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케와 회베데스에 대해 아는대로 써보는 자리.

글 시작에 앞서 미기님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http://www.juventus.kr/football/4465864 )

이 글은 사실 미기님 글을 보고 쓰는거라 댓글에 달까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따로 자리를 빼서 쓰기로 했어요.

저도 샬케는 세컨정도라 제가 보고 주워들은것에 한계가 좀 있을 것 같으니 샬케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 있으면 더 많은 지적 해주심 고맙겠습니다!

-

저도 베니를 오래 봤다면 오래 본 입장인데, 이번 이적은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몇 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는데

1. 테데스코의 기싸움.

-이건 미기님 글에서도 나와있듯이 이럴 가능성은 적어요. 베니가 에고가 강한 타입도 아니고, 라커룸을 휘어잡는 스타일도 아니예요. 샬케는 에이스들이 늘 몇 해 성장하고나면 다른 리그로 가버리는 그런 팀이예요(ㅠㅠ). 성골 중 성골이라고 했던 드락슬러도 갔고, 성골은 아니어도 샬케 출신 이름만 대도 노이어, 외질, 라키티치, 드락슬러, 르로이 사네, 올 여름 이적한 콜라시냐치..등등이거든요. 전부 이적시장에 나오면 핫할 이름들이죠.

이런 상황에서 베니가 23살때 주장 받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 건 선수단 뒷바라지였어요. 묵묵한 살림꾼에 가깝지 에고를 부리며 감독들과 대립하거나 어린 선수들을 휘어잡는 성향은 아닙니다.

게다가 샬케의 경우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나가도 베니만큼은 17년째 자기 자릴 지키고 있으니, 팬들은 베니에 대한 믿음이 정말 커요. 그런데 이런 기둥뿌리같은 선수를, 게다가 자기 잘났다고 으스대지 않는 보물같은 선수를 '기싸움'의 목적으로 제거..?한다..는 건 겔젠키르헨에서 폭동 안 일어나면 다행일 수준인거죠. 

따라서 어린 감독이 자신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선수를 미리 제거하기 위해 베니를 보내는거다, 라고 하기엔 선수단 장악과 민심 둘 다 놓칠 리스크가 아주 큰 대목이라 이런 도박을 할 리는 없어 보입니다.

2. 재정

-그런데 재정적인 문제라기에도 이상한 구석들이 있어요.

샬케가 재정적 문제가 심각했다면 굳이 코노플리얀카 완전이적옵션을 발동시켰을리도 만무하고 엠볼로(아마 클럽 레코드로 알고있습니다)를 데려온것도 정말 무리했다고밖엔 볼 수 없는데 그럴 정도까진 아닌거같아요. 오히려 팬들은 재정에 관해선 샬케 팀과 회베데스 둘 다에게 과한 얘기다, 라는 주장을 하더라구요. 

코노플리얀카를 왜 얘기했냐면, 이 선수 유로 16때 우크라이나에서 야르몰렌코와 함께 주목받는 선수였는데 그 해 샬케로 이적했어요. 그런데 바인치얼 체제 하에선 약간 찬밥신세였습니다. 바인치얼은 막스 마이어도 89분 이럴 때 교체했어서 샬케 팬들이 어이없어하기도 했는데, 마이어는 나중에 갈수록 선발에 계속 이름 올렸지만 코노플리얀카는 정말 왜 안쓰는거지..? 싶을 정도로 찬밥이었어요. 그런데, 바인치얼이 감독일 때 코노플리얀카 완전 이적옵션을 발동했습니다. 현 감독이 안 쓰는데 왜 굳이?싶죠.

테데스코 체제 하에선 코노플리얀카가 중심이 되어 거의 황태자가 됐다곤 하는데, 만약 재정적 문제로 베니를 판다면 제 생각에 순서는 '바인치얼 경질->테데스코 부임->코노플리얀카 완전이적->회베데스 판매' 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베니가 클럽이 감당 못할 만큼 고주급인것도 아닙니다.

만약, 샬케가 꼭 심청이 보내듯 베니를 재정적 문제로 보낸다면 팬들 여론이 이렇진 않았을거예요.

샬케가 해외 팬덤도 그리 큰 건 아니고, 독일어의 압박으로(제가 독일어 맹...) 유베 팬덤만큼이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긴 좀 힘든데, 영어권 팬들 얘길 들어보면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널 보내게 돼서 미안해' 라는 의견보다 테데스코나 샬케 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더 많습니다.

재정문제였다면 그 팬들도 알고있는 구석이 있을텐데 그런 상황에서 팀을 비난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재정문제가 심각하다면 굳이 주장완장을 박탈했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팀이 어려워서 베니더러 희생해서 나가야한다고 했으면, 샬케의 주장완장을 달고 가슴 찡한 이별을 하는 게 낫지 이런 식의 이별은 베니에게 너무 섭섭한 처사니까요.

3. 주장 완장 박탈

-이건 왜 이런 결단이 내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이적을 야기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직접적 원인은 아닌게, 대체 무슨 이유때문에 주장완장을 박탈했는지는 여전히 몰라요.

테데스코는 '책임감을 분담한다' 라고 얘기했는데, 그게 꼭 주장완장 박탈을 시켜야만 분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기존의 베니 주장-페어만 부주장 체제는..토티와 데로시보다 더 한 느낌으로, 페어만이 1주장을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거란 전망이었어요. 둘 다 동갑인데, 베니의 경우 23살부터 이미 샬케 주장이었고 앞으로도 이적이 아닌 이상 그가 주장완장을 내려놓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요.

