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17일 14시 33분

 

 

파비오 칸나바로 릴레이 칼럼

 

>재능 있는 아이는 북쪽 클럽으로

 

일본 독자 여러분, 오랫만이에요.

이번엔 내가 2년 전에 고향 나폴리에서 연 축구교실에 관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처음 계기는, 어렸을 때에 세리에C에서 플레이 했던 경험도 있는 나의 아버지가,

정년퇴임하시고 연금생활에 들어간 일이었습니다.

"이제부터 매일 한가해 지네요."

라는 이야기를 둘이서 하던 중에,

"나폴리 아이들을 위해서 축구교실을 열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가 둘 중 누가 먼저랄 거 없이 나왔습니다.

그 후의 일은 척척 진행되었어요.

 

아버지가 교장으로 전체를 총괄하고,

그 밑의 코치를 시작으로 해, 스텝이 있습니다.

시작한지 3년째인 이번 시즌은 7살부터 14살 까지 총 14팀,

1팀에 22명이니까, 전부 합치면 3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참가하고 있다는 계산이 되겠네요.

 

어린 연령대에서는 선발은 일절 하지않고 있습니다.

매년 9월에 모집을 시작해 등록하고 연회비만 내면

기본적으로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다만 시설 문제로 이 이상의 인원은 받아들일 수 없어서,

선착순으로 자르지 않을 수 밖에 없어요.

등록 희망자는 300명보다 훨씬 많지만요.

중학교에 올라갈 정도의 연령이 되면, 각 연령 당 한 팀이 됩니다.

거기에는 당연히 재능 있는 아이들만이 남습니다.

 

축구 교실을 열자고 생각한 첫번째 이유는

나폴리의 어린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서.

아시다시피 나폴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절대 풍족한 도시가 아니고,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나쁜 길로 빠질 유혹도 정말 많습니다.

착실하게 학교를 다니고, 스포츠에 열심히 몰두하면

그런 유혹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킬 수 있지 않나요?

 

그래서 내 축고교실에는 축구를 즐기는 것은 물론이지만,

학교 공부도 확실히 하도록 돌보고 있습니다.

클럽에는 학습지도담당 스텝도 있어서,

공부를 가르치거나 숙제를 도와주거나 하고 있어요.

착실히 공부를 하지않거나,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는

연습도 시키지 않고 시합에도 내보내지 않습니다.

 

물론, 축구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축구교실은 프로가 되기 위한 우수한 선수의 육성이 제 1의 목적이 아니에요.

어린이들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그리고

인생의 바른 가치를 몸에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요한 것은 그 쪽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 축구교실에서는 플레이어로서 우수한 아이들도 자라고 있습니다.

작년엔 앙코나와 아스코리(세리에B)에 몇 명이나 스카우트 되었고요.

 

내가 어렸을 때는 나폴리(클럽팀)의 유스부가 남부에서는 가장 레벨이 높았습니다.

동네에는 많은 축구교실이 있어서 그것이 클럽 유스팀에의 선수공급원이 되어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심각한 재정난을 이유로 클럽이 유스부문을 축소해버린 탓으로

(10팀에서 4팀으로 축소) 우수한 인재들이 별로 모이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근교 축구교실에서 (재능의)싹을 틔운 아이들은, 모두 북쪽 클럽으로 뽑혀가버려요.

북쪽 클럽 쪽이 유스포상금을 많이 지불하고 있는 것도 커다란 이유 같습니다.

파르마도 그렇지만 인터에서도 아리에비(16세 이하 유스팀)이나

프리마베라(18세 이하 유스팀)가 되면 남부출신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내가 어렸을 때의 팀 메이트들 중에도,

북쪽 클럽으로 팔려간 녀석들이 몇 명이나 있었습니다.

(헤이지: 죄..죄송합니다, 어감이 이상하죠?)

하지만 아직 10대 중반인데 부모님 곁을 떠나

모르는 지역에서 생활한다란 것은,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유혹이나 부상도 많았고요.

실제, 프로 축구선수가 된 것은 그 중의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실패의 원인은 특별히 축구 기술(문제)만이 아니었어요.

그냥 잘하기만 한다는 문제라면 나보다도 훨씬 레벨이 높은 친구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로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축구만 잘해서는 안됩니다.

매일의 생활에서 엄격히 자신을 기준에 맞추어 통제할 수 있느냐,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어떤 가치를 찾아내는가,

목적을 위해 다른 즐거움을 희생할 수 있는가,

그런 모든 것으로 정해지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건 북쪽 클럽에 한한 이야기가 아니지만요.

 

>벽을 쓴 ONE TWO가 주특기

 

나폴리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축구라는 건 우선 거리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여기 밀라노에는 잔디 공원이나 그라운드 등 훨씬 좋은 장소가 있습니다만,

나폴리에는 그런 환경은 없으니까요.

아스팔트 도로가 유일한 놀이터.

좁은 골목 길뿐만이 아니라 차가 항상 지나다니는 길에서도,

그 때마다(차가 지나갈 때마다) 중단되면서도 거리 축구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나도 어렸을 때에는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따윈 제쳐두고,

거리로 뛰어나가 공을 찼어요.

