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17일 19시 31분

 

 

릴레이 칼럼 -파비오 칸나바로-

 

>나쁜 의미에서의 안심감을 안고...

 

저번 회에 잠깐 예고해 두었듯이, 이번엔 아주리의 이야기를 합시다.

그렇게 되면, 한일 월드컵의 이야기도 피하고 지나갈 수 없지만,

일본의 모두들에게는 감히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냉정하게 기억할 수 있는 장면들도 있을 것이고..

 

우리들 축구선수에게 있어서, 월드컵에서 플레이한다는 것은 커다란 꿈의 하나입니다.

게다가 이번엔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라, 일본에서 플레이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로 말한다면, 나에게 있어서는 의의 있는 대회였고,

언제까지나 마음 속에 남을 좋은 추억이 되겠지요.

 

...이렇게 말하면, '그런 결과로 끝나버렸는데'

라고 고개를 젓고 싶어지는 사람도 많을지 모르지만. 그건 또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피치 위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서는 지금까지도 정말 분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월드컵에 출장했다는 경험은 모든 것이 시합만으로 이뤄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기간에 맛본 기쁨과 분함, 그것들 모두를 종합하면,

'하나의 경험으로서 훌륭했다' 라는 겁니다.

 

우리들은 우승후보의 한 팀으로 뽑혔습니다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나빴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우승후보로서 군림한 대회에서 잘 했던 역사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그 징크스 그대로 되어버렸으니까요.

 

실제, 일본을 향해 출발하기 전부터, 언론을 시작한 주위 분위기도,

이번은 커다란 챤스, 목표는 우승이외에 없다는 분위기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런 것도 있어서 아주리 내부에서도 어쩐진 모르겠지만 마음속에 여유같은 것이 있었어요.

시합에 임하는 자세도 2년전의 유로2000때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풀어져 있었습니다.

확실히 말해, 조금 자만심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대회가 시작되고, 에콰도르와의 첫경기를 낙승했던 것도 있어서,

우리들은 점점 더 나쁜의미에서의 안심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다음의 크로아티아전과 멕시코전에 임하는 데에, 마이너스로 작용해버렸어요.

솔직히 말해서, 그 두시합은 모두 팀으로서의 텐션이랄까, 긴박감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반성도 포함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에요.

 

>하나의 트렁크가 4개로

 

전술면에서도 혼란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트라파토니가 감독으로 취임하기 이전부터 우리들은 계속 3백으로 싸워왔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첫 경기에서 갑자기 시스템을 4백으로 바꿨습니다.

몇몇 팀 메이트에게 있어서는 그 변경은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들 디펜더 사이에서도 다소의 당황스러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였던 것은 아니에요.

시스템의 변경같은 건 클럽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었고,

대표 레벨의 선수라면 거기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유연성은 가지고 있는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문제는 좀더 다른 쪽에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아까도 말했던 정신적으로 너무 풀어져 있었다는 점.

또 하나는-개인적으로는 이것이 가장 컸다고 생각하지만-몸 컨디션의 문제였습니다.

 

토티, 말디니, 인자기, 비에리, 몬텔라...

주력선수들 중에서는 부상이 확연해서 충분한 컨디션이 아닌 선수가 많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라, 1차리그에서 탈락한 프랑스나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리고 이 나라들은 모두 팬의 기대를 배반하는 결과를 내게 되었습니다.

 

컨디션이라는 점으로 말하면, 시차적응에는 굉장히 고생을 했습니다.

7시간의 시차를 극복하는 것은 생각한 것보다도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다기 보다도, 사실은 마지막까지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에 있는 기간중,

나는 4시간 이상 계속해서 자는 것이 아무리 해도 불가능 했어요.

아무리 애를 써도 금방 눈이 떠져버렸습니다.

낮잠을 많이 자서 수면시간을 벌고, 서서히 리듬을 갖추게 되긴 했지만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나 자신은 좋은 컨디션이었고,

처음 3시합에서는 그 나름대로 활약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져버린 한국전에는 스타팅 멤버로 피치에 나갈 수 없었지만,

그것이 패인의 하나였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율리아노와 파누치란 경험 풍부한 서브멤버가 있었고,

그 점에서는 절대 불안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으니까요.

 

그 한국전은 정말 한이 남는 시합이었습니다.

나는 벤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은 심판이 이렇다 저렇다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이 빨리 2대 0으로 해서 시합을 결정짓지 못한 점에 모든 패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에리나 가투소, 톰마시의 슛이 들어갔다면, 틀림없이 그런 결과는 되지 않았을 거에요.

 

70분 정도까지는 안심하고 보고 있었습니다.

시합의 주도권은 우리쪽이 쥐고 있었고, 팀의 컨디션도 좋았으니까요.

하지만 선수교대를 하고나서 갑자기 페이스가 떨어지고, 서서히 밀리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위험하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럴 때 팀에 도움의 손을 뻗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로 괴롭고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내가 시합에 나가서 지는 편이 좀 더 깨끗한 기분으로 있을 수 있지 않을까나.

