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용
  • 조회 수 1509
  • 댓글 수 30
  • 추천 수 25
2016년 6월 10일 06시 04분

오늘은 평소와 달리 뻘글 한번 써볼까 합니다.

 

 

 

재무/회계적인 얘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쉽게 안 와닿아서 재미가 없을 수도, 한편으로는 모두들 가장 재밌어하는 선수이적자금 관련 얘기가 나오니 재밌을 수도 있는 주제인데, 얼마만큼 재밌게 얘기하느냐는 제 능력이겠죠….. 과연 결과는? ㅋㅋ

 

막 써놓고 보니 엄청 기네요.

너무 길어서 요약 내용만 원하시는 분들은 대충 이렇습니다:

 

- 유벤투스는 최근 몇 년 동안 매출의 약 70% 수준에 맞춰 선수단 유지비용을 쓰고 있었음

- 선수단 유지비용은 결국 연봉 + 이적료의 개념임. 따라서 내년도 매출에 70%를 곱할 경우 내년도에 운용할 선수단 유지비용이 대략적으로 계산됨

-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계산식에서 이적료는 이적료 전액이 아닌 선수등록권 상각비(이적료를 선수 계약기간에 맞춰 나눈 금액)임

- 내년도 매출은 이런저런 가정을 보수적으로 담아서 계산하면 약 400m 언저리로 추정됨. 이 경우 선수단 유지비용은 280m 수준.

- 올해 비용은 약 260m 수준이었는데, 여기서 방출이 예상되는 선수들에게 들어간 돈이 연간 약 35m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들에 쓸 수 있는 비용은 약 50-55m 수준

- 50-55m은 이적료가 아니라 연봉 + 상각비의 합임. 따라서 연봉과 이적료의 mix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100m짜리 선수를 살 수도 있는 것이고 20m짜리 선수들밖에는 못 살 수 있음

- 위의 접근법은 매출대비 선수단 유지비용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방식으로 경영한다는 가정 하에 계산한 것이고, 실제 구단이 짜고 있는 플랜이나 처해 있는 경영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예산 규모는 바뀔 수 있음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이하 본문--------------------------------------------------------------------------------------------------------------------------------

 

 

어느 사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사업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출과 비용의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매출을 늘려도 비용이 더 크게 늘거나 비용을 아무리 절감해도 매출이 쪼그라들면 사업에 타격이 가는 건 당연한 것이죠. 그래서 모든 기업들은 매년 사업환경과 회사의 전략 등에 맞춰서 매출과 비용에 대한 계획/예산을 세우고 이에 맞춰 경영을 하죠.

 

뭐 뻔한 얘기였고요, 뻔한 얘기 하나 더 하자면 모두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축구클럽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비용은 선수단 유지비용으로 크게 연봉과 이적료지출로 구성됩니다. 오늘은 이 연봉/이적료지출과 관련해서 조금 재미삼아 계산놀이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아래는 유벤투스의 최근 3년 + 이번 연도 (9개월치)의 매출과 선수단 유지비용 자료입니다.

rev-exp (historical).jpg

 

대부분의 항목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한 항목이니 따로 설명은 안 드리겠습니다만 선수등록권 상각비에 대해서만 간단히 언급하자면, 이는 회계의 감가상각비 개념이 적용되는 비용으로, 선수를 영입하는데 든 이적료를 영입한 연도에 전부 비용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에 걸쳐서 나눠서 비용으로 처리하는 개념입니다. 보통은 선수의 계약기간에 걸쳐서 나눠서 인식을 하죠.

 

예를 들면 호날두를 100m에 4년 계약으로 영입하면 영입한 해에 100m을 몽땅 비용으로 넣는게 아니라 영입한 해로부터 향후 4년 동안 매년 25m씩 장부에 비용으로 넣습니다.

이와 같이 처리하는 건 회계에서 말하는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을 적용하는 건데, 더 깊게 들어가지는 않을게요.

 

보시다시피 유벤투스는 매년 선수단 유지 및 투자비로 약 70% 언저리로 유지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의 경우 65%까지 내려왔지만 이는 보통 시즌 성적에 대한 보너스 등이 시즌이 마무리되는 4분기에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회계연도가 마무리되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클럽들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뭐 정확한 기준점은 없지만 UEFA 등에서는 이 비율을 약 55-70%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권장한다고 합니다. 유베는 이 수준을 매년 간당간당하고 유지하고 있군요. 다른 팀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쓸게요.