대개 저녁 4시 반까지가 사커 타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간이 되면 점심시간으로 닫혀있던 상점 셔터가 열리기 시작해서

애들은 거리에서 쫓겨나 버립니다.

 

거리 축구는 어떤 의미에서 내 원점이라고 말해도 좋아요.

바로 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리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니까,

생각하는 스피드가 빠르지 않으면 정말 해나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잔기술도 익힐 수 있고요.

 

'홈 그라운드' 에서 했던 건 (그)거리가 부분적으로 넓어지는 작은 공터였는데,

그 곁의 벽을 쓴 ONE TWO로 상대방을 따돌리는 것이, 내 주특기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두들 각각의 개성적인 주특기를 가지고 있었어요.

시시한 테크닉뿐이었지만 모두 스스로 짜만들어 내는데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유스 세대 소년들은

우리들 시절에 비해 훨씬 틀에 박혀 있는 듯이 보여요.

모두 똑같이 4-4-2시스템에서 성장하고,

판에 박힌 듯이 똑같은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래서 시스템을 바꾸거나하면 즉시 혼란에 빠져버려요.

 

난 축구의 기본은 맨투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결국은 1대1의 승부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요.

기준이 되는 선수를 찾아내, 그 상대를 올바로 마크힌다.

그게 기본중의 기본인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본을 가르치는 코치도 적어져버렸어요.

그 대신에 아직 10살 정도의 아이들에게까지 전술을 가르켜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근래의 아이들은 모두 테크닉은 있지만,

똑같은 플레이밖에 할 수 없어요.

볼 돌리기는 반드시 투터치.

그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창조적인 직접 플레이나

1대1 드리블 같은 건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건 커다란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틀에 박혀서 본능이나 직감이나,

그런 것에 따른 플레이를 시키지 않으니까 모두 '자유' 를 잃어버립니다.

 

>'육성' 은 하기 힘든 일

 

틀에 박힌 선수들만이 성장하는 것은,

지도자가 그걸 바라고 있기 때문에라는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탈리아의 나쁜 점은 아리에비나 지오반니시미(14살 이하 유스팀) 정도의 연령부터

이미 지도자가 승리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수의 육성,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 향상이 뒤로 미뤄지고 있어요.

프리마베라가 되면 이미 완성된 선수가 아니면 안된다, 같은 분위기마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연령에서 작게 완성된 선수는

프리마베라에서는 활약할 수 있어도

성인 팀으로 올라오면 전혀 통하지 않는 겁니다.

작년 파르마에서 프리마베라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해임당했던 일이 있었습니다만,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인터에 와서 내가 훌륭하다고 생각한 것은,

클럽이 유스부문에 아주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파르마와 비교해 보다 (선수를)키우는 쪽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듯이 보이고,

실제, 기회가 있으면 잇따라 프리마베라의 선수들을 성인팀으로 올리고 있으니까요.

파스칼레, 베아티, 마르틴스, 나폴리타노는 물론,

아직 데뷔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나도, 은퇴하면 (선수)육성쪽 일에 종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자라고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배워온 것, 몸에 익혀온 것들을 아이들에게 전한다는 것은,

정말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장래 일의 선택 사항 중 하나로는 틀림없이 들어갈겁니다.

그에 비해 성인팀 감독이 된다는 것은, 그다지 딱 와닿지 않는 달까.

매력적인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뭐, 어쨌든 그건 아직 한참 나중의 이야기.

당분간은 현역선수로서 플레이를 계속할 생각이니까 부디 걱정마시길.

그리고 지금은 눈앞에 더욱 커다란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걸 쓰고 있는 건 4월 3일이지만, 이 주말부터,

로마전, 발렌시아전, 밀란전 등 힘든 시합들이 이어져요.

이게 시즌 최대의 고비가 될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모두가 이걸 읽고 있을 즈음엔 이미 결과도 나와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좋은 결과이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번 시즌의 인터는 어쨌든 부상자가 많고,

큰 시합에 거의 베스트 멤버로 임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드디어 크레스포가 돌아왔고,

작은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던 엠레나 오칸도 복귀했기 때문에

시즌 클라이막스에 돌입할 태세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제부터 한달이 승부,

염원의 빅 타이틀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울 생각입니다.

 

 

월드사커 다이제스트 5월 1일 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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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19-20 팔라스 콜라보아드레날린 Lv.61 / 189,016p

걱정말라구

 

댓글 4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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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7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ㅋ
칸나 형님의 인간적인 면을 ^^
저러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면 유베에서 은퇴하셔서 코치의 길로
가시는게 헤헤헤
22명씩 1팀이 14개가 있다뉘... 우리나라랑 차원이 다르네요 ㅠ
아 그리고 6번째 문단에서 오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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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8
'카데나치오의 저편'
항상 재밌게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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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0
카나바로 정말 멋있당 ㅋㅋㅋ
유베의 수비야 말로 카테나치오!!!
칸나 이후로 G.로드리게스랑 바르잘리 정도만 영입한다면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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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피에로
2006-02-07
칸나바로....
동생은 좀 너만큼 안크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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