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1일 00시 50분
글을 쓰다보면서 느꼈는데, 이거는 축구를 볼 줄만 안다면 모두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네요.
그래도 몇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제 생각을 담아봤습니다.

1. 3-4-3
대표팀이 3-4-3을 사용하던 2002년 당시에는 공수밸런스가 모두 우수한 선수들이었습니다.
비록 골결정력은 맨날 개판이라고 까였을지언정, 공격수들의 공격 능력의 밸런스도 우수했고,
수비수들도 강력한 수비력의 좌우 스토퍼와 4백보다 3백에서 더 우수했던 홍명보가 있었고,
윙백은 말할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안정적인 공수밸런스를 자랑했으며,
당시 미드필더들도 모두 높은 활동량을 가져감과 동시에 역할 분배가 잘 되어있었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4백이 현대적인 축구였기 때문에 선수들이 3백에 더 익숙해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비는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선수가 윙백을 보질 않나
3백은 기본적인 간격조절이나 라인컨트롤도 못하고 있질 않나
미드필더들은 뛰는건지 마는건지 싶을 정도로 간격 조절도 못하질 않나
공격수들은 밸런스는 커녕 반쪽짜리 선수들 뿐인데 지 할 것도 못하고 있고
결정적으로 3백을 뛰어 본 선수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인원배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중원과 수비라인에서 경험이 없어요.

이건 절대적으로 감독의 패착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3백이 잘나가려면 모든 선수의 패스-테크닉 클라스가 어마어마하거나
그 패스-테크닉 클라스의 부족을 메꿔줄 하드워킹이 되던가
공수가 분리되어있음에도 버텨낼 수 있는 공격력과 수비력이 있던가
셋 중 하나는 반드시 되어야 어떤 식으로든 3백을 운영할 수 있는데
셋 다 안되는 팀을 가지고 3백을 운영해보겠다고 들고 나온 것은
인기있는 리그에서 3백이 유행하니 우리도 어떻게 대체하면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잠깐의 눈독 아니면 이 구성으로 3백을 들고 나왔다는게 납득이 안됩니다.

하스스톤에서 도적 잘나갈 때 탈노스 대체 외치는 하린이와 다를 바가 없어요.
이딴 실험 따위나 하고 있을 시간이 아닌데 축협에서 무슨 말을 한건지
아니면 본인이 안짤린다는 확신이 있는 것인지 왜 이렇게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건지
신태용에게 바라는 점은 잘 추스려서 대표팀에 나가라는 것이었지
무슨 새로운 전술을 고안해서 먼 훗날에 우승을 하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2. 수비라인
현대축구에서 수비력은 순수 수비실력으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어디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밀려오는 밀물을 골리 포함 세명이서 받아내는 팀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2줄수비와 그 앞에 방해꾼 역할을 하는 공격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말은 즉 잘 조직된 팀은 그 선수들의 순수 수비실력이 설령 떨어질지언정
쉽사리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하지는, 아니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근데 그 비싼 몸값을 받고 계신 분들은 라인을 구축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시끄러울까봐 조심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능해서 본인들이 자리를 못잡는 것인지
필요한 곳에는 사람이 없고 필요 없는 곳에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원의 잉여와 부족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제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히 안되는 증상입니다.
기본적으로 잉여와 부족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면 교환을 통해 이를 해소하려 하는데
교환 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스위칭, 커버링 죄다 개판입니다.
이런데 무슨 수비를 합니까? 그냥 뛰어 들어오면 다 뚫리지.

3. 키핑 및 터치
언제부터인가 선수들의 기본적인 터치가 너무 엉망입니다.
현대축구의 기본은 전방 플레이메이커에게 공이 갈 때 까지 최대한 빠르게 공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그게 전방으로든 좌우로든 어디로든 간에요. 덕분에 비대칭 전형이 많아졌죠.

하지만 3백을 사용하는 팀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전형 자체가 플랫한 모양새이기 때문에
상대가 비교적 선수 사이사이에 끼어 있어 빠르게 압박 할 수 있는 포메이션이라면
압박에 굉장히 취약할 수 있으며, 고립되기가 상당히 쉬운 포지션이기 때문에
기술이든 체력이든 스피드든 어떤 식으로든 빠르게 위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유벤투스가 16년 패스 루트의 다양화, 17년 스피드의 강화를 꾀한 이유,
PL팀들이 기존의 테크닉을 바탕으로 속도전 양상으로 다시 회귀하는 이유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이 나라는 본인들 터치가 기본적으로 안좋으니 패스의 선택도 늦어지고
패스의 선택도 늦는 주제에 시야와 패스 정확도도 그다지 좋지 못하니
위치를 바꾸는데 하나 둘 씩 정체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됩니다.
더 최약인 점은 활동량마저 엄청 줄어서 이제는 발로도 커버가 안되는 상황이구요.
4백에서는 적당히 공격의 답답함만 가져왔지만, 3백에서는 이게 역습으로 직결됩니다.
그 결과를 오늘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요. 기본적인 공격작업 조차 불안한데 수비가 되겠습니까?