 

그런 이유로, 한국에는 부정적인 인상이 많지만,

일본에는 정말 좋은 추억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회운영이나 시설은 훌륭했고, 많은 일본인이 아주리를 응원해 주었습니다.

나도 편지나 선물을 많이 받아서, 출발전에는 하나였던 트렁크가,

돌아갈때는 4개나 되어버렸어요(웃음).

 

여기에서 다시금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선물과 편지를 주셨던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일본 팬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루팡3세' 의 인형은,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아끼는 차에 장식해 놓았어요.

 

>트랍과 팀의 관계는?

 

월드컵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문제는 아주리가 그 후에도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쪽이겠죠.

기대를 크게 배반한 탈락이었던 만큼, 대회후의 아주리는 무엇을 해도,

맞바람이 세달까, 말그대로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 하에서는 한번의 비틀거림이 연쇄반응을 낳아서,

일이 점점 나쁜 방향으로 굴러가버리는 것입니다.

 

통상, 대표 팀이라는 것은 2년 단위로 팀을 쇄신하면서,

월드컵이나 유럽 선수권을 향해 하나의 그룹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만,

이번은 그 착수시점에서 곤란함에 직면하고 있어요.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가 많고, 대표가 소집될 때마다 다른 멤버들이 모이니까,

제대로 팀의 토대가 다져지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시합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그것을 다시 비판당해, 부담감이 늘어갑니다. 정말 힘든 상황이에요.

하지만, 힘든 상황에 처해있을 수록 저력을 발휘하는 것이 이탈리아의 전통이니까요.

이대로 질질 끌려가고 다운되어 있으리라는 걱정은 없습니다.

내년 2월에 대표팀이 소집되었을 때에는, 그리고 3월에 유로 예선이 다시 열릴 때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주리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확실히 말해 두겠습니다.

 

언론은 월드컵 탈락을 계기로 트랍과 팀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라고 써 놓고 있지만, 그것은 커다란 거짓말입니다.

특별하게 겉으로 드러내놓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에요. 정말 그렇습니다.

물론 팀 안에는 감독에 대해 불만을 안고 있는 선수도 있고,

감독과 선수가 말타툼하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시합에 나가지 못하면, 누구나 불만을 토로하고 싶어지는게 보통이니까요.

 

감독과 선수의 관계같은건 결국 시합에 내보내 주는가 어쩌냐는 문제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감독과 선수의 불화를 거론할 때에는,

반드시 시합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의 이야기이니까요.

다행히, 나는 계속 시합에 내보내주고 있으니까,

감독과는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요.

 

인터의 쿠페르감독과는 어떠냐고요?

물론 문제없습니다. 우리들은 서로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실제, 컨디션에 문제가 없을 때는 반드시 시합에 내보내주고 있습니다.

사이드백을 시키는 것도, 감독의 전술적인 선택이기때문에 이해하고 있어요.

물론 나는 사이드보다도 센터쪽이 더욱 (내가) 가진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마지막으로 그 인터에 관해서도 잠깐 얘기를 해둘까요.

캄피오나토와 챔피언스리그, 주에 2시합씩 싸우는 것은 정말 힘들지만,

요즘 팀은 매우 안정되어 있습니다.

컨디션의 기복이 없어져서,

내용적으로도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확연히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특히 에이스 보보는 정말 컨디션이 절정이어서, 매일 농담만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밝은 보보는, 지금까지 본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재밌는 것은, 그런 그가 매스컴앞에 서면,

항상 심기가 불편한 듯한 뾰로통한 얼굴인 체 한다는 겁니다.

얼마전의 브레시아전(12라운드)에서는 포커를(한게임 4골)을 했는데,

시합후 인터뷰에 나가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보보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스컴 앞에서 뿐이에요.

컨디션이 좋을 때는 마음껏 떠받들어지지만,

조금만 슬럼프에 빠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마구 비판받습니다.

그는 그런 괴로운 경험을 몇 번이나 했으니까,

꽤 (그런 것에 대해) 한을 품고 있어요.

졌을 때 득점을 올리지 못한 스트라이커가

가장 먼저 도마에 올려지는 것이 이탈리아이니까요.

스트라이커라는 것도 숙명적인 직업입니다.

 

 

P.S 마지막 부분의 숙명적이라는 것은, 나쁜뜻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생의 업보(죄를 많이 지었다던가..-_-;;)로 스트라이커가 되었다던가..

그런 의미가 약간 섞여 있어요..^-^;;

 

P.S 아아 역시 너무 릴랙스 했어..T-T

 

1월2일 월드사커다이제스트 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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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말라구

 

댓글 1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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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8
에휴...만약에 조별리그도 한국에서 했다면..

한국에는 정말 좋은 추억이었지만 아쉬움도 있습니다

대회운영이나 시설은 훌륭했고, 많은 일본인이 아주리를 응원해 주었습니다.

나도 편지나 선물을 많이 받아서, 출발전에는 하나였던 트렁크가,

돌아갈때는 4개나 되어버렸어요(웃음).



여기에서 다시금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선물과 편지를 주셨던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한국 팬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둘리 인형은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아끼는 차에 장식해 놓았어요.

이런 말을 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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