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02-03 홈Ch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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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7일 16시 31분
복잡한 밤을 지나 푹 자고 일어났더니 차분해져서 이번 내한을 복기해봅니다. 매우 길어질듯하지만 정리해 남기고 싶어져서요. 내용상 저와 같은 분도, 저와는 다른 분도 있을 거 같습니다만 지극히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티켓 예매.
당사 티켓 오픈 전부터 엄청나게 내적 갈등을 했습니다. 근데 제 주변에서 같이 갈만한 사람 중 유베 팬은 저밖에 없어요. 호날두 개인팬은 좀 있지만 신계의 아이코닉한 호날두에 관심있는 정도지 각자 자신만의 코어 클럽들이 다 있습니다. 그래서 온전히 다 내 마음만큼 유베에 집중못할 것 같아서요.
혼자 갈 것인가 누구를 데리고 갈 것인가. 당사티켓으로 갈 것인가 개별 예매할 것인가. 당사에서 개인에게 허락한 티켓은 3장이었고 저의 친구들은 5명. 결국 5명이서 티켓링크 예매해서 가는걸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티켓 오픈이 되었고 다들 직장인이라 오픈 당시 전쟁과 서버 터지는 걸 감당 못하고 2주 정도의 기간동안 모두 티켓링크 앱을 끼고 살았죠. 그리고 예매와 취소의 무한 반복 끝에모두 동일 구역 내 근거리로 예매 성공했습니다. 비 때문에 무더기 취소될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안초조했을텐데 ㅠ
경기 하루 전
내가 가진 십 여벌의 유베 유니폼을 바닥에 펼쳐놓고 뭘 입고 갈 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내가 사랑해온 선수들의 이름들 중 거르고 거르다보니 결국 다 오래된 선수만 남더라고요. 유베라는 클럽과 그 클럽를 사랑해온 나.
네디와 부폰, 알레 중 결국 02-03 알레를 선택했습니다. 아무래도 첫 직관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나봅니다. 그게 제가 직접 내 돈으로 구입한 첫번째 유베 유니폼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15년 넘게 가지고 있으면서 실제로 착용해본 건 3번도 안되는 정말 오래보관해온 유니폼이지지만 감수하기로 했어요.
긴팔이라 더울 것 같았지만 폭우 오니까 괜찮겠지라며 유니폼에 가해질 데미지들 다 감수하기로 마음먹고 잠에 들었습니다.

당일

오후 5시
퇴근을 하면서 사옥을 벗어나기도 전부터 엘리베이터에서 유니폼을 얼른 입고 상암으로 향했습니다. 지인들과 6시에 1번 출구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예정보다 퇴근을 조금 늦게해서 부랴부랴 서둘렀어요. 금요일에 차량을 타는 건 자살행위라 지하철을 탔습니다만 가는 내내 지옥철에 시달렸습니다. 그래도 가는 길에 서서히 늘어나는 유베 유니폼에 뿌듯해졌어요. 이렇게 우리나라에 유베팬이 많았는데 나는 왜 그렇게 20년 넘게 외로웠나 싶었습니다. 제 유니폼을 알아본 몇 분은 핵고인물이라고 수근거리시더라고요. 하하하. 노린겁니다.