 

 

아무튼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라면 향후에도 특별히 경영환경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이러한 비율에 맞춰서 선수단 유지비용 예산, 즉 연봉과 이적료 예산을 짤 것이라는거죠. 여기서 한번 산식을 정리하자면:

 

내년도 선수단 유지비용 예산 (연봉 + 선수등록권 상각비) = 내년도 매출 예상액 x 70%

 

이러한 로직으로 재미삼아 이번 여름에 나올 수 있는 예산을 한번 뽑아볼까요? 여기서부터 쓰는 모든 숫자는 제 가정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니 그냥 재미삼아 봐주세요. 일단 제가 계산한 바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budget.jpg

 

C:\Users\hlee121\AppData\Local\Temp\msoh

 

1. 매출 추정

http://www.juventus.kr/football/3378030

우선 지난 번 언급한 것처럼 올해 매출은 약 380m 정도를 찍을 것으로 예상되나 비달 이적에서 발생한 차익 30m을 뺀 약 350m 정도가 경상적인 매출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내년(16-17시즌) 매출 전망을 보면 현재로서는 매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은 딱히 없어 보입니다. 경기장수익이야 뻔하고, 중계권이나 짚/아디다스 등 주요 스폰서와의 계약도 재계약철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거대한 스폰서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큰 차이가 없을 것이고요.

 

이런 점을 고려하면 챔스 8강 정도 이상만 가준다면 약 5%의 매출이 늘 것으로 생각되어, 350 * 1.05로 계산하고, 방출이 예상되는 선수들의 이적에서 발생하는 예상차익을 얹어서 매출을 추정하니 약 400m 정도 나오네요.

 

 

2. 비용 추정

로직은 간단합니다. 우선 위에서 계산한 매출액에다가 70%를 곱한 금액을 총 예산으로 잡습니다. 그 다음에 올해 발생하는 비용에서 방출이 예상되는 선수들에게 들어갔던 비용을 빼고, 그렇게 해서 나온 금액과 총 예산과의 차액이 바로 우리가 여름에 새로운 선수들에게 쓸 수 있는 돈이 되는 겁니다.

 

방출예상 선수들은 현재 언론에 가장 많이 링크가 나고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정리했어요. 여기서 판매액은 제가 조금 보수적으로 낮게 잡았고요, 연봉은 일반적으로 보도되는 금액이 세후라는 전제 하에 2배를 곱했고요. 장부가액과 연간 상각비는 재무제표의 주석에 나와 있는 금액을 토대로 뽑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이 상각비는 약 17m 절감하고 연봉은 약 20m 절감이 예상되네요.

player details.jpg

 

 

3. 투입가능 예산

자, 길게 계산한 결과 약 50-55m 정도의 예산이 나왔네요. 주의하실 점은 이게 이적료를 50m 쓸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연봉 + (이적료/계약기간)의 총합계가 50-55m 정도 쓸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연봉과 이적료의 mix를 어떻게 잘 설계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예산안이 나올 수 있죠.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면, Pjanic를 이적료 32m에 세전 연봉 5m에 5년 계약을 체결한다면, 1년에 Pjanic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봉 10m (5m * 2) + 상각비 6.4m (32m / 5년) = 총 16m 정도 되네요.

 

아까 Max 55m 예산이라고 했으니 그러면 55에서 16을 뺀 39m이 이제 남은 겁니다. 이 돈으로 5년 계약에 연봉 10m짜리 수퍼스타 한 명만 더 산다고 가정한다면, 이적료로 지출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39 – 20) * 5 = 95m이 나오네요.

 

우리도 베일이나 네이마르를 지를 수 있습니다 여러분!!

 

물론 뻔한 얘기지만 영입할 선수의 수나 연봉수준에 따라서 저 mix는 크게 바뀔 겁니다.

 

 

 

맺음말

실제로 클럽에서 예산을 짤 때 고려할 요소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위에서처럼 한 가지만 놓고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단기간에 대권을 노리면서 평소보다 좀 쓰기로 결심했다던지, 경기장 건설 등으로 인해 부채가 많아서 부채 상환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던지, 이미 작년 재작년에 질러놓은 이적료의 분할납부에 따른 현금흐름도 고려해야 하고, 예상 외의 신규 매출이나 비용 발생 등 변수는 무지하게 많기 때문에 예산 짤 때 더욱 복잡해지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야겠죠.

 

하지만 구단 경영이 정상궤도에 올라온 지금은 이와 같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예산을 짤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전제 하에 제가 한 번 재미삼아 계산해 본 것입니다. 나중에 실제로 이적시장이 마무리되고 시즌이 끝나서 결산을 했을 때 지금 계산해 본 것이랑 비교해 보면 재밌을 것 같네요.

 

뭐 길게 써놓고 보니 완전 뻔한 얘기를 숫자만 쳐서 써놨네요. 아무튼 뻘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Profile
이호용 Lv.33 / 17,888p
댓글 30 건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잘읽었습니다
경영이란거 참 말씀처럼 쉬운거 아니더군요
수많은 변수상황 그리고 방정식처럼 복잡하게 엉켜있는 부분들
구단이 안정세에 들어서서 다행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 처럼 그나마 유베가 안정세에 접어들어서 다행이네요.

저기 밀란이나 인테르처럼 매출만으로도 선수단 유지비용을 감당 못하는 그런 지경에서는 벗어났으니까요.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사실 베일이나 네이마르급은 5년 계약, 연봉 동결 혹은 소폭인상, 이적료 최소치 가정해야 간당간당하니 현실성은 낮죠ㅎ ㅠ
개인적으로 포인트는 현재 보유한 최상위 주축선수들에게 경쟁력있는 연봉을 지급할 수 있는 재정을 유지해서 스쿼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나가는 점 같습니다ㅋㅋ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그게 또 그 5년 동안에 매출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또 유지가 가능한 부분이기는 해요.