4. 공격진의 구성
대한민국의 공격진은 나름 화려한(?) 공격 구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셋 다 공이 와야 잘하는 구성입니다. 근데 더 웃긴건 셋 다 공이 안가면 못합니다.
공이 와야 잘하지만 공이 오지 않아도 도움이 되는 포스트플레이어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럴 역할을 기대하고 국대 감독들이 뽑는 김신욱은 이미 맛탱이가 가버렸고
남태희는 혼자서 11vs1 축구 하고 있고, 손흥민은 괜찮은 패서 또는 주 공격루트가 없어서
본인의 장점인 아이솔레이션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이고,
황희찬 외 기타 공격수들도 공이 안오니까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동원은 국대에서 무색무취가 된 지 한참 오래전이구요.

4백에서는 다른 식으로 공격력을 끌어올 수 있지만 3백에서는 전방의 공격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앞에 세명이 어떤 공격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상대의 수비라인의 높이가 결정되거든요.
17년 콘테의 첼시가 우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자르의 부담이 덜어지면서
상대는 역습에 항상 대비해야 했고, 이에 따라 공격 시작점이 낮아지는 결과가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2선 지점 가면 벌써 공이 막혀있습니다. 어쩔 때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막히죠.
당연히 상대의 공격 시작 지점은 그 지점으로 정해지고, 상대는 빠르게 우리나라 진영으로 도달하죠.

5. 결론
도저히 축구라는 스포츠를 잘 할 수가 없는 환경입니다.
감독의 어처구니 없는 선택부터 시작해서 기본도 안된 수비, 엔진이 되길 거부하는 미드필더,
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는 공격수까지 이 팀은 이제 안됩니다.
그나마라도 4백을 사용중일 땐 공격 루트나 압박 지점과 타이밍에 대한 개선점도 보였는데
소방수라고 투입한 감독이 3백을 실험해서 기존의 개선점을 다 무너트렸다는 점이
신태용 감독을 지지했던 저에게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대표팀 구성은 기존의 기틀을 유지한 채 잘하는 선수를 기용하거나
국가 내 특정 잘 나가는 클럽의 전술을 차용해서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 나라는 이미 둘 다 안되는 실정입니다. 잘 나가는 클럽도 아챔에서는 많이 죽어버렸고,
기존의 기틀이라고는 이미 썩어문드러졌는데 신감독이 또 버려버렸습니다.
어떻게 해야 답이 나올까요? 미친 척 하고 전북민국을 만들어야 할까요?
아님 무에서 다시 팀을 창조할 수 있는 수준의 감독을 데려와야 할까요?
퍼거슨이나 히딩크 급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감독이라면 가능할까요?
이래저래 경기를 보면서 한숨만 나오는 밤입니다. 조진호 감독님 기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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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얀코네리 Lv.33 / 18,019p
댓글 10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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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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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 대표팀 단점은 크게 2개.
1. 공격을 못함.
2. 수비를 못함.
거기에 이젠 멘탈까지 터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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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노답입니다. 이정도로 구린 팀은 아닌데 여러 문제가 너무 연쇄적으로 얽혀있습니다.
몇가지 쟁점을 적어주셨는데 포메이션, 수비, 볼테크닉, 공격까지 모든 부분이 나왔다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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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종합선물세트긴 하네요 그래도 미시적으로 보면 선수별로 장점은 있습니다. 발휘가 전혀 안되는 상황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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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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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축구의 모든것이네요 문제라고 이야기 하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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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위에 쓴 대로 미시적으로 보면 선수별로 장점은 있습니다.
다만 단점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축구를 못하는 팀으로 보이게 만드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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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한줄로 요약하자면 그냥 축구를 못하다는....ㅠ

전북민국 발동 같이 한 팀 선수단을 옮겨오면 조직력 자체는 나아지겠지만 혹사 + 부상 위협에 노출되어 다음 시즌에 선수들의 폼이 떨어져 리그에서 부진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속팬 , 감독의 반대 목소리가 나올거라 힘들다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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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다른이야기지만...
아이솔레이션 하니까 nba가 갑자기 생각나네요ㅋㅋ
이번에는 한글판으로 나왔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씨디사러 가야겠네요ㅎㅎ
아시아의 네덜란드일려나요
리그도 몰락
국대도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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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제일 큰건 자신감인거 같아요. 승리한지도 8개월 가량 되고 감독문제에 엄청난 비난까지. 안 그래도 기량 후달리는거 멘탈까지 흔들려서 오합지졸이 되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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