페어만도 베니에게서 자신으로 주장완장이 자연스럽게 넘어오는 걸 생각한다고 했고, 완장에 대해 어떤 집착을 보인 적은 없는걸로 압니다.

그런데, 책임감을 분담한다는 명분 하에 페어만 주장-고레츠카 부주장 체제가 된거예요. 그냥 베니에게서 자신으로 완장이 넘어오는걸 기다리겠다고 한 페어만도 이런 식으로 주장완장은 받고싶지 않았을거고,(심지어 이 과정에서 페어만은 진정한 샬커다 라는 얘기를 하기도...그럼 베니는 진정한 샬커가 아닌지..?)고레츠카의 경우 재계약도 안 하고 거의 다음 시즌 바이언으로 갈거라 샬케 팬들조차 암암리에 알고 있는데 그 선수에게 부주장을 줬다는게 좀 이상한거죠. 사실 이건 너무 웃긴 상황이라...팀도 테데스코도 왜 이러는 지 이해가 안가요. 

게다가 주장완장을 베니가 자연스럽게 내려놓은게 아니라 '박탈'이라고 얘기하는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이 결정이 단 하루만에내려졌거든요. 말이 회의였지 사실 하루만에 이런 얘기가 오가고 바로 페어만으로 바뀐건 통보와 다름 없죠. 샬케 팬들은 팀과 테데스코에 분노했고, 이건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샬케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그리 큰 팬덤은 아니예요. 유베랑 단순 팬덤으로 비교하자면 체급차이도 나구요.(그치만 겔젠키르헨에 있는 샬케 울트라스들이 좀 손꼽히게 무섭긴 합..ㅋㅋ) 그런데 제가 본 팬덤의 주된 내용은 팀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베니가 남았으면 좋겠다, 테데스코의 이런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식입니다. 어제도 베니가 벤치였고 하노버한테 지자 샬케 팬덤에서 나오는 얘기가 '우리 상황이 진짜 이런데도 베니를 후보로 내리고, 심지어 교체도 안 시켰어?' 였을 정도로..

4. 이적, 유베와 링크.

결론적으로 제가 생각하기에, 베니가 샬케를 떠나기로 결심한 건 팀에게 섭섭함을 느껴서, 라고 봅니다.

에이스들이 다 팔려나가고, 정말로 절친한 마누엘 노이어가 바이언으로 가던 그 해에도 베니만큼은 샬케에 남았었죠.

노이어가 바이언으로 이적할 당시 '바이언이 노이어와 회베데스 둘 다 사려고 한다' 는 소식이 나왔고 실제로 제가 알기로도 바이언이 접촉했었는데 그때도 NO 하고 샬케에 남은게 베니였어요.

게다가 이번달 초에도 인터뷰하길 '큰 클럽에서 우승하고 그런것보다 내가 원하는 건 샬케에서 모두와 함께 작은 걸 성취하고 싶다' 는거였구요. 

그런데, 그렇게 인터뷰했더 선수에게 한 달만에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면 그건 바로 주장완장과 관련한 처사, 팀이 베니에게 하는 대우에서 그 섭섭함을 찾는게 합리적인 것 같아요.

전 그래서 대체 샬케가 무슨 생각인질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베니 딜에있어서 지금 나온 정황만 봐선 샬케가 을이니까요. 유베가 자기 식대로 배짱 부릴 수 있는 건 샬케가 팔겠단 의지도 꽤 확고하고(조건만 맞춰주면 보내줄게, 라는 식인데 이건 선수가 나가는게 확실시 됐을때 마지막으로 부릴 수 있는 협상 줄다리기죠) 유베도 대놓고 언급했을 정도로 베니의 의사도 강하고, 아그레스티나 디 마르지오가 컨펌한대로 '세부사항' 조율만 끝나면 되는 문제라고 보는데, 17년간 팀에서 헌신한 선수를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보내는가... 그걸 이해를 잘 못하겠어요.

5. 마치며

전 그래서, 이 이적에 있어 샬케 팀에게 많이 실망했어요. 

만약 우리팀이 마르키시오에게 주장완장을 빼앗아 다른 선수에게 주고, 지난 시즌 4000분을 뛴 선수를 기량저하나 부상 등의 이유가 아닌 팬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벤치에 보내 선발로 쓰지 않았다면, 그래서 맑이 이적을 결심했다면 전 유베에 실망했을 것 같아요.

같은 맥락에서 전 샬케가 베니를 대우하는 측면에 매우 실망감을 감출 수 없고... 그런 의미로 베니가 우리 팀에 왔으면 좋겠어요.

사실 독일 선수들이 영어권이 아닌 이탈리아로 오는 건 모험이 강하죠. 유베야 유럽 톱이니까 당연히 축구적인 성취 측면에서 우리가 여타 클럽에 꿀릴 일은 없지만, 언어부터가 너무 다르고, 영어로도 통하는게 한계가 있는 이탈리아보단 차라리 자국 내 클럽에 머무르거나 영어권으로 가는 게 선수의 삶 측면에서 편할 수 있어요.

그런데 베니는 샬케와는 절대 맞붙기 싫다며 해외 이적을 생각하고 있고, 하이델과 마로타의 컨펌이 있었듯이 유베를 강하게 원하는 상황이예요. 

그래서 샬케보단 베니를 개인적으로 오래 보고 좋아했던 입장에서, 그가 원하는 클럽에서 뛰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결론=베니 와라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