내 귀에는 잘만 들리는데 ? " 라고 부디 진실된 모습으로 앞에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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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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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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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7
와..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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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7
진정성 있는 글을 읽으며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만..
저는 결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요르가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의심쩍은 부분이 하나라도 남는다면 호날두팬으로 있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제3자의 입장이 되어 축덕이 될까 합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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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7

모든 건 결과가 나온 이후에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결백이 밝혀지면 새로운 레벨의 성숙을 가져오겠지만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면 영웅은 날개를 잃고 추락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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