오후 6시 20분
월드컵 경기장에 내리자말자 펼쳐진 끝없는 호날두! 정말 많으신 분들이 유니폼을 입고 계시더라고요. 맨유, 포르투갈, 레알 호날두를 입고 계시는 분들도 많이 보였고, 지단을 입고 계신 저보다 더 고인물도 뵈었습니다. 저와 같은 시즌의 네디를 입고 계신 분를 보고는 챔스 결승 생각이 나 왠지 숙연해졌죠. 지인 중 한명이 퇴근이 늦어 6시 40분이 되서야 모두 모였습니다. 그리고 입장을 하기 시작했죠.
저는 상암에서 매진이나 매진에 가까운 상황을 여러번 겪어봤습니다. 국대경기나 fc서울의 아챔, 각종 내한경기 등을 직관하면서요. 그런데 단언컨데 이번이 압도적으로 최악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뭔가 기분이 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 주최측이 한 병크 중 사실상 가장 큰 부분이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경기장에 직관 간 관객 대다수가 경기의 수준과 재미 외에 다른 부분에서 전혀 단 하나도 만족을 못 느꼈다는 것이요.
전 1번 출구 앞 계단을 통해 입장해서 다른 쪽 입구 시스템과 상황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움직인 루트는 비정상의 끝이었어요. 오른쪽과 왼쪽을 나뉘어진 계단을 올라가며 입장하는데 각 계단에는 중앙부분에 상행과 하행을 구분하는 난간이 있어 자연스럽게 그 계단 안에서도 또 둘로 나뉘어지는 구조로 입장했습니다. 그런데 1차 짐 검사 부스가 난간을 기준으로 비대칭으로 설치되서 난간의 안쪽 줄은 쭉쭉 줄어드는데 바깥 줄은 엄청 오래 줄어들더군요. 5줄 정도 되는 안쪽운 3~4군데의 짐검사로 나뉘는데 바깥쪽의 5줄은 단 하나의 짐검사로 몰리는 거죠. 줄 관리? 그런 거 없었습니다. 꾸역꾸역 그 날씨에 바깥쪽 줄을 버텨서 겨우 짐검사를 통과하니 그 다음은 더 어이없는 게이트 통과 줄을 보게됩니다. 정말 한없이 이어지는 스마트티켓용 줄의 끝을 찾아 정말 과장 없이 경기장의 2/5정도를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1시간을 넘게 기다렸습니다.
킥오프 시간은 다가오면서 앞뒤에서는 슬슬 고성이 터졌으며 습도는 높아 땀이 줄줄 흐르는데 보이는건 알바들 밖에 없고. 나이 많으신 분들은 알바에게 뭐라고 하는데 그 분들이라고 뭘 할 수있는건 아니니까 연신 사과만 하고 계시고. 중간중간 어이없는 새치기나 새로운 줄이 옆에 생겨서 시비가 붙고, 가족단위로 오신 분들의 애들은 울거나 칭얼거려서 부모들은 달래기 바쁘고. 진짜 최악이었습니다. 여기서도 줄 관리? 없었습니다.
모두 다 티켓링크에서 보낸 문자를 보면서 욕하고 있었습니다. ‘종이티켓보다 스마트 티켓이 빠르니 스마트티켓을 발권하라.’ 현실은 종이티켓의 압도적인 쾌적함. 종이티켓 드신 분들은 계속 바로 입장하고 알바하시는 분들은 꾸준하게 종이티켓 가지신분들은 지금 바로 입장 가능하십니다라고 소리치며 앞으로 보내더군요. 저도 종이티켓 받고 싶었어요. 소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일행이 있었고 제가 일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직접 예매하고 스마트티켓을 발권받아 보내줬습니다. 이럴거면 뭐하러 스마트 티켓으로 발권받으라했는지. 일행들은 모두 호날두가 대단하긴 하다라고 하며 재밌는 경험이라고 생각했지만 제 속은 썩어갔죠.
그리고 1차 분노가 터집니다. 갑자기 뒤 쪽에서 공지 없이 게이트를 추가 개방했거든요. 시간 내에 못 들어갈거 같아서 그랬나봐요. 아니 그럼 애초에 개방을 했어야죠. 우리 일행은 그 지점을 지나쳐서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정말 같은 줄에 서있는 앞뒤에서 쌍욕이 나오더라고요. 저도 저절로 욕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의 입장차례가 왔고 거기서 2차 분노했습니다. 거기에는 알바생이 휴대용 리더기 하나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티켓 체크를 하고 있었습니다. 게이트 하나에 3명 정도의 알바생이 서서 세 갈래 정도로 나뉘어진 게이트 통과하는 쪽문을 하나씩 지키고 서, 각자 앞에 생긴 수백미터의 대기열을 일일히 수작업으로 찍어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거기 계신분들은 알겠지만 상암은 경기때마다 데이터가 안 터지기로 유명합니다. 다들 티켓링크 로딩이 안되서 더 입장이 지연 된 거였죠. 결국 8시가 되기 바로 전에 입장하게되었습니다. 물론 이미 유베가 도착못했고 이건 한시간 정도의 지연각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어서 다급하진 않았습니다. 지친 거죠. 그저.
소름 돋는 것은 짐검사부터 시작해서 게이트 입장 까지 그 어떤 체계적인 통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경기장 내에서도 통제가 없었어요. 몇몇 알바들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그들은 말그대로 알바잖아요. 책임자나 관리자가 아니라요. 사실상 분노한 관객들 욕받이하라고 세워둔 느낌이었습니다. 예전에 그런 유사한 알바를 하던 때가 생각나서 더 열받았습니다. 도대체 이건 뭔가 싶더라고요.

