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20일 23시 31분
중국방송의 경이로운 6시간 딜레이로 골탕을 먹었던 아스콜리전.-- 승리, 그것도 알레의 골로 승리했다는 소식에 대단히 들떠서 봤지만, 기대와는 달리 올 시즌 유베가 치른 경기 중에서 가장 좋지않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전반 30여분까지가 최악이었군요.


일단 아스콜리의 경기력을 칭찬해야겠습니다. 밀란을 상대로 무승부를 이끌었을 때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델레알피에서의 경기를 완전히 자신들의 패이스로 시작하더군요. 예상을 넘어서는 아스콜리의 중앙압박에 유벤투스는 전반전 후반부까지 계속 고생하면서 패스 미스를 남발했습니다. ㅡㅡ


오히려 6분과 11분, 왼쪽에서 아스콜리에게 거의 결정적인 슈팅기회를 2번이나 내주더군요. 두번째 슈팅은 아비아티의 선방. 덕분에 13분, 네디의 크로스가 행운의 핸들링 반칙을 야기하면서, 알레의 pk골로 앞서 감에도 불구하고 유베는 여전히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습니다.


이날 유베의 공격루트는 집요하리만큼 왼쪽에 치중되었는데, 그것이 자주 막히면서 도리어 아스콜리의 위협적인 역습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시즌 첫 실점을 당한 상황도 보면, 잠보가 오버래핑을 한 사이에 네디의 알레로 이어지는 패스가 커트 당했고...그대로 아스콜리 선수가 텅 빈 왼쪽에서 에메르손을 제치고 슛....이게 수비 맞고 약간 굴절되며 들어갔죠.


이때까지 전반전의 모습은 마치 지난 해 유베가 경기 안 풀리던 그 모습! ㅡㅡ 카모와 네디, 비에이라가 서로 간 패스미스를 남발하면서 돌파도 안 이루어지고 완전히 헤메더군요.


하지만 30분 내외부터 조금씩 에메이라 라인이 살아났고, 그 결과 골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경기의 주도권은 유베에게로 넘어갑니다. 이때부터 경기 종료까지 거의 유베가 경기를 우세하게 끌어간 듯.

공격의 시발점을 연 것은 오랜만에 주장완장을 차고 나온 알레! ㅡㅜ 카모의 롱패스를 절묘하게 수비라인을 뚫고 들어가 받았고, 이때부터 유베의 공격이 활로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알레의 프리킥 골이 터진 것도 이쯤이구요.


42분에는 블라시가 오버래핑을 해서 얻어낸 코너킥을 칸나가 멋지게 헤딩슛을 했는데, 수비 맞지만 않았어도 들어갔을 듯? 바로 1분 뒤인 43분에는 네디의 크로스를 알레가 좋은 트래핑으로 수비를 제친 뒤, 카모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했는데.....카모가 날려먹을 줄은...ㅜㅜ


후반 들어서도 유베에게 계속 좋은 찬스가 왔는데, 3분에는 비에이라의 로빙스루가 알레의 1:1 찬스로 이어졌지만 아스콜리 수비수의 perfect한 태클로 코너킥.--ㅋ 바로 뒤에는 에메르손의 크로스를 알레가 헤딩슛~ 약간 뒤 17분에는 알레가 즐라탄에게 거의 완벽하게 크로스를 준 것을 즐라탄이 트래핑을 실패...


그 뒤에도 후반 들어 좋은 움직임을 되찾은 네디의 위협적인 슈팅들이 이어졌고....에메르손이 돌파하다가 얻어낸 프리킥을 즐라탄이 찼지만, 키퍼의 선방에 막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모가 중앙부근에서 롱크로스 한 것이 키퍼를 넘어가면서 즐라탄 머리로 연결되었는데.....역시 즐라탄 키에 비해 헤딩이 부족하더군요. 트레골한테 좀 배우길.ㅎㅎ


후반전에는 전반전과 달리 유베가 거의 경기를 장악했고 아스콜리는 두 차례 정도 날카로운 크로스와 슛터링을 한 걸 제외하곤 전반전의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역시 느낀 것은 현재 유벤투스의 핵심 선수는 비에이라라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유베는 따로 키 플레이어가 없다고 표현이 맞습니다. 이건 카펠로 감독의 전술적 특징인지 모르겠지만....지난 해에도 끊임없는 주전들의 부상 이탈 속에서도 선수들이 골고루 활약하면서 우승했죠.

