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 김에 써보는 유베 문제점 모음집

1. 케디라는 볼란치로의 수명이 끝났다.

포백보호도 못해, 빌드업도 못해 그냥 끝났습니다.

이번시즌 내내 피야니치 옆에서 제 역할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상대 진영 공간은 잘 점유해도 아군 공간은 먹질 못합니다.

오히려 가짜 10번을 수행할 때 해트트릭 하고 포스트플레이 하고 별 쇼를 다했죠.

유베와서 3시즌을 뛰는데 수비적인 롤을 확실히 수행한 적이 작년 한 번 뿐입니다.

첫 시즌에는 포그바랑 마르키시오가 안하는 침투와 높이경쟁이 주 임무였고,

이번 시즌에는 아예 원래의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탈압박과 수비가 발전했다지만 원래 그쪽 능력이 별로인 피야니치를

옆에 끼고 있는데 둘 다 못하면 더블 볼란치가 제 기능을 할까 싶네요.

피야니치가 고전하기 때문에 유베가 빌드업시 겪는 어려움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2. 만주키치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1번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 시즌에서 케디라와 윙주키치가 흥할 때를 따져보자면

상당히 패스루트가 다양했기 때문에 만주키치, 케디라의 두 엔진이 알아서

공간을 점유하고 흔들어 놓으면 나머지 선수들이 찌르는 패턴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패스루트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전진 시 템포가 엄청 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두 가지 차선책이 존재하죠.

공간을 좁혀 만주키치가 골대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던가

만주키치, 케디라 둘 중 하나를 빼고 개인전술이 되는 선수를 사용하는 것.

저는 일개 팬이지만 알레그리가 지속적으로 전술 시험을 하길래 생각이 바뀌나 싶었습니다.

만주키치가 지시 하에 메짤라와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줬기도 했고

케디라가 뮐러와 같이 가짜10번 내지는 9.5번 역할을 수행하며 디발라릴 보조한 적도 있었구요.

근데 문제는 알감독이 윙주키치, 케볼란치를 너무 사랑해서

특별한 경기가 아니라면 두 선수의 위치는 거의 고정적입니다.

이전처럼 만주키치가 본인의 다양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유벤투스가 어떻게든 빌드업 한 공은 여기서 백패스가 되어 3번으로 이어집니다.

3. 윙백의 기술적 한계

데실리오는 이탈리안 윙백답게 연계는 참 잘 하는데 더 이상의 위협적인 모습은 없습니다.

산드로는 작년 월클이었는데, 올해 폼이 오락가락 합니다. 첼시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걸까요?

리히랑 아사모아는 떨어진 피지컬로 인해 본인들이 잘했던 억지스러운 전진이 아예 없어졌습니다.

스투라로는 기술이 그냥 유벤투스 수준에 있어서 한계가 있습니다.

유벤투스가 중앙으로 주지 못해 측면으로 준 공은 갈 곳을 잃고 4번으로 이어집니다.

4. 콰드라도

콰드라도에게 공을 주고 공격작업을 맡기려면 여러 조건이 붙습니다.

1. 우측면 수비지원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2. 하지만 우측면 윙백의 공격지원은 콰드라도가 취하지 않을 것이므로 한 명은 없는 셈이다.
3. 공격전개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결과물에 대한 퀄리티가 보장이 안된다는 점이죠.

어떨 때는 엉망이고, 어떨 때는 게임을 완전히 뒤집어 놓습니다.

다만 상당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본인이 만들어낸 결과가

게임 스코어나 보드판에 경기 내내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어쨌든 유벤투스에게는 유리한 결과이니까

참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인데, 요즘 들어 퀄리티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그냥 더 설명할 것도 없이 요즘에 엉망입니다.

여기를 마지막으로 유벤투스가 힘들게 빌드업 한 공은 상대편에게 넘어가고

공이 갑자기 높게 뜨면 어어어 하다가 한골 먹고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