오후 8시
자리를 찾아서 제 옆에 앉으신 커플에게 앞쪽의 저희가 가진 붙은 두 자리를 드리는 방법으로 앞에 앉은 두 명을 뒤의 세 명 옆으로 불러와 다섯이서 모여 앉았습니다. 이미 준비한 음식은 줄서면서 다 먹어치웠고 이리저리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데. 아무래도 제가 가운데 앉아 양옆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계속 전달했습니다. 사실 다들 주최측 욕을 했습니다. 제가 열심히 정보 전달 하면서 적극적으로 쉴드쳤거든요. 호텔, 일정, 연착 뭐 그런 정보들요. 다 서울 사니까 금요일 이 시간에 차가 막힌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화기애애했습니다. 이왕보는 거 1시간 더 기다리는거야 뭐.
농담으로 유베 선수들이 나중에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와서 가장인상깊었던걸 교통체증이라고 하는 거 아니냐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저희 주변도 확실히 경기시작이 지연되는 것에 우호적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 여러 매체를 통해 일정이 빡신 것과 연착등을 알고 계시는 것 같았어요. (제가 하도 큰소리로 꾸준히 설명해서 그 것을 듣고 알게되셨을 수도 있습니다.)

전반전
그리고 8시 50분 지나서 선수입장이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소름이 돋았어요. 내가 진짜로 유베를 보는구나. 내 눈 앞에 티비로만 봐왔던 선수들이 뛰다니. 개인적으로 피아니치와 만주키치 뛰는 걸 보니까 울컥하더라고요. 분명 최애선수가 아니었는데 뭔가 유벤투스 경기를 보고있다는 게 확실하게 실감이 난다고 해야할까요. 전반 경기내용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일단 시작할 때 폭죽 터트린게 효과가 있었어요. 뭔가 어마어마한 이벤트라는 느낌이 들어서요. 선수들 경기력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내 눈앞에서 뛰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프리시즌에 뭘 바라겠습니까. 안그래도 이번 일정 하드한 걸 잘 알고 있는데. 다치지만 말기 바라며 관람했어요.
근데 K리그가 빡겜해줘서인지 경기 퀄리티도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금요일에 fc서울과 대구가 상암에서 경기한다길래 시간 맞으면 다 같이 보러 갈 생각입니다.) 그 외 몇몇 부분에서 조금 거슬렸지만 크게 신경 안썼습니다. 그게 중요하지 않았거든요.
하프타임.
앞 자리의 분들이 떡볶이를 너무 맛있게 드셔서 그거 사보겠다고 하프타임 내내 줄만 서있었습니다. 꼬마애들이 축구했다는데 그것도 몰랐어요.
아마도 여기까지는 마냥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후반전.
먹을 걸 사는데 시간을 좀 잡아먹어서 초반 2분을 놓쳤습니다. 황급히 자리로 돌아가면서 경기장을 문득 보는데 7번이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뭔가 큰일났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프타임에 밖에 계셔본 분은 더 잘 아시겠지만 진짜 90프로는 호날두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나온다. 이 경기장의 5만명은 같이 호우 하러 온거다. 이런 이야기들이요.
그리고 유베의 교체 러시가 시작되었고 다들 웅성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그때까지는 주변에서 한 30분만 뛰려나 보다라고 다소 호의적이었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모든건 65분에서 70분 경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호날두 콜이 시작되었고 본격적으로 야유가 계속 되었습니다. 각도에 따라 못보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코칭스태프가 5번 정도를 호날두 쪽에서 뭔가를 체크 하더군요. 맥락상 출전 의사 확인처럼 이해해도 전혀 무방할 정도로요. 야유-호날두 콜-체크가 몇분 단위로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은 흘렀고 85분 정도부터 관객들이 욕을 하면서 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다들 그 때 계시거나 들으셨을테니 마지막 5분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정말 참담함의 끝이었거든요.