하지만 이것은 바꿔 말하면 특별히 창조적인 플레이를 해주는 선수가 부족했다는 것이었고, 이는 이미 지난 해 유베의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지적되던 문제였습니다. 그 결과는 뼈 아픈 대리버풀전 패배...


다시 말해서 카모와 네디가 동반부진할 경우 공격의 활로를 쉽사리 찾지 못했던 유베였는데요. 이번 시즌에는 비에이라의 영입으로 양상이 사뭇 달라진 듯 합니다.

이번 시즌 유베 경기들을 보면 지난 시즌과 확연히 달라진 점이, 비에이라가 중앙에서 활발히 움직이면서 공격의 시발점을 자주 연다는 겁니다. 원래 이 역할을 대신했던 애메르손이 좀더 아래에서 수비에 주력하고, 에메르손에 비해서 공격적 재능이 더 좋은 비에이라가 거의 플메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셈이죠. 에메르손도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했고요.

당연히 비에이라가 흔히 말하는 창조적 플레이어들-카카, 베론, 딩요 같은..-만큼 입이 딱 벌어지는 패스나 돌파, 슈팅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에이라의 볼 키핑력, 무난한 볼 배급, 가끔 나오는 유연한 드리볼은 종종 상대 수비조직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결국 현재 비에이라는 유베의 CM일뿐만 아니라 종종 OM까지 소화하고 있고, 이것이 유기적으로 잘 이루어질 때 유베는 경기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게 아닐지...반대의 경우엔 결과도 반대고요.

실제로 전의 경기들과 다르게 네디와 카모가 모두 돌파를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 30분부터 유베가 경기 주도권을 잡았고, 좋은 찬스를 계속 만들어 낸 데에는 비에이라의 공이 크다고 봅니다. 약간은 단순화한 논리지만요.^^;

아, 그래도 이번 경기의 MOM은 역시 알레가 아닐까요?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전반 막판부터 후반 초중반까지 유베가 거칠게 몰아붙이는 동안, 거의 모든 찬스의 중심에 알레가 있더군요.

드리볼을 이용한 측면 돌파, 날카로운 전진패스들, 적어도 2개 중 하나는 어시가 되어야했던 카모와 즐라탄에게 갔던 패스들....솔직히 지난 시즌 알레가 고비마다 중요한 골이나 어시(특히 밀란전 오버헤드킥 어시는 감동)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지스타라는 그의 이미지와 다르게 상당히 타겟화된 느낌이 있어서 매우 아쉬웠는데....이번 알레의 플레이는 판타지스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반면 이번의 즐라탄은 플레이가 너무 기복이 심한 느낌이랄까요? 몇 차례 좋은 패스와 슛을 보여줬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자꾸 공을 끌다가 수비한테 포위당하는 모습이...ㅡㅡ; 대단한 재능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런 모습은 줄여야 할 듯.

결론은 비에이라가 너무 사랑스럽다...인가요.;;; 솔직히 전 요즘 경기들은 정말이지 중앙에서 빛나는 비에이라의 학다리(...)를 보는 재미와 알레 활약을 기대하는 마음에 보네요.


마지막으로 완전히 주관적인 선수 평~~ㅋㅋ


아비아티: 괜찮은 모습. 두 차례 정도 좋은 선방이 있었죠.

잠브로타: 무난했음. 단, 전반전의 소득 없는 오버래핑들은 다소 아쉬움.

칸나바로: 이제 칸나바로 없는 유베는 상상이 안 갑니다.

코바치: 비에이라에 가려졌지만, 최고의 영입 중 하나. 튀랑이 없어도 든든!

블라시: 벤치 데울 줄 알았는데 의외의 보직에서 좋은 활약을!

네디: 돌파력이 많이 죽었음. ㅜㅜ 버뜨 후반전의 날카로운 슈팅들.

비에이라: 전반에 약간 헤멨지만 회복.ㅋㅋ 아스콜리 중앙을 휘저음.

에메르손: 실점 상황에서 너무 쉽게 제쳐짐..그러나 그뒤에는 굿~

아줌마네시: 오늘 일부러 돌파 안 했나? 알레의 패스는 넣어줬어야지.ㅜㅜ

알레: 드리볼, 패스, 프리킥골, 수비라인 돌파까지. MOM!

트레골: 이번엔 투명인간. 하긴 미들에서 좋은 공도 잘 안 왔지만.

즐라탄: 몇 차례 좋은 패스와 슈팅. 근데 여전히 너무 끌어..

p.s : 제비나: 설마 유리몸으로?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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