제가 내년도 예상액을 매출 400에 선수단비용 280으로 추정했는데, 만일 이적예산을 한 명에게 몰빵해서 상업성이 뛰어난 스타를 영입한다면 매출도 더 커질테고, 그러면 그거에 비례해서 운영비 예산은 계속 커지니까요.

 

게다가 100m 급의 대형계약은 제가 나중에 한번 설명드리겠지만 연봉 재계약을 하면서 오히려 매년 장부상에 기록되는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내는 것도 가능할 수 있어요. 연봉은 올려줬는데 회사 손익은 더 좋아보이는 효과를 내는거죠 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뻘글 퀄리티보소 ㄷㄷ 

잘봤습니다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감사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믿고보는 글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감사합니다 ㅋㅋ

우오 엄청난 글이네요! 재밌고 유익했습니다~
잘따라가다가 몇군데에서 막혀서 질문을 드려봅니다~

1.장부가액에서 막혔는데 이건 어떤 의미인지요?

2.또한 연간상각비는 이적료의 할부 같은 개념으로 이해했는데,
그렇다면 올려주신 표에서 유베가 영입한 선수 이적료 중에 이미 지출한 비용은 제외하고 남은 이적료로만 각각 계산된게 맞는지요?

자세하고 정성스러운 글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
더하여 로마가 필요로하는 ffp기준 통과를 위한 30m이라는 금액 역시도 회계 장부상의 수입인가요? ( 즉 피야니치 영입때 일시불이 아닌 분할 납부로 할 수가 있는건가요?)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그 30m 역시 회계 장부상의 매출을 의미하는데요, 여기서 포인트는 이적료로 받는 금액의 전액이 매출로 잡히는 게 아니라, (1) 이적료로 받는 금액과 (2) 회계장부상에 기재된 장부가액과의 차액, 즉 이익본 부분만 매출로 잡히는거죠.

 

근데 찾아보니 피야니치는 뭐 장부가치가 한 2-3m 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그 차액이 거의 30m 되네요 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추천
1
장부가는 상각비등을 제외하고 장부에 기록한 자산의 가액입니다 상각비는 보다 적절한 경영성과평가를 위해 비용을 자산사용기간동안 나눠서 인식하는 항목인데 장부가액은 상각비를 제한 금액이니 말씀해주신것처럼 비용(상각비등)을 제외한 장부가액을 판매가액과 비교한 금액이 판매수익이 되네여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추천
1

2. 상각비는 실제 현금지출이나 지불방식과는 별개로 수익비용대응 원칙에 관련된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피아니치를 이적료 30m에 5년 계약으로 영입하며, 로마에게 3년에 걸쳐 5m 10m 15m을 지불한다고 하면, 상각비는 3년이 아닌 5년에 걸쳐 동일 금액으로 6m 6m 6m 6m 6m으로 잡힙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이적료 지불 방식은 계약서 상에서만 확인 가능하겠고 상각비는 (이적료/계약년수) 라는 뜻이군요.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아래에서도 다들 설명해 주셔서 제가 덧붙일 건 크게 없는데요,

예를 들어 설명드리자면, 산드루를 26m에 4년 계약으로 영입하게 되면 유벤투스는 회계장부에 산드루에 대한 권리를 "선수등록권"이라는 자산으로 기재하는데 이때 이 자산의 가치를 내가 돈주고 사온 금액으로 기재하는거죠.

따라서 산드루가 처음 이적해오면 장부가액이 26m으로 기록한 다음에, 이 26m을 4년에 걸쳐서 매년 똑같은 금액(26/4 = 6.5m)을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자산가치를 줄여나갑니다. 그러니 이적한 다음 해에 장부가액은 26 - 6.5 = 19.5m, 그 다음 해는 13m, 3년차에는 6.5m, 계약 마지막 해에는 0 유로가 되는거죠.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역시 호용랜드야!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래..랜드... 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믿고 읽는 효용님 글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추천
1

글쵸 제가 한계효용이 좀 높습니다 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악 ㅋㅋㅋ 한계효용ㅋㅋ

엑소르는 뭐하나 이분 영입안하고 ㅎ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한번 지원해 볼까요 ㅋㅋ

근데 이태리어가 안되어서 fail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일단 추천하고 글 읽으러 갑니다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ㅋㅋ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믿고보는 호용랜드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ㅋㅋㅋ 호용랜드 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좋은자료 잘봤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어멋! 이건 꼭 추천해야햇!!!! 역시 진리의 호용랜드...!!! 잘보고 갑니다 :D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ㄷㄷㄷㄷㄷㄷㄷ 프로의 퀄리티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6-06-10
넘나 어려운 것 ㅠㅠ 대단하십니다!!
이동
겔러리 목록
출석체크
아이콘샵