경기 후
개인적으로 휘슬이 울리는 순간 앞으로도 내 주변에서 유베팬은 나밖에 없겠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사람들에게 쉴드를 치지라는 생각도 들고요. 아니 이게 쉴드를 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다른 선수들을 봤으니까 좋은데 호날두가 안나와서 일어날 반응들에 화나기도 하고 짜증도 났어요. 선수와 감독 탓도 하면서 각종 생각이 몰아쳤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그냥 다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생각 안들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리니까 부폰만이 경기장을 돌면서 고맙다고 박수를 치고 있더라고요. 솔직히 이걸로 됐다 싶었어요. 적어도 저는 이거 하나만으로 확실히 마음이 정리됐습니다. 쉽게 말해서 전 부폰의 이 행동 하나가 유베에게 현타가 오고나 정이 떨어지는 것을 막았던거 같아요. 여전히 유베가 나의 유일한 클럽이고 이기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내 일처럼 기뻐하거나 잘못하거나 못한점을 신랄하게 깔수 있겠구나라고 안심했습니다. 지금은 이 생각이 더확고해졌어요.

정리한 생각들
1. 이번 사태는 쉴드 불가. 구단이든 선수든 소수를 제외하고는 신랄하게 까여야합니다. 근데 선수를 까다보면 다시 구단을 까야합니다.

2. 내가 낸 티켓가격이 적당했냐라고 나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전 오히려 혜자였다 생각해요. 드디어 내 기나긴 사랑의 대상이 정말로 실존하고 있다는걸 확인했어요. 전 이걸로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주변에서의 유베 내한과 호날두 출전관련한 이야기를 유베팬으로 다 감당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들의 마음도 너무 이해가 되거든요. 근데 내 새끼는 까도 내가 깐다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정확하고 자세한 사실들이 밝혀졌으면 좋겠어요.

3. 저는 호날두 경기 불참은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구단, 선수들 모두 까여야한다고 생각해요. 마인드 자체가 문제입니다. 말도 안되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뛴 모습을 봤고 그것에 감동했지만 마지막에 경기 후 인사없이 그냥 나간 것과 출국 과정에서의 불통은 경기 잘 뛴 거를 다 덮는다고 봅니다.
저는 유베가 유베당사 때문에 한국을 온게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당연하잖아요. 굉장히 오랫동안 외로운 유베 팬을 하면서 제게 당사는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되었지만 유베가 온 건 우리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철저히 한국 시장의 개척 때문입니다. 예.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돈이요. 그러니까 얼척이 없는거구요.
설사 s석이 서포터즈 인지 몰랐어도 그래서 일렬로 와서 인사하지 않더라도, 부폰처럼 돌면서 인사 했어야죠. 그게 거기 와있는 가시적 고객인 6만명과 티브이 시청을 하는 잠재적 고객에 대한 의무잖아요. 반응과 경기, 일정이 마음에 들던 안들던 그들은 프로고 한국에 매력있는 서비스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겁니다. 아마추어리즘의 구도가나 예술가가 아니라고요. 그러라고 그 돈을 받아 구단에게 영입되는 거고 그러기에 우리가 구단과 그들을 응원하는 겁니다. 그들이 와주셔서 고마운게 아니라 우리가 봐줘서 고마워해야하는겁니다.
소통의 부재? 일정의 문제? 주최측의 실수? 구단 채널은 폼인가요? SNS는요? 경기 시작 전에 이러저러한 사건에 대해 공지할 방법이 구단에게 정말 없었다고 생각하세요? 이미 한국에서는 이렇게 된 것 돌이킬 수 없으니 제발 다른 곳에서는 구단 차원에서 철저하게 관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쌓아온 이미지 이렇게 날리면 너무 안타까집잖아요.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지만 싫어하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요.

4. 경기장이 전체적으로 조용했던 거 역시 사실 예견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거에 비하면 당사분들은 오히려 대단할 정도로 잘 하셨더고 생각듭니다.
저는 솔직히 이 부분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줬는지, 그리고 문제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오히려 6만명이 플레이 하나하나마다 살아있는 반응이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경기가 재밌었잖아여. 정말 좋은 경기를 관람한거죠. 그래서 나온거죠. 순수한 감탄과 순수한 탄식들이요. K리그는 올스타라 특정 구단 응원가가 나올 수도 없고, 대한민국 응원 챈트도 당연히 안되죠. 실제로도 몇번 시작하려다가 호응이 없어서 묻혔잖어요. 당사가 준비하고 공지했던 응원? 우리가 이탈리어를 쓰는 나라인가요. 하다못해 영어권인가요. 아니요. 전혀요. 솔직히 전 다른 구역에서 s석보면서 존경스러웠어요. 초반에는 잘 안 맞던 응원이 점차 맞아가더니 후반에는 확실하게 경기장에 울려퍼졌어요. 이후 당사 글에서 거기 계시는 분들이 얼마나 목이 터져가라 응원하셨는지를 알고는 더 존경스러웠습니다. 거의 대부분 다들 처음 불러보셨잖어요. 의미도 모르고 일단 외우기 부터 시작하셨잖아요. 이걸 구단과 선수들이 모른다? 이게 왜 우리의 잘못이 되는거죠? 투어하는 곳의 상대적인 특수성을 왜 구단은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은 거죠? 진짜 한경기 뛰어주러 들어온건가요.
당사에서 준비해주신 티켓들도 진짜 현지의 울트라스처럼 잘 준비되고 의지가 있는 당사 회원에게만 1매 제공하는 걸로 철저하게 잘랐더라면 응원이 훨씬 크고 박진감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당사 운영진은 지인 포함 3매로 굉장히 노력해서 티켓 확보를 해주셨어요. 회원님들이 그때 동행하신 지인들이 정말 회원님들처럼 모두 유베를 사랑하시나요? 저는 당사운영진분들이 진심으로 큰 고심끝에 결정하셨다고 느낍니다.
저는 전반적으로 관객들이 매너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 라비오 교체까지는 꼬박 꼬박 나가는 선수와 들어오는 선수에게 크게 박수를 쳐줬습니다. K리그 교체에도 마찬가지고요. 조건은 같았어요. 유베나 k리그 올스타나. 근데 끝나고 사람들 반응은 k리그가 생각보다 잘하고, 실제로 축구를 보니 재미있겠다입니다. 당장 저만해도 대구 팬이 될 판이에요. 결국 유일한 승자는 k리그가 되겠네요. 올스타전 깨고 이 경기를 한 목적이 달성되었습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죠? 결국은 태도입니다. 왜 k리그 올스타는 들러리가 뻔한 이경기에서 끝나고 경기장에 남아 인사를 했을까요.
마지막으로.
저는 이번 내한에 만족합니다. 어차피 남들에게 자랑하려 유베팬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아쉬운건 결과적으로 또 유베가 내한을 오려면 몇십년이 걸릴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때문입니다. 안되면 토리노의 알리안츠로 가야죠. 언젠가는 그럴 각오로 해축팬으로 사는거잖아요.
그리고 이번 경기를 보면서 베르나가 왜 사랑 받고 중용받는지 명확하게 느껴졌어요. 전 이번 시즌 유니폼 베르나 어웨이를 살겁니다.
여튼 두서없는 긴글이네오. 모두 지치지 말고 털어놓을 건 털고 해소시킬 건 해소시키시길 바라요. 이제 또다른 시즌이 곧 시작되니까요.
언제나처럼 모두 Forza Juve입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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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02-03 홈Chans Lv.18 / 3,829p
댓글 1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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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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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s님 말씀처럼 직관하러 간 유벤티노 입장에서는 호날두의 출전 여부 보다는 우리 선수들의 싸늘한 퇴장이 더 마음 아팠겠어요... ㅠㅠ 정말 부폰, 보누치, 더리흐트가 